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대구] 유지선 기자= 그동안 월드컵 무대에서 사용이 철저하게 금지됐던 ‘전자장비’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첫 선을 보인다. 실시간으로 상대의 전술을 분석하고, 시시각각 대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1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과 헤드셋 도입 등이 새롭게 시도된다. VAR은 앞서 국제무대와 각종 리그에서 활용되며 팬들에게 익숙해졌지만, 헤드셋 도입은 다소 생소하다.

이번 월드컵부터는 각 팀의 벤치에서 헤드셋을 끼고 경기영상 분석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다. 경기를 앞두고 서로 연막작전을 펼칠 만큼 ‘정보전’이 중요해진 가운데, 경기 도중 실시간으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헤드셋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승패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FIFA는 지난 23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워크숍을 열고 각 팀 관계자들에게 월드컵에서의 헤드셋 활용법을 설명했다. 한국은 차두리 코치와 채봉주 분석관이 워크숍에 참여했다. 지난 22일 출국한 차두리 코치와 채봉주 분석관은 워크숍을 마친 뒤 25일 오후 입국했고, 정보를 취합해 신태용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공유했다.

# 시행 방식: 스태프 구성과 제공되는 장비

우선 기자석에는 총 3명의 스태프가 착석할 수 있다. FIFA는 메디컬 스태프 1명과 테크니컬 스태프 2명으로 기자석에 앉을 스태프를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 협회 관계자는 “메디컬 스태프 한 명을 포함시킬지는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하지 못했다”며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자석에 앉는 3명의 스태프에겐 각각 헤드셋이 제공되며, 메디컬 스태프 한 명과 테크니컬 스태프 한 명에겐 노트북 PC가 제공될 예정이다. 벤치에는 총 2개의 헤드셋과 태블릿 PC 1대가 제공된다. 이때 벤치에서 감독이 헤드셋을 직접 착용할지는 각 팀의 재량에 맡긴다.

# 소스: FIFA가 제공하는 영상들

FIFA는 두 종류의 영상을 각 팀에 실시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그라운드를 전체적으로 내려다보는 영상과 골대 뒤 영상이다. 기자석에 앉는 메디컬 스태프용 PC에는 실시간 영상이 나오며, 선수가 부상당한 시점에 정확한 부상 정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줌 기능이 탑재된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제공된다.

테크니컬 스태프용 PC에는 두 종류의 영상이 나오지만 슬로우 모션은 지원되지 않으며, 영상을 5초 전후로 돌려볼 수 있는 간단한 기능만 탑재된다. 경기 영상 외에도 데이터가 함께 제공될 예정이지만, 슈팅과 크로스, 파울, 패스, 점유율 등 기본적인 정보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핵심 포인트: 벤치에는 사진만 전달 가능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FIFA가 제공한 영상을 벤치에 그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자석에 앉은 3명의 스태프가 오로지 사진만 전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헤드셋을 통한 목소리, 그리고 영상을 캡처한 사진만으로 벤치와 기자석에 있는 스태프가 의견을 주고 받아야 한다. 이때 사진에는 선 그리기와 간단한 메시지 작성(영어만 가능)이 가능하다.

기자석에서 벤치로 전달한 정보는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공유할 수 있다. 각 팀의 라커룸에 TV 한 대가 설치되고, 벤치에 전달된 사진을 활용해 선수들에게 전술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는 “당초 FIFA의 계획과 달리 영상이 아닌 사진만 전송이 가능하다”고 아쉬워했다.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영상 전송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워크숍 현장에서도 각 팀의 항의와 질문이 많았다더라”면서 “그러나 FIFA는 첫 도입이라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위한 것이라고 각 팀에 이해를 부탁했다. 영상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생겨 한 팀만 전달받지 못할 경우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며 FIFA 측의 의도를 전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 시행되는 ‘벤치 헤드셋’이 실제 경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한국은 28일 오후 8시 대구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하비에르 미냐뇨 피지컬 코치와 전경준 코치, 채봉주 분석관이 기자석에 올라가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사진=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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