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니즈니(러시아)] 정지훈 기자= 신태용호가 러시아에서 첫 발을 내디딘 날. 김민우는 그라운드 위에서 눈물을 쏟았고, 한국은 풀이 죽었다. 어느 때보다 다부진 각오로 경기에 나섰던 만큼 실망도 컸다.

신태용 감독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18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첫 경기에서 승점 사냥에 실패하고 말았다.

# 날개 펼치기도 전에...계획 꼬여버린 PK 실점

이날 한국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신욱이 최전방에 나섰고, 좌우 측면에 손흥민과 황희찬이 위치했다. 구자철과 기성용, 이재성이 중원에서 역삼각형으로 섰으며, 박주호, 김영권, 장현수, 이용은 4백을 구축했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신태용 감독이 예고한 ‘트릭’은 김신욱이었다. 장신 플레이어가 즐비한 스웨덴을 상대로 195cm의 김신욱 카드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좌우 측면에는 손흥민과 황희찬을 세워 빠른 발로 스웨덴의 수비를 흔들 계획이었다.

“김신욱 선발은 상대의 평균 신장이 높다보니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던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이 전반전에 상대의 높이에 적응하게 되면, 후반전에는 빠른 선수들로 뒷공간을 노리려고 준비했었다”고 스웨덴전 노림수를 설명했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한국은 전반 5분 손흥민 날카로운 프리킥을 김신욱이 헤딩으로 시도하는 등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한 공격이 효과를 보면서 좋은 흐름을 탔다. 그러나 스웨덴도 이내 경기 템포를 조절하며 점유율을 높여갔고, 전반전 막바지까지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중요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후반 17분 김민우가 클라에손에게 태클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주심도 처음엔 정당한 태클로 봤지만, VAR 판독 결과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그란키비스트가 침착하게 골로 마무리하면서 한국에 비수를 꽂았다.

신태용 감독도 “생각보다 선수들이 잘 적응해줬는데, 때마침 페널티킥 실점이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신태용 감독의 말마따나 날개를 펼치려던 시점에 당초의 계획이 꼬여버렸다. 

# 자책하며 눈물 쏟은 김민우, 풀 죽은 한국

한국은 실점 후 정우영과 이승우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유효 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고, 야속하게도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말았다. 이를 악물고 뛰었던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고, 김민우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과 정우영 등 동료 선수들이 곁으로 다가가 토닥였지만, 김민우는 눈물을 흘리며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취재진과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민우는 “하, 뭐라고 말하기가 힘들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선수들과 감독님, 스태프 등 모두에게 미안하다.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동료 선수들도 너나할 것 없이 김민우를 위로했다.

기성용은 “페널티킥은 축구를 하다보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김영권 역시 “(김)민우만의 잘못이 아니다. 민우는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 우리가 좀 더 도와줬다면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우 형이 고개를 숙이고 있길래 떳떳하게 고개를 들라고 했다”고 말한 손흥민은 “같은 선수로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다 실수한 것인데,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 ‘3전 전패 예상’ 싸늘한 시선? 이제 첫 경기 마쳤을 뿐

주변의 따뜻한 말도 위로가 전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를 보낸 심경이었던 김민우. 모든 힘을 쥐어짠 스웨덴전에서 패한 신태용호도 이와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그러나 신태용호를 향해서는 위로의 말보다 싸늘한 시선이 향하고 있다. 통한의 패배에 안 그래도 쓰린 속이 아릴 정도다.

물론 승패에 따라 평가가 냉정하게 갈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비난 여론은 선수들이 견뎌내야 할 숙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이 F조 최약체로 꼽힌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고, 이제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아있다. 포기하기엔 이르다”라고 분위기를 추스르던 '캡틴‘ 기성용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잘 준비해야 한다. 팬 분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는 것 역시 저희가 마지막까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힘을 내보려는 선수들의 외침이 외로워 보이지만,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야 한다. 3전 전패를 하더라도 ‘잘 싸우고 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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