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 ‘새 옷’을 입은 신태용호가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가능성 확인’과 ‘문제점 발견’이란 평가전의 의미는 충분히 담겨있는 한판승부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위치한 윈저 파크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의 3월 A매치 평가전에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북아일랜드와의 역사적인 첫 경기에서 패하며 8경기 째 이어온 무패행진을 마감했다.

북아일랜드는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상대할 스웨덴의 가상 상대였다.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뛰어나며, 유럽 지역 예선 10경기에서 6실점만 허용할 정도로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아일랜드는 수비벽을 탄탄하게 세운 뒤 한방을 노리는 스웨덴과 닮은 구석이 많았다.

# 패했지만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던 90분

유럽 원정에 오르기 전 신태용 감독은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유럽 원정을 통해 팬들에게 희망을 보여드리고, 선수들도 힘을 얻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원하던 결과는 챙기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까지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사실 유럽 원정을 앞두고 신태용호에는 ‘유럽 팀들을 상대로 잘 싸울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독일과 스웨덴을 상대해야 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이 우려스러웠던 이유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보여준 공격 작업은 유럽 팀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태용 감독은 그동안 “공격수들이 포메이션에 얽매이지 않고 경기 도중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누차 밝힌 바 있다. 신태용 감독이 강조한 공격 패턴은 북아일랜드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손흥민과 김신욱, 권창훈으로 구성된 스리톱을 꺼내들었지만, 사실상 그라운드 위에서 포메이션은 무의미했다.

손흥민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자유자재로 움직였고, 때때로 김신욱과 투톱을 형성하기도 했다. 전반 7분에는 박주호의 절묘한 패스를 이어받은 권창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깔끔한 슈팅으로 마무리해 선제골까지 터뜨렸다. 권창훈의 침투 후 마무리가 눈부셨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비수를 달고 다니며 유인한 손흥민과 김신욱의 공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밖에도 한국은 이재성과 권창훈이 번뜩이는 침투와 과감한 슈팅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기성용과 박주호는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다양한 루트의 공격이 시도됐다는 점은 꽤나 긍정적이었다.

박주호의 부활도 희망적이었다. 지난해 6월 이라크전 이후 처음 A매치에 출전하는 박주호는 이날 공수에 걸쳐 제몫을 해냈다. 신체적 조건이 뛰어난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전혀 뒤지지 않았고, 간간이 날카로운 패싱력을 뽐내며 공격에도 힘을 보탰다.

전반 7분에는 문전으로 쇄도하는 권창훈을 향해 공을 툭 찍어 올려 차 도움까지 기록했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신태용 감독도 경기 종료 후 “박주호가 공백을 깨고 오늘 무난하게 해줬다. 기성용과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호흡을 보여줬다”며 흡족해했다.

# ‘수비 조직력+SON 집중 견제’ 풀어야 할 과제

합격점만 줄 수는 없었다. 전체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며 상대보다 우위를 점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결과를 가져오진 못했기 때문이다. 리드를 잡고 좋은 흐름을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한방을 끝까지 버텨내지 못한 수비가 아쉬웠다.

0-1로 앞서던 한국은 전반 20분 김민재가 자책골을 기록하며 추격을 허용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의 약속된 플레이에 수비벽이 무용지물이 돼버렸고, 이후 측면에서 올라온 패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민재의 자책골로 연결된 것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의 속임수에 허를 찔린 것은 물론이며, 이후 장면에서도 수비진은 공을 주시하며 달려들 뿐, 뒤로 쇄도하는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은 모두 놓치고 말았다. 공이 김민재의 발에 닿지 않았더라도 얼마든지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후반 41분 추가 실점 장면에서도 수비 조직력이 아쉬웠다. 상대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1차적으로 밀렸고, 이후 공을 받아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선수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하면서 슈팅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수비 숫자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완벽한 찬스를 허용한 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손흥민을 향한 상대의 집중 견제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2명 이상의 북아일랜드 선수가 손흥민을 둘러싸며 슈팅 시도를 방해했고, 상대의 집중 견제에 고전하던 손흥민은 결국 후반 30분 염기훈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손흥민이 '1순위' 견제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앞으로 손흥민에게 수비가 더 집중될 것”이라면서 “스스로 이겨내야 할 건 이겨내야 한다. 상대가 거칠고 신경질적으로 나올 때 역으로 이용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한 북아일랜드전은 그야말로 속이 꽉 찬 평가전이었다. ‘알짜배기’ 평가전을 치른 신태용호는 이제 폴란드 호주프로 장소를 옮겨 4일 뒤인 28일 오전 3시 45분, 앞서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하며 ‘독’이 바짝 오른 폴란드와 맞대결을 펼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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