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서울시청] 유지선 기자= 최근 웃을 일 없던 신태용호가 팬들 앞에서 활짝 웃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12시 30분 서울시청 광장에 소집돼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 행사를 가졌다.

대표팀은 출정식을 앞두고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권창훈을 소집 명단에서 제외하고 추가 발탁 없이 27인 체제로 국내 평가전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날 출정식 행사에는 27명 중 권경원, 김진현, 김승규, 정우영(항공일정상 출정식 불참)을 제외한 23명이 자리해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부상 또 부상...최근 웃을 일 없었던 대표팀

신태용호는 최근 부상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있었다.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발됐고, 날카로운 ‘왼발’로 대표팀에 큰 보탬이 될 거라고 예상됐던 염기훈도 대회를 앞두고 늑골 부상을 당한 것이다.

지난 3월 A매치에서 부상을 당한 김진수도 월드컵 전까지 완벽하게 회복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권창훈마저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발됐다. 최근 가장 좋은 폼을 보여주던 권창훈까지 이탈하면서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는 그야말로 빨간 불이 켜졌다.

선수들 모두 권창훈의 부상을 안타까워했다. 손흥민은 “올림픽 무대에서 같이 뛰었고, 축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한 선수인지 알고 있어 마음이 편하지 않다”라며 속상해했고, 기성용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아쉽다. 감독님이 머리 아프실 것 같다”며 대표팀이 큰 고민을 안게 됐다고 인정했다.

# 팬들과 만난 출정식...신태용호가 활짝 웃었다

그러나 주저앉아 슬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성용은 “남은 선수들이 한 발 더 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며 앞을 내다보고 나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청 광장에 소집돼 팬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대표팀도 그동안의 아픔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선수들의 입담도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A대표팀에 첫 발탁된 이승우는 지금 기분을 다섯 자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에 “이거 실화냐”라고 답하며 모두를 웃게 했고, 문선민도 “러시아 가자”라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새내기’다운 포부를 밝혔다.

마침표를 찍은 건 김진수였다. 유럽 원정에서 당한 부상으로 재활 중인 김진수는 우울해있을 법도 하지만, 특유의 재치 있는 모습으로 선수단 및 팬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신태용 감독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해보겠다고 자처한 김진수는 “신태용, 태용아, 용서해주세요. 잘못 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 의미 있던 자리, 한국 축구 레전드들의 조언까지

이날 출정식에는 차범근을 비롯해 최순호, 서정원, 홍명보, 최진철, 이운재 등 한국 축구의 ‘레전드’들도 함께해 월드컵 무대에 나설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한국 축구가 참 어렵죠”라고 운을 뗀 차범근은 “손흥민은 저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고, 황희찬은 차범근 축구상 출신이다. 선수들 모두 자랑스럽다. 더 잘할 수 있도록 팬 분들이 일방적인 응원을 펼쳐주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전설적인 공격수로서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차범근은 “공격수는 촉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견고한 벽을 허물려면 심해선 안 된다. 세 선수들이 허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끼를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최순호 감독 역시 “능력의 한계는 아무도 모른다. 독일, 스웨덴, 멕시코와 맞붙지만, 능력의 한계선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응원하면 붉은 악마 아니겠는가.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서정원 감독도 “선수 시절 월드컵 때 국민들의 많은 성원이 큰 힘이 됐던 것이 기억난다. 이번에도 선수들에게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시면, 선수들이 분명 그라운드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열성적인 응원을 부탁했다.

마지막에 등장한 신태용 감독은 “지난 2010년 성남에서 우승할 때 우리 선수들이 죽을힘을 다해 우승해줘서 ‘난 놈’이라는 호칭을 들었다. 이번에도 23명의 선수들이 저를 한번 더 난 놈으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무대에서 다함께 죽기 살기로 뛰고 돌아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시청 광장에 모인 팬들은 출정식을 빛내며 선수단에 힘을 잔뜩 불어넣어줬고, 태극 전사들도 팬들과의 만남을 통해 ‘호랑이 기운’을 얻고 기분 좋게 파주 NFC로 발길을 돌렸다. 팬들의 기운을 받은 신태용호는 21일 오후 파주로 이동해 첫 훈련에 돌입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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