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기형 감독과의 이별을 결정했다. 예고됐던 결말이다. 

인천 구단은 11일 오후 “이기형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구단에 밝혀왔다”면서 이기형 감독과의 이별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9월부터 인천을 이끌던 이기형 감독은 1년 6개월 만에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이기형 감독은 2016시즌 막바지에 김도훈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으로 인천을 이끌었다. 당시 이기형 감독은 승승장구하면서 팀을 잔류시켰고, ‘이기는 형’이란 별명도 얻었다. 지난 시즌에도 팀 안팎으로 힘든 상황 속에 극적인 잔류를 이뤄냈다.

올 시즌도 출발은 좋았다. 무고사와 아길라르, 쿠비 등 외국인 선수 영입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고, 전북 현대를 꺾으면서 2라운드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러나 전북전 승리 이후 10경기 무승(4무 6패)을 기록했고, 결국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자 인천 구단이 변화를 결심했다.

인천 구단 소식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이기형 감독이 떠나게 된 것은 성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라면서 “또한 구단에서는 이기형 감독의 선수단 장악 능력에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기형 감독의 리더십 부족을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단 장악 문제는 강인덕 대표이사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 인천은 개막 전 ‘조건부 계약’ 논란에 휘말렸다. 강인덕 대표이사가 이기형 감독에게 초반 10경기 성적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며 조건부 계약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것이다.

강인덕 대표이사를 비롯해 인천 구단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선수단에 끼친 영향이 적잖았다.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야 하는 상황이지만, '조건부 계약'이란 보도를 접한 선수들로선 동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적 부진이 곧바로 경질로 이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이미 조성돼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인천 선수단은 최근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K리그가 10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는 ‘경남과의 10라운드 경기가 이기형 감독의 고별전이 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선수단 장악 실패를 이기형 감독의 리더십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이기형 감독과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인천은 당분간 박성철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인천대를 이끌고 있는 김시석 감독이 향후 지휘봉을 넘겨받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는 “(이기형 감독과 이별을 결정하기 전에)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해둔 상황이 아니다. 박성철 코치가 일단 지휘봉을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형 감독의 뒤를 이어 팀을 이끌게 된 박성철 코치가 급한 불을 끌 수 있을까? 매 시즌 생존을 걱정해야 하고, 감독대행의 ‘반짝’ 활약에 기대야 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인천, 비록 '감독 교체' 카드가 성공하더라도 씁쓸한 뒷맛은 감출 수가 없다.  

사진= 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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