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신문로] 정지훈 기자= 한국 나이로 마흔. 불혹이 다 된 나이에도 여전히 최고의 골 감각을 자랑하며 K리그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동국(전북 현대)의 월드컵 시계는 멈췄고, 그의 세 번째 월드컵이자 마지막 월드컵 꿈은 좌절됐다.

이동국은 한국 축구와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데뷔해 지금까지 K리그 479경기에 출전해 207골 72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역대 최다골 기록을 계속해서 써내려가고 있고, A매치에서도 105경기 출전해 33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와 K리그의 전설로 남아 있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기대감이 높았다. 이동국은 1998년 6월 20일, 만 19세의 나이로 1998년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네덜란드와 경기에 출전해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 월드컵 출전 기록을 세웠다. 비록 한국 대표팀은 0-5로 대패했지만 이동국의 호쾌한 슈팅은 인상 깊었고, 한국 축구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그러나 유독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게으른 천재’라는 평가와 함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최전성기였던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이라는 대형 악재에 눈물을 흘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출전의 꿈을 이뤘지만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이동국에서 월드컵의 한을 풀어줄 마지막 기회였다. 컨디션도 최고조였다. 비록 40세의 나이로 매 경기 풀타임으로 활약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선발과 교체로 오가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이번 시즌 리그 10경기에 출전해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1 득점 랭킹 5위에 당당하게 올라와있다.

이동국을 재 발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이동국이 제한된 시간에서도 꾸준하게 득점포를 가동하자 ‘슈퍼 서브’로 이동국을 월드컵 대표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에 이동국도 꾸준하게 “대표팀은 은퇴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지 않으면서 여론은 이동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동국의 월드컵 시계는 멈췄다. 이미 지난 해 9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10차전을 마친 이동국은 “내년 월드컵 생각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 제가 맡은 역할은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으로 진출시키는 것이었다. 매일 밤 꿈에 찬스 왔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 생각했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며 월드컵 무대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신태용 감독도 이동국의 월드컵 출전은 어렵다면서 재 발탁 여론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신태용 감독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동국 선수가 나이는 있지만 경기는 상당히 잘하고 있고, 골을 많이 넣고 있다. 그러나 이동국과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이야기한 것도 있고, 동국이도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가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동국을 발탁하지 않을 것임을 전했다.

이어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출전은 이동국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월드컵에 가서 좋은 찬스에서 골을 못 넣었을 때는 상황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이동국은 월드컵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어찌 보면 이동국은 스스로 월드컵이라는 마지막 꿈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K리그 최고의 골 결정력을 자랑하기에 팬들은 아쉬움이 크지만 이동국은 선택을 해야 했고, 그의 월드컵 시계는 이렇게 멈췄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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