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정지훈 기자= 강력한 압박, 간결한 패스 전개, 날카로운 측면 돌파까지. ‘개최국’ 러시아는 강했다.

‘개최국’ 러시아는 20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이집트를 3-1로 격파했다. 앞서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0으로 완벽하게 제압한 러시아는 2연승을 달리며 16강 진출이 유력해졌다.

# ‘러시아’ 외친 러시아, '살라'를 외친 이집트

드디어 ‘파라오’ 살라가 복귀했다. 리버풀 소속으로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했다가 부상을 당한 살라가 이번 월드컵에서 첫 선발 출전했다. 이에 이집트 팬들의 기대감은 엄청났고, 경기 시작부터 ‘살라’를 외치며 응원전을 펼쳤다.

반면, 러시아는 철저한 ‘팀’이었다. 개최국 러시아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러시아! 러시아!’를 외치며 경기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팬들의 외침이 경기의 양상을 대변했다. 러시아는 철저한 팀플레이로 이집트를 상대했고, 이집트는 살라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찬스를 노렸다.

주도권은 러시아가 잡았다. 러시아는 골로빈, 주바, 체리셰프, 사메도프, 가진스키를 중심으로 공격을 시도했고, 강력한 전방 압박, 측면 돌파, 간결한 패스 플레이로 찬스를 만들었다. 반면, 이집트는 살라가 중심이었다. 전반 중반까지도 컨디션 저하 때문인지 날카로움이 없었던 살라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단 한 장면으로 증명했다. 전반 42분 압둘샤피의 패스를 이어받은 살라는 박스 정면에서 감각적인 턴 동작에 이은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고, 이렇게 전반전은 0-0으로 끝이 났다.

# 압박+전개+측면, ‘개최국’ 러시아는 강하다

개최국 러시아는 강했다. 기다리던 골은 후반 2분에 터졌다. 조금은 행운이 따랐다. 측면 크로스를 이집트의 골키퍼가 쳐내자 조브닌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것이 이집트 수비의 무릎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물론 자책골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인상적인 측면 돌파가 만든 장면이었다.

러시아는 확실히 강했다. 콤팩트한 축구의 진수였다. 라인을 아주 높게 올리지는 않았지만 전방부터 압박을 시도하며 상대가 패스를 편하게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수비 블록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상대의 찬스를 무산시켰다. 이후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면 곧바로 공격으로 전개했고, 이때는 측면 수비수들까지 빠르게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숫자 싸움에서 유리하게 만들었다.

결국 해답은 측면에 있었다. 압박에 성공해 공을 차단하면 곧바로 측면에서 찬스가 만들어졌고, 여기서 추가골이 나왔다. 후반 14분 오른쪽 측면을 침투한 페르난데스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을 문전에 있던 체리세프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측면에서 날카로운 장면이 만들어졌고, 러시아는 어김없이 득점포를 만들었다.

# 콤팩트한 축구의 진수, 신태용호가 참고해야 할 러시아

콤팩트한 축구의 진수였다. 힘과 높이 그리고 조직력까지 갖춘 러시아의 중앙 수비는 짜임새가 있었고, 좌우 풀백들은 공수 밸런스를 잘 유지했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들은 강한 압박에 이은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찬스를 만들었고, 체리세프와 사메도프가 버티고 있는 측면은 매우 날카로웠다.

무엇보다 전개 과정이 깔끔했다. 두 차례 이상 터치하지 않으면서 전방으로 공이 빠르게 연결됐고, 이 과정에서 골로빈과 주바는 확실한 공격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찬스를 만들거나 마무리했다.

결국 러시아가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이번에는 후방에서 연결된 패스가 전방까지 도달하며 단 한 번에 찬스를 만들었다. 후반 17분 쿠테포프의 패스를 주바가 받아 수비수를 따돌렸고,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러시아의 간결한 공격 전개가 인상적이었고, 사실상 이 골이 승부를 갈랐다.

개최국 러시아는 강했다. 수비는 짜임새가 있었고, 라인을 뒤로 내리면서도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중원에서 공격 전개는 깔끔했고, 측면에서 돌파와 크로스는 위력적이었다. 여기에 강력한 한방까지 갖추고 있었기에 2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스웨덴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신태용호에도 큰 교훈이 됐다. 스웨덴전에서 공수 모두에서 간결함이 부족했던 한국 대표팀이기에 이번 러시아의 승리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하고, 이번 월드컵의 성패가 걸린 멕시코전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