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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 TALK] ‘전설 GK' 최인영, “골키퍼는 골을 먹는 직업이다”

골키퍼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고독한 직업이다. 홀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고, 잘했을 때는 본전이지만 못했을 때는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축구에서 있어서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과거 한국 축구 역사에 있어서 골키퍼 포지션은 기피 대상이었고, 전문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골키퍼는 드물었다. 그리고 골키퍼는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없었고, 그라운드에서 철저한 조연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바꾼 이가 있었다. 바로 월드컵 최초의 무실점 골키퍼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전설의 골키퍼’ 최인영이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비록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의 실수로 인해 영웅이 역적으로 몰렸지만,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평가절하 할 수 없었다.

A매치 50경기 40실점 그리고 K리그 통산 176경기 174실점. 경기당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던 한국 축구의 레전드 골키퍼 최인영. 아시아 최고의 골키퍼라 불렸던 그를 만나 한국 축구의 미래 그리고 골키퍼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2013시즌 도중 전북 현대를 떠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전북을 나와서는 쉬고 싶었다. 1년 동안은 휴식을 취했지만 한편으로는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K3리그에 참가하는 고양시민축구단에서 선수 겸 코치로 등록해 1년 동안 선수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실제로 2경기를 뛰기도 했다. K3리그였지만 아마 최고령 선수였을 것이다.(웃음) 전성기 시절의 순발력은 아니었지만 즐겁게 경기를 치렀던 것 같다.

-K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에 있다가 K3리그에 참가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시절까지 프로에서만 30년을 있었다. 많은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준비가 안 돼 있는 선수들을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1년 동안 학원 스포츠 현장도 가보고 K3 선수들도 가르쳐봤다. 너무나 심각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선수들이 축구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특히 프로를 준비하고, 나아가서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의 준비 상태가 너무 엉망이었다. 학원 스포츠나 아마추어에서 감독들이 가르치는 것이 너무 부족했고, 환경도 열악했다. 사실 어린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기가 아니라 기초다. 그러나 학원 스포츠를 돌아보니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기초 훈련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선수들이 너무 많다보니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다 가르칠 수 없는 여건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학원 스포츠를 배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퍼스트 터치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퍼스트 터치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기초가 안 돼 있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패싱 타이밍을 모른다. 요즘 축구는 공수 전환이 빠른데 패싱 타이밍을 놓치면 찬스를 만들기 쉽지 않다. 그런데 어린 선수들이 패스에 대한 기초가 없는 것 같았다. 이것도 축구의 기초지만 학원 스포츠에서는 잘 되고 있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이 두 가지를 중점으로 알려주고 있다.

-좋은 골키퍼가 되기 위해서 어린 선수들이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과거에는 골키퍼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다. 그러나 요새는 어린 선수들이 전문적으로 골키퍼를 보고 있고, 유럽에는 골키퍼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코치도 있다. 만약 체계적으로 골키퍼에 대해 배운다면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중고등학교는 물론 여자 축구에도 골키퍼 코치가 없다. 분명 필요하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기 때문에 전문적이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골키퍼는 손의 감각이 중요하다. 축구 외에 농구, 탁구, 당구 등 여러 가지 운동도 잘해야 한다. 골키퍼가 하는 훈련 중에 테니스공을 가지고 반응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하는데 탁구를 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독일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노이어를 보면 현대 골키퍼의 경기 운영이나 발밑 기술이 중요해졌다. 어떻게 보는가?

선방을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왼발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저 역시 선수들을 가르칠 때 왼발을 어느 정도는 쓰라고 조언하고 가르친다. 발밑 기술이 중요하다. 만약 한 발만 쓰게 되면 급한 상황에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만약 왼발을 오른발의 70% 정도 쓸 수 있다면 여러 가지로 좋아진다. 전북의 권순태를 보면 킥이 좋고, 역습 상황에서 공격진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발밑 기술이나 경기 운영을 가르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골키퍼의 중요 역할이다.

-한국 최고의 골키퍼이자, 스타플레이어였다. 골키퍼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을 것 같다.

모든 골키퍼들에게 골키퍼의 역할을 묻는다면 골을 막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골키퍼는 골을 먹는 직업이다. 저는 선수들을 그렇게 가르쳤다. 분명하게 다른 점이 있다. 제가 가르친 권순태 같은 경우에는 골을 먹어도 기복이 없고, 흔들림이 없다. 반면, 다른 골키퍼들은 실점하면 경기력에 변화가 있다. 권순태도 그것을 깨닫는데 5년이 걸렸다. 골을 먹은 것은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함과 동시에 빨리 만회골을 넣어야 한다. 골키퍼는 골을 잘 먹는 것이 중요하고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안컵에서 3명의 좋은 골키퍼가 나왔다. 골키퍼의 르네상스 시대가 왔다는 말이 있는데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분명 좋은 골키퍼들이 나왔고,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신화용이나 권순태도 대표급 선수들이다. 그러나 선수기용이나 운용의 묘는 조금 아쉬웠다.

-무슨 의미인가?

