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전주] 오승종 기자= 전주성에서 경남FC의 수호신으로 군림한 이범수는 승리 외에도 소중한 것을 얻었다. 친정팀 전북 현대의 팬들이 따뜻한 감동을 이범수에게 선물했다.

경남은 5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1라운드에서 전북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전북전 승리로 경남은 리그 2위를 재탈환했으며, 선두와의 격차를 11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경남의 골키퍼 이범수의 활약이 눈부셨던 경기였다. 이범수는 이날 무려 12개의 선방을 기록하며 경남의 무실점을 이끌었다. 이범수는 전반 5분 정혁의 오버헤드킥을 비롯해 후반 막판까지 거세게 이어졌던 전북의 공세를 모두 막아냈다.

경기가 종료된 후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범수는 친정팀인 전북의 서포터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비록 이날 이범수가 전북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전북팬들은 이범수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줬다. 전북팬들은 “이범수! 이범수!”를 외치며 이범수에게 화답했다.

이범수는 전북에서 프로 데뷔를 했던 선수다. 이범수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북에 소속돼 활약했지만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골키퍼였다. 결국 이범수는 당시 보다 많은 출전을 위해 전북을 떠나는 선택을 내렸다.

이범수는 경기가 종료된 후 믹스트존에서 이날 느낀 감동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범수는 “내가 어렸을 때 부족하고 나약했던 모습을 전북팬들이 기억하고 있다면, 이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북을 나갔던 것은 팀이 싫어서가 아니라 경기를 뛰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낮은 위치에서 다시 시작했고, 천천히 성장한 끝에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줘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범수는 “스스로도 좀 잘했다고 생각을 했다.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전북을 떠난 후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다수의 팬들이 나를 기억해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많은 팬들이 기억해주셨고, 환호를 보내줘 뜻 깊고 행복했다”며 웃음 지었다.

한여름 속에 펼쳐진 경기였기에 이날 경기장은 뜨거운 무더위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범수와 전북팬들이 보여준 감동에는 날씨와는 관계없는 온기가 담겨있었다.

사진= 정지훈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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