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전주] 정지훈 기자= 감독이란 직업은 고독하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변화를 스스로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도 마찬가지다. 팬들도, 선수들도 결과에 실망했고, 이제 변화의 몫은 신태용 감독에게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6월 1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상의 스웨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 비스차에게 3골을 내주며 1-3으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스웨덴전 해법 찾기에 실패했고, 독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 스웨덴 격파 해법 찾기 나선 신태용, 선택은 변형 3백

이번 보스니아전이 진정한 시험대였다. 앞서 신태용호는 온두라스전에서 2-0 완벽한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력을 시험하기에는 상대가 약했다. 이런 이유로 ‘가상의 스웨덴’ 보스니아가 진정한 시험 무대였고, 에딘 제코 등 유럽 정상급 선수들이 포진한 보스니아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스웨덴 격파 해법을 찾기 위해 신태용 감독이 전술 변화를 가져갔다. 선택은 변형 3백이었다. 과거 신태용 감독은 A대표팀과 U-20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을 때 변형 3백을 사용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었는데 스웨덴의 파워풀한 공격을 막기 위해 3백을 사용하며 안정적인 경기를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기성용 시프트였다. 3-4-1-2 포메이션을 사용한 한국은 최전방에 손흥민, 황희찬을 배치해 빠른 공격을 시도했고,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은 세밀한 패스 플레이와 날카로운 침투로 지원 사격했다. 여기에 3백의 중앙에 위치한 기성용은 공격을 할 때 전진해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고, 수비를 할 때는 3백의 중심에 서서 수비 라인을 컨트롤 했다.

신태용 감독의 노림수는 분명했다. 보스니아의 공격을 막기 위해 3백을 가동해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하고, 손흥민과 황희찬을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시도해 찬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에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가담하며 찬스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급조된 3백의 조직력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3백 시스템은 수비수 3명이 있어 수비 할 때 숫자 싸움에서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지만 만약 유기적인 라인 컨트롤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비 뒤 공간을 쉽게 노출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3백의 단점이 초반부터 나왔다. 기성용이 진두지휘하는 3백은 계속해서 공간을 내주며 보스니아의 공격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고, 몇 차례 실점에 가까운 장면을 노출했다. 결국 보스니아가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27분 왼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비스차가 정확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후 한국이 전반 29분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감각적인 칩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수비 조직력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이번에도 3백 조직력이 아쉬웠다. 전반 추가시간 한국의 왼쪽 측면에서 공간이 생겼고, 김민우와 오반석 사이에서 공간을 노출했다. 결국 비스차가 추가골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리드를 잡았고, 한국은 3백에서 조직력에서 아쉬움을 노출했다.

# 모두가 실망한 월드컵 출정식, 변화의 몫은 신태용 감독에게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1-3 완패를 당했다. 그것도 시차, 장거리 비행 등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보스니아에 패배를 당한 것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여기에 신태용 감독은 3백에서 4백으로 변화를 가져가는 승부수까지 던졌고, 이승우와 문선민까지 투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온두라스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뒀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모두가 실망한 출정식이었다. 4만 명이 넘게 모인 팬들도 아쉬움은 가득했고, 직접 경기를 뛴 선수들도 실망감은 엄청났다.

경기 후 ‘캡틴’ 기성용은 “아쉬운 경기다. 오늘 같은 경기력으로는 월드컵에서 쉽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잘 준비하지 않으면 2014 브라질 월드컵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사실 3백 훈련을 2일 밖에 하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미흡했다. 상대가 정말 잘해서 실점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실점 장면에서 안일하게 대처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도 뼈있는 일침을 날렸다. 손흥민은 “이런 상태라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당한 창피보다 더 큰 굴욕이 나올 수도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가 부족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저부터 부족했고, 반성해야 한다.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것인데 선수들이 간절해야 한다. 지고 있을 때 표정에서 드러나고, 속상한 것이 당연하다. 반성하겠다. 말이 아닌 실천을 해야 한다.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개인적으로 크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진지하고, 절실하게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며 월드컵 무대에 대한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실망한 출정식이었다. 3백이라는 새로운 전술도 효과적이지 않았고, 신태용 감독이 약속했던 재미있는 축구도 없었다. 여기에 선수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도 확인하지 못하며 월드컵에서 경쟁력 차이만 확인한 경기였다.

결국 변화의 몫은 신태용 감독에게 있다. 선수들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신태용 감독부터 달라져야 하고,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는 신태용 감독의 몫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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