아시안컵에서는 우리보다 약한 팀도 있고, 강한 팀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탁된 정성룡, 김승규, 김진현 골키퍼는 모두 방어적인 성향의 골키퍼다. 물론 안정감은 뛰어나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 약한 팀과 경기를 할 때는 방어적인 골키퍼를 쓸 필요는 없다. 그럴 때는 공격적인 골키퍼를 사용해야 한다. 역습을 위한 킥, 활동범위, 발밑 기술이 좋은 골키퍼를 출전시킨다면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데 신화용이나 권순태가 그런 유형의 골키퍼다. 골키퍼가 세 명인데 비슷한 유형의 골키퍼를 다 데려갈 필요는 없다. 약한 팀과 할 때는 역습에 능한 공격형의 골키퍼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 명 중 한 명은 공격적인 골키퍼를 써봤으면 했다.

-월드컵 최초의 무실점 골키퍼지만 아픈 기억도 있는데.

미국 월드컵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초의 기록이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독일과의 실점은 분명 아쉬웠다. 당시 어이없는 실점이라 평가받았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슈팅 때리는 타이밍을 잡지도 못했다. 그만큼 세계 축구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당시 독일 공격수의 슈팅 타이밍은 국내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실점을 한 후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34세의 노장임에도 흔들렸다. 이후 후배들을 가르칠 때 골을 먹고 나서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저의 아픈 경험에서 나온 교훈이다.

-월드컵에서 정성룡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조언을 해준다면?

정성룡이 월드컵을 가기 전부터 이미 여론에게 많은 매를 맞았다. 골키퍼는 실점하는 것이 직업인데, 실수도 결국은 똑같은 실점이다. 잊어버리면 된다. 욕을 먹더라도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하면 되고 나중에 좋은 모습을 보이면 된다. 그러나 정성룡은 잠도 자지 못했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동안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한 번 정도는 호수에 빠질 수도 있다. 이 슬럼프가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성룡은 분명 다시 올라설 것이다. 경험이 많은 친구이기 때문에 자신감만 찾는다면 본인의 기량을 회복할 것이다. 분명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고,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출발했으면 좋겠다.

-김승규와 김진현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승규 같은 경우는 아시안컵에서 기대만큼 뛰지는 못했다. 그러나 큰 걱정은 없다. 승부욕을 가지고 있는 선수고, 좋은 능력과 순발력을 가지고 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분명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김승규는 이제 시작이다. 골키퍼는 40세까지도 할 수 있다. 준비를 잘하고 기회를 기다리면 될 것 같다. 반대로 김진현은 언젠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으니 이번 기회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 분명 김진현이 좋은 능력을 보여줬다. 많이 편해진 것 같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 같다. 이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로서 축구 철학이 궁금하다.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하고 싶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첫 째는 경기력이고, 어린 선수들의 기초가 잘 돼있어야 한다. 최근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다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술이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술 이해도가 부족하고, 어렸을 때부터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역할을 교육시키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공격수나 윙어에게 역할을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선수들이 없고, 자신의 위치도 정확히 모른다. 유럽 선수들과 비교해도 우리 선수들이 기술력은 좋지만 경기 운용 능력이 너무 떨어지고 창의성이 부족하다. 어렸을 때부터 기초를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내에 골키퍼 출신으로 성공한 지도자가 없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골키퍼 포지션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 골키퍼는 경기를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모든 선수들을 제대로 지켜볼 수 있는 포지션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는 골키퍼 출신 지도자가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개척해야 한다. 예전에 함흥철 선생님께서 골키퍼 출신으로 할렐루야 감독직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현재는 아예 없다. 분명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밑에서부터 성장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프로 무대 복귀에 대한 생각이 있을 것 같다.

분명 현역 시절과 코치 시절 많은 감독님과 함께 했고, 좋은 감독님 밑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어느 팀에 들어가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 나름의 축구 철학이 있다. 강한 팀과 약한 팀을 상대할 때는 다른 전술이 필요하고, 상황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프로 팀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강한 팀들이 약한 팀을 상대로 너무 편한 경기를 하는 것 같다. 프로는 그래서는 안 된다. 항상 재미있는 축구를 해야 하고 돈을 내고 경기장에 입장한 관중들에 많은 골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 만약 내가 프로팀을 맡는 다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 지더라도 골이 많이 나오는 경기를 하고 싶다.

-K리그에 젊은 지도자들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시대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K리그가 너무 승부에만 집착하는 것 같고, 확실히 노련미가 떨어진다. 현재 K리그 클래식이 총 12팀인데 60대 감독님들도 2~3명 있어야하고, 50대 감독들도 있어야 한다. 고룬 연령대의 감독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젊은 감독이라 잘하고, 늙은 감독이라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를 떠나서 관중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감독들이 너무 승부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유가 있는 감독들이 K리그에 들어와 관중들을 위한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분명한 목표는 있을 것 같다.

현재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내년쯤에는 18세 정도 선수들을 모아 팀을 만들어 가르쳐보고 싶다. 좋은 팀을 만들어 성적을 내고 싶고,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골키퍼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축구교실을 만들고 싶고, 좋은 후배 골키퍼들이 유럽에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골키퍼 출신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아 개척자의 역할을 하고 싶고, K리그 최고로 골키퍼 출신 감독이 됐으면 좋겠다. 이기는 축구와 함께 관중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자신이 있다.

인터뷰=정지훈 기자
사진=게티 이미지, 대한축구협회, 인터풋볼

# 골키퍼는 이제 더 이상 기피 포지션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축구에 있어서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우리는 골키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차원이 다른 축구 전문 언론 ‘인터풋볼’이 준비했다. 격주 화요일.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초의 무실점 골키퍼이자, 골키퍼의 스타플레이어 시대를 열었던 ‘레전드’ 최인영이 차원이 다른 축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주]

[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rain7@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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