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정지훈 기자=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킨 승리였다. ‘아프리카 복병’ 모로코를 꺾은 이란이 신태용호에 준 교훈은 남달랐고, 한국 대표팀이 스웨덴전을 잡기 위해서 보여줘야 할 모습들이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 축구 대표팀은 16일 0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서 열린 모로코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이란은 승점 3을 추가했고, 스페인과 2차전에서 승점을 따내면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 ‘여우’ 케이로스의 이란, 20년 만에 월드컵 첫 승

이란의 축구 색깔은 확실했다. 지난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수비 라인을 뒤로 물려 수비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다음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면 아즈문, 자한바크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역습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이란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대체적으로 볼 점유율이나 주도권은 모로코가 잡았지만 전반 초반의 찬스를 제외하고는 결정적인 찬스가 부족했다. 여기에 이란이 질식 수비를 펼치면서 모로코를 압박했고, 이란의 포백은 몸을 던지는 수비를 통해 모로코의 찬스를 봉쇄했다.

‘여우’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의 축구는 확실히 효율적이었다. 비록 점유율이나 주도권은 내줬지만 결정적인 찬스는 쉽게 내주지 않았고, 전방부터 강력한 압박과 거침 몸싸움을 바탕으로 모로코의 찬스를 원천 봉쇄했다. 역습도 날카로웠다. 특히 중원 싸움에서 볼을 따내면 지체 없이 역습을 시도했고, 전방에 있는 아즈문까지 빠르게 볼이 배달됐다.

케이로스 감독의 지도력도 빛났다. 중계 화면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케이로스 감독은 상대 감독, 상대 선수들과 근거리에 있을 때는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고, 때로는 이란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하며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결국 이란은 결과를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의 극적인 자책골을 이끌어냈고, 결국 이 골이 결승골이 됐다. 이로써 이란 축구는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무려 20년 만에 월드컵에서 승리를 따내는 감격적인 역사를 썼다.

경기 후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훌륭한 밤이고 우리는 좋은 경기를 했다. 나는 완벽한 사람(슈퍼맨)이 아니다. 우리의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만든 결과다. 아름다운 승리였고, 매우 아름다운 승점 3점을 얻었다”며 만족해했다.

# ‘아시아 첫 승’ 이란이 신태용호에 준 교훈, ‘압박+투지+집중력’

이번 대회 아시아 대륙 첫 승의 주인공은 이란이었다. 바로 전날 사우디아라비아가 무기력하게 완패를 당한 것과는 달랐다. 사우디는 전방 압박이 잘되지 않으면서 러시아가 쉽게 공격을 전개하도록 놔뒀지만, 이란은 강한 압박을 통해 모로코가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투지와 집중력도 좋았다. 이란 선수들은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을 때도 물러서지 않으며 강하게 맞섰고, 때로는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며 모로코 선수들의 기를 꺾어놨고, 이는 후반 중반이후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됐다.

강한 압박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 그리고 후반 막판 집중력까지. 이란이 보여준 모습은 스웨덴전을 앞둔 신태용호에도 큰 교훈이 됐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의 모습도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케이로스 감독 역시 이란의 물러서지 않는 축구가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수비 블록을 강하게 한 후 추가시간에 득점을 만들었다. 우리는 경기 결과를 바꿨다. 우리에게 월드컵은 어려운 무대였지만 오늘 승리는 아름다웠다. 훌륭한 승리였고,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 때로는 운도 필요하지만 우리는 좋은 경기로 결과를 만들었다”며 이번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고, 신태용호에 확실한 교훈을 줬다.

사진=윤경식 기자,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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