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 이후 한국 축구가 죽었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아직 죽지 않았고,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후반 막판 손흥민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지만 연장 전반 추가시간에 트로이시에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패배했고,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눈물과는 달랐다. 무기력한 눈물이 아닌 모든 것을 쏟아낸 후의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눈물이었다. 분명 경기는 패배했지만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고, 한국 축구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있었다. 지난해 10월에 지휘봉을 잡은 후 약 4개월 만에 모든 것을 변화시켰고, 한국 축구가 잃어버렸던 투혼을 되살렸다.

쉽지 않은 결승 진출 과정이었다. 한국은 대회 초반부터 부상자가 속출하며 주축 선수들인 이청용과 구자철을 잃었다. 그러나 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과 구자철을 대신해 남태희, 한교원 등 다양한 선수들을 투입하는 것과 동시에 다양한 전술로 공백을 메워갔다.

모든 것이 파격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값이 아닌 실력과 열정을 중요시했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정협, 김진현, 조영철 등을 적극 기용했다. 여기에 우리 모두가 잠시 잊고 있었던 ‘베테랑’ 차두리와 곽태휘를 팀의 중심으로 복귀시키며 팀을 조화롭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이 약 4개월 만이었다. 그리고 이제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은 러시아로 향했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아시안컵 우승을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 기대했던 것은 한국 축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을 기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팬들이 기대하던 모든 것에 부응했다. 어쩌면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한국 축구의 투혼도 봤다. 물론 준우승이라는 성적에 아쉬움도 남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으로서는 모든 것을 얻었던 대회였다.

파격적인 행보를 걸으며 한국 축구의 투혼을 살린 슈틸리케 감독. 이제 슈틸리케호의 시선은 러시아 월드컵으로 향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rain7@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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