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카잔(러시아)] 정지훈 기자= 한국은 강팀에 강하다. FIFA도 강팀에 강한 한국을 ‘자이언트 킬러’라며 주목했고, 결국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으며 월드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7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김영권, 손흥민의 극적인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이번 대회 첫 승을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독일을 밀어내며 F조 3위로 마감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1승 2패로 탈락의 쓴잔을 마셨고, ‘우승국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카잔의 기적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완벽한 경기였다. 앞서 신태용호는 스웨덴, 멕시코에 아쉽게 패배하며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고, 축구 팬들은 한국 축구의 투지가 실종됐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국 대표팀은 절치부심했다.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 최강’ 독일이지만 해보자는 마음이 강했다. 특히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은 “1%의 기적이라도 도전해야 하고, 축구공은 둥글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FIFA도 한국의 ‘자이언트 킬러’ 본능을 주목했다. ‘캡틴’ 기성용이 빠지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FIFA는 한국과 독일전을 앞두고 그동안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무대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을 꺾고, 독일, 프랑스 등과 대등하게 싸웠다며 ‘자이언트 킬러’로 주목했다.
적어도 월드컵 무대에서 만큼은 강팀에 강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엄청난 투혼과 함께 개최국의 이점을 살리면서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제압하며 4강 신화를 이룩했다. 이후 독일과 4강전에서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이때부터 ‘자이언트 킬러’로 주목받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 한국은 토고를 제압하며 월드컵 역사상 원정 첫 승을 거뒀고, 이후 강력한 우승 후보인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1승 1무 1패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역사가 있다.
이번 독일전도 마찬가지. FIFA 랭킹 1위이자, 전 대회 우승국인 독일을 상대로 태극전사들은 물러서지 않으며 강하게 압박했고, 왕성한 활동량과 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하며 결국 승리를 따냈다.
월드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독일 입장에서는 참사와 같은 일이다. 일단 FIFA 랭킹 1위의 팀이 57위의 팀에 패배한 것은 월드컵 최초의 일이고, 독일은 한국에 패배 무려 80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또한, 월드컵에서 독일을 2골 이상의 격차로 이긴 4번째 팀이 됐고, 독일의 이번 패배로 우승국 징크스까지 이어졌다.
한국 축구의 역사도 새롭게 썼다. 한국은 지난 2004년 12월 19일 올리버 칸, 미하엘 발락, 미로슬라프 클로제 등 최정예멤버가 나선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이동국의 환상적인 발리 슈팅 득점으로 3-1로 승리를 거둔바 있다. 여기에 이번 경기까지 2-0 완승을 거두며 독일과 상대 전적에서 2승 2패로 동률을 이뤘고, 이는 당연히 아시아 유일한 기록이다. 또한, 독일이 특정 국가에 2골차 이상의 패배를 2경기 연속으로 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월드컵 역사가 말해준다. FIFA가 주목한대로 한국은 강팀에 강했고, 위기의 순간 한국인 특유의 기질이 발휘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