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카잔(러시아)] 정지훈 기자= 압박과 투지가 살아났고, 아시아의 호랑이가 돌아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7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김영권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이번 대회 첫 승을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1승 2패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또한, 한국은 독일을 밀어내고 조 3위로 마감했다.
# 신태용의 승부수, ‘포어 리베로’ 장현수+‘캡틴’ 손흥민
운명의 일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또 한 번의 변칙 전술을 사용했다. 기본적인 포메이션은 ‘플랜A'인 4-4-2지만 언제든지 변형이 가능하고, 수비 시에는 3백을 사용해 독일의 공격을 막는데 중점을 뒀다.
일단 공격진은 손흥민과 구자철이 나섰다. 이유는 분명했다. 독일 무대 경험이 있는 두 선수를 전방에 배치하겠는 의지도 있었지만 손흥민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구자철의 볼 키핑이 조합을 이루도록 구성했다. 구자철이 전방에서 볼을 잡고 패스를 연결하면 손흥민이 잡아 역습을 시도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중원의 특징은 중앙 수비수 장현수의 투입이다. 장현수는 ‘포어 리베로’의 개념으로 공수 모두에 기여하고, 독일과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장현수는 공격 시에 전진해 공수를 조율하고, 수비 시에는 후방으로 내려와 사실상 3백을 구성해 독일의 공격을 막는다. 장현수의 파트너로는 패싱력에 강점을 보이는 정우영이 나섰다.
좌우 측면에는 문선민과 이재성이 나섰다. 특징은 다르다. 문선민이 좀 더 공격적으로 역습에 가담한다면 이재성과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공수 모두에 기여했다. 특히 문선민이 올라가면 사실상 3톱처럼 공격을 주도하고, 이재성은 공격의 엔진 역할을 했다.
신태용 감독의 승부수는 확실했다. 공격을 할 때는 좌우 측면 미드필더가 공격에 가담해 손흥민, 문선민, 이재성이 빠른 역습을 시도했고, 구자철이 전방에서 볼을 잡아 배급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공중볼 싸움에도 적극 가담했다. 반면, 수비 할 때는 장현수가 내려와 사실상 5백을 가동해 독일의 막강한 공격력을 막는데 집중했다.
# 김영권과 윤영선의 육탄 방어, 왕성한 활동량으로 ‘랭킹 1위’ 독일 흔들었다
가면 갈수록 경기력이 좋아지는 느낌의 신태용호였다. 기본적인 볼 점유율과 주도권은 독일이 잡았다. 독일은 크로스, 케디라, 외질을 중심으로 세밀한 패스플레이를 펼쳤고, 로이스와 베르너가 공격을 주도했다. 전체적인 패스 숫자, 볼 점유율은 확실히 독일이 우위를 잡았지만 한국 대표팀의 수비수 윤영선과 김영권이 인상적인 수비력을 보이며 독일의 공세를 적절하게 차단했다.
인상적인 수비력이었다. 김영권이 전체적인 수비 라인을 이끄는 동시에 인상적인 맨 마킹을 보여줬고, 윤영선 역시 상대의 패스 길목을 제대로 차단했다. 여기에 좌우 측면 풀백인 홍철과 이용의 측면 공격 차단 능력도 인상적이었고, ‘포어 리베로’ 장현수가 적절하게 수비에 가담하며 밀리지 않았다.
중원에서는 정우영, 공격에서는 손흥민의 활약이 뛰어났다. 정우영은 경기 초반 몇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이내 안정감을 되찾았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독일과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프리킥 찬스에서는 강력한 무회전 슈팅으로 결정저인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공격진에서는 단연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폭발적인 스피드, 개인 기술을 중심으로 독일의 뒤 공간을 노렸고, 강력한 슈팅 찬스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전반전은 0-0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독일보다 2km나 더 뛰며 많은 활동량을 가져갔고, FIFA 랭킹 1위 독일을 흔들었다.
# 황희찬-주세종 투입, 투혼으로 버틴 한국
한국의 투혼은 인상적이었다. 김영권과 윤영선의 센터백 조합은 독일의 파상공세에 몸을 날려 막아냈고, 좌우 풀백 홍철과 이용도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독일의 측면 공격을 막아냈다. 중앙 조합도 안정적이었다. 정우영과 장현수는 포백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동시에 역습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이제는 골이 필요한 시점. 이에 신태용 감독은 부상을 당한 구자철과 부진한 문선민을 빼고 황희찬과 주세종을 투입해 공격과 중원을 모두 강화했다. 황희찬의 속도와 주세종의 활동량을 고려한 교체였고, 독일도 뮐러, 고메스 등을 투입하며 반격했지만 쉽게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
공격에서는 단연 손흥민이 인상적이었다.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를 살려 독일의 뒤 공간을 계속 노렸다. 스웨덴이 멕시코를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독일도 라인을 올릴 수 밖에 없었고, 이 공간을 손흥민이 계속해서 노렸다.
# ‘압박+투지’ 살아난 신태용호, 아시아의 호랑이 돌아왔다
아시아의 호랑이가 돌아왔다.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으며 맞섰고, 비록 점유율과 패스 숫자에서는 밀렸지만 기세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특히 중원에서 압박과 투지가 살아나면서 세계 최강의 독일 중원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독일은 라인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이 후반 중반까지 크게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이 16강 티켓을 따내기 위해서는 다득점이 필요했다. 이 공간을 한국이 역습으로 노렸다. 손흥민, 이재성을 중심으로 한 역습은 날카로웠고, 손흥민은 몇 차례 찬스를 잡았다.
결국 한국의 승리였다. 한국은 후반 막판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고, 김영권과 손흥민이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을 터뜨렸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의 호랑이가 돌아왔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