[인터풋볼] FA컵 결승에 진출한 경남FC의 승리의 원동력은 울산의 파상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철벽 수비진이었다.

경남은 1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2 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경남은 당초 강력한 수비력과 날카로운 역습을 앞세워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는 울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오히려 경남이 울산이 지닌 장점을 거꾸로 발휘하며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경남은 그룹A(1~8위 상위리그) 진출에 큰 기여를 한 부동의 중앙 수비수 루크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악재를 안고 싸웠다. 이에 최진한 감독은 윤신영과 강민혁을 중앙 수비로 세우고, 이재명과 정다훤을 양 측면에 두는 포백을 꺼내 들었다. 포백 앞에는 최영준, 최현연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해 울산의 파괴력 넘치는 공격에 대비했다.

이중 삼중의 방어막을 치고 전반전을 지키고 후반 이후에 승부수를 띄우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전반 3분 김인한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수비 2명을 절묘하게 제치고 터뜨린 선제골이 이날 경기의 양상을 일찌감치 변화시켰다. 몸이 채 풀리기 전에 느닷없이 나온 골은 경남에는 자신감을, 울산에는 조바심을 불러 일으켰다.

1점 차 리드를 잡은 경남은 무리한 공격을 감행할 필요가 없었고, 자연스레 최종 수비라인을 후방으로 내려서 설정했다. 때문에 평소 공격에 가담한 상대의 후방을 이근호, 마라냥, 하피냐, 이승렬 등 발 빠른 선수들을 앞세워 공략하던 울산의 다이나믹한 공수 전환이 실종됐다. 대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한 긴 패스에 이은 세컨드 볼로 공격의 활로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경남은 K리그 다른 팀들이 알고도 못 막는 김신욱의 고공 폭격을 잘 막아냈다. 윤신영의 몫이 컸다. 김신욱(196cm)보다 대략 머리 하나가 작은듯한 윤신영은(184cm)이었지만 높이 싸움에 쉬이 밀리지 않았고, 김신욱의 위력은 반감됐다.

경기 후 최진한 감독은 “우리가 내려서 수비하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울산이 당연히 김신욱을 노리고 롱볼을 연결할 것이라 예상했다. 거기에 키는 작지만 점프력과 낙하 지점 포착이 좋은 윤신영이 제 몫을 해줬다”며 윤신영 덕분에 김신욱의 고공 플레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신욱이 막히자 울산의 공격은 급격히 단조로워졌다. 강민혁은 뛰어난 개인 기량을 가진 하피냐가 돌아서지 못하게 미리 끊었고, 측면에서는 이재명, 정다훤이 이근호, 이승렬과의 1대1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최영준과 최현연은 상대의 이호, 김동석과 치열한 중원 싸움을 펼치며 원활한 패스가 공급 되는 것을 미리 방지했다. 가끔 김신욱이 헤딩을 따는 데 성공해도 문전에는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빈 공간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베테랑 김병지는 큰 목소리로 수비진을 독려하며 무실점 방어를 이끌었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급해진 울산 선수들은 전진했다. 경남은 이때 발생한 울산 수비진의 배후 공간을 놓치지 않고 후반 막판 재빠른 역습으로 2골을 추가하며 승기를 굳혔다. 강력한 수비 후 빠른 역습이라는 ‘철퇴’ 스타일을 경남이 발휘한 격이었다.

최진한 감독은 “울산의 공격력은 K리그 최강이다. 수비지역에서는 철저하게 대인방어 하고 먼 거리에서는 의사전달 하면서 수비하게 했다. 그런 부분이 전술적으로 잘 이루어져서 상대 공격을 철저하게 방어할 수 있었다”며 전술적으로 완벽히 구현됐던 탄탄한 수비력을 승리의 요인으로 꼽았다.

채태근 기자

사진=경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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