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서울월드컵경기장] 정지훈 기자= 3-0 완승을 거두며 반전에 성공했지만 ‘황새 아웃’이라는 외침은 여전했다. 그러나 14년 동안 FC서울에서만 뛴 ‘부주장’ 고요한의 생각은 달랐고, 황선홍 감독과 선수단을 조금 더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FC서울은 21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8라운드 대구FC와 홈경기에서 에반드로, 고요한, 조영욱의 맹활약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내며 위기에서 탈출했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 최악 성적+박주영 논란, 황선홍의 선택은 대대적인 변화

분명 서울의 분위기는 최악에 가까웠다. 리그 10위에 머물며 성적은 바닥이었고, 여기에 서울의 아이콘인 박주영이 SNS에 남긴 글로 논란이 되며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은 과감하게 변화를 가져갔고, 박주영을 명단에서 제외한 대신 에반드로, 조영욱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이에 대해 황선홍 감독은 “때로는 젊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훈련과 R리그를 통해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 선수들을 믿고 투입했고, 고민 끝에 변화를 줬다. 박주영은 부상은 없지만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그래서 제외했다.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과검하게 전진해 승리를 노리겠다”며 공격 축구를 선언했다.

서울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박주영을 선발에서 제외한 것이 알려지자 북쪽에 자리한 서포터즈 ‘수호신’은 황선홍 감독 보란 듯이 ‘박주영 콜’을 외쳤고, 원래 경기 시작과 함께 외치는 ‘사자후’는 나중 차례였다.

그럼에도 황선홍 감독은 냉정을 유지했다. 황선홍 감독은 이전 7경기에서 공격수들의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중원에서 과감하게 전진하도록 계속해서 지시했다. 결국 이 선택이 잠자던 서울을 깨웠다.

특히 황선홍 감독이 믿고 기용한 조영욱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조영욱은 전반 12분 과감한 돌파와 날카로운 크로스로 에반드로의 선제골에 도움을 기록했고, 후반 6분 고요한의 추가골 장면에서도 시발점은 조영욱의 크로스였다. 여기에 후반 35분에는 과감한 측면 돌파와 크로스로 상대의 자책골까지 만들었다.

# 완벽한 승리로 분위기 반전, 그러나 팬심은 여전히 ‘황새 아웃’

완벽한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성난 팬심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북쪽에 자리한 서울 서포터즈는 2-0으로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응원가를 부르면서도 ‘황새 아웃’을 외쳤고, 경기 후에도 같은 구호를 외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비록 승리는 했지만 데얀 등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팀의 아이콘인 박주영과 문제로 서울 팬들은 여전히 황선홍 감독에게 믿음을 보이지 못했다.

서울 팬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분 좋은 대승이었지만 아직 황선홍 감독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었고, 서울이라는 클럽의 위상에 맞는 경기력과 결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황선홍 감독의 마음도 여전히 무거웠고,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팬들에게 많이 미안한 마음이다. 승리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무겁다. 한 경기 한 경기 차분하게 준비해서 팬들의 성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많이 노력하겠다"며 더 좋은 경기력을 약속하며 반드시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 성난 팬들에게 ‘부주장’ 고요한이 전하는 편지

‘원 클럽 맨’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그것도 서울이라는 빅 클럽에서 무려 14년간 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에 가깝다. 그 주인공은 서울의 ‘부주장’ 고요한이다. 중요한 순간 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며 서울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고요한이 이번에도 서울을 위기에서 구해내며 영웅이 됐다.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경기 후 고요한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이번 대구전 승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힘든 시기에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제가 부주장으로서의 역할이 있었는데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았다. 골을 넣어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 덜어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요한은 승리가 절실했다. 팀을 위해, 팬들을 위해 그리고 황선홍 감독을 위해. 고요한은 “사실 말이 필요 없었던 분위기였다. 모든 선수들이 이번 경기가 잘못되면 안 좋은 상황으로 갈 것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나이에 맞는 플레이를 하고, 제 역할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신인 선수들에게는 에너지를 보여주자고 이야기했다. 이런 부분들이 잘 맞아떨어졌다”며 경기 전 선수들과 한 이야기를 전했다.

황선홍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분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난보다는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요한은 “사실 선수들보다 마음이 더 힘든 것은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 코칭스태프들 모두가 스트레스도 받고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이 힘이 돼 주는 것이 중요했고, 이번 승리로 인해 감독님을 비롯해 코칭스태프들도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위기를 벗어나겠다”고 다짐했다.

고요한은 서울이 가진 힘을 믿었다. 그는 “홈경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고, 저번 경기처럼 찬스를 놓치면 안 된다. 사실 전남, 상주전이 가장 큰 고비다. 만약 두 경기를 잘 잡고 안정화를 가져간다면 서울은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다. 서울은 승리 DNA를 가진 팀이다. 연승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서울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성난 서울 팬들을 위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고요한은 “사실 계속 기다려 달라,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다. 말보다는 정말 결과와 승리로 보답해야 한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팬 분들께서 조금만 더 기다려주신다면 경기 결과로 보답하겠다. 감독님과 선수단 그리고 서울을 계속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팬들에게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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