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제주] 서재원 기자= 수원 삼성 서정원(48) 감독은 2018시즌 더 치열한 경쟁을 예상했다. 

수원은 이번 프리시즌 기간 중 가장 핫한 팀 중 하나였다. 조나탄의 중국행과 사무국 내 인사개편 소식으로 다소 혼란을 겪긴 했지만, 데얀을 비롯해 임상협, 바그닝요 등을 차례로 영입하며 새 시즌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지금까지는 조나탄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충분히 지웠다는 평이다.

지난 3일부터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수원 선수단의 분위기도 밝았다. 22일 수원의 숙소에서 만난 염기훈도 “시간은 촉박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새로 팀에 합류한 임상협 역시 팀 분위기를 언급하며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단의 든든한 지원도 한몫했다. 서정원 감독은 “조나탄이 큰 선물을 해주고 간 것 같다”면서 “구단도 2018시즌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정말 분위기가 좋다. 소통도 잘 된다. 오히려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언제든지 지원해주겠다고 먼저 말한다. 자금은 있는데 마땅히 살 선수가 없어서 걱정일 정도다”고 했다.

모두가 우승 도전을 조심스레 언급하고 있다. 데얀은 “내가 만약 15골 이상을 넣는다면 우리 팀이 챔피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수원은 우승의 조건을 갖춘 팀이다.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 수원이 10년 만에 우승을 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염기훈 역시 “올해는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정원 감독은 신중했다. 적극적인 지원 속에 결과에 대한 부담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다른 해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부담감은 당연히 가져야 한다”면서 “생각했던 것처럼 되는 시즌은 없다고 본다.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울산, 제주 같은 팀들이 전력 보강을 많이 했고, 전북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 상위 몇 팀의 싸움이 더 치열해 질 것이다”고 2018시즌에 대해 조심스럽게 답했다.

[서정원 감독 일문일답]

- 해외가 아닌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썩 나쁘지 않다. 운동장을 두 개(제주, 애향) 사용하고 있어 훈련에는 문제가 없다. 지난주 예상치 못한 폭설이 와서 직접 눈을 치워가며 훈련하긴 했지만 만족스럽다.

사실 제주에 올 줄은 몰랐다. 플레이오프만 아니었으면 제주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을 계획 중이었다. 사실 말라가에서 그동안 훈련을 잘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을 많이 얻었다. 우리가 배울만한 팀들과 경기를 많이 해서 선수들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부분이 나중에 우리에게 많은 힘이 됐다.

- 주로 대학 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상대 팀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인가.

팀은 많다. 다 대학팀들이긴 하다. 지금은 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이나 태국에서 훈련을 할까도 생각했는데, 당장 30일에 추운 곳에서 시합을 해야 하니 환경적으로 맞지 않았다. 2주를 해외로 갔다 와도 또 밑으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예 제주에서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을 했다.

첫 경기 하는 팀이 홍콩 아니면 베트남이다. 민첩하고 작은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에 맞추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뛰는 팀을 대비해야 했다. 이후 남해로 이동했을 때는 시드니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 플레이오프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도 이스턴과 힘든 경기를 펼쳤고, 베트남도 복병으로 알고 있다.

축구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베트남, 홍콩 같은 팀을 얕잡아 보면 안 된다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첫 경기부터 신중하고, 해이하지 않게끔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대학 팀들과 경기를 하지만, 미팅할 때도 가상의 상황을 만들며 경기를 한다. 전방에서 프레싱을 강조하며, 상대의 카운터 어택을 대비하고 있다. 그래도 선수들이 집중하고 있다. 아무리 대학 팀과 붙어도 2~3골 정도 넣는 게 대부분인데 현재 우리는 매 경기 다득점 하고 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 미드필더를 충원하고 싶은데, 원하는 자원이 없다고 언급했는데.

우리가 손준호 선수를 영입하려 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 부분이 아쉬웠다. 그래서 포백을 다시 꺼내든 이유도 있다. 훈련 하면서 포백과 스리백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포백과 스리백 모두가 인식돼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10-1 스코어가 난 경기는 포백이었다. 2선 중앙 자리에 바그닝요를 실험해 봤는데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염)기훈이가 ‘힘이 많이 남아돈다’고 하더라. 좌우와 중앙에 균형이 맞춰지는 것 같다. (임)상협이가 오른쪽을 가거나 상황에 따라 바그닝요가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다. 중앙에는 전세진, 윤용호, 유주안 같은 선수들을 세워봤다. 퍼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 시즌을 바로 시작해야 한다. 전술적 변화 말고 그 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있는가.

그 자리에 (전)세진이나, (윤)용호, (유)주안 같은 선수들이 그래도 잘 해주고 있다. 특히 전세진 같은 경우 이제 막 올라왔지만 좋은 것을 많이 갖고 있는 선수다. 다른 선수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 공을 소유하면서 이동 트패핑을 하고, 상대 수비에 따라 공을 잡아 놓는 게 틀리다.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세진이가 그런 것을 갖고 있더라. ‘어?’라고 놀랄 때가 많다. 잘 커주기만 하면 언젠가 사고를 칠 선수라고 본다. 우리 코치진들이 다 그렇게 보고 있다. 단 프로라는 것은 쉽지 않다. 바로 들어가게 되면 버거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고, 경험이 쌓이면 좋아질 것이다. 기회는 많이 주어질 거라 생각한다. 용호나 주안이 같이 예전에 있던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종우도 그 자리에서 뛸 수 있다.

상황에 따라 4-3-3을 쓸 수도 있다. 전술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정말 우리 팀이 좋아진 부분이다. 시즌 중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경고 누적을 당했을 때, 변형을 가져갈 예정이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은 다양한 전술을 경험했기에 문제없을 거라 본다. 올해는 포백과 스리백을 때에 따라 변형해 가며 운영할 생각이다.

- 포백 검토도 선수 보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인가.

물론이다. 선수 보강이 안 되면 정말 시스템을 가져가기 힘들다. 5년 동안 해봤지만, 두 시스템을 변형하는 게 절대 쉽지 않았다. 지도자를 하기 전에는 사실 쉽게 생각했다. 막상 해보고 나니, 축구를 알면 알수록 어렵다고 느껴진다.

- 매년 선수 영입으로 고생했다. 올해는 이 과정이 만족스러운가.

매번 나가는 선수는 많고, 들어오는 선수가 없어 힘들었다. 올해는 조나탄이 좋은 것을 많이 남겨주고 가서, 선수 영입을 잘 된 것 같다. 특히 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고 약속했다. 오히려 선수가 없어서 걱정이다. 구단에선 살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사라고 했다.

- 데얀이 온 뒤 면담을 했을 텐데,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 궁금하다.

데얀을 워낙 많이 봤기에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가장 큰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코칭해 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데얀 선수가 갖고 있는 성격이나, 무엇을 원하는지 계속해서 알아가고 있다. 운동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걱정을 조금 하긴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성격이 좋다. 오히려 적극적이고,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 기존 선수들이 ‘너무 편하다’고 할 정도다.

데얀은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 스스로 안다.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힘든 훈련에서도 적극적으로 하려는 게 정말 프로라는 생각이 든다.

- 데얀이 몇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연습 경기에서 매경기 골을 넣고 있다. 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마음가짐과 의욕을 봤을 때 골을 많이 넣겠다는 느낌이 든다. 20골 이상 넣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 임상협과 이기제는?

(임)상협이는 오래 전부터 우리 팀에 오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 기회 때마다 부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됐다. 이번에도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대표 선수도 했던 선수였는데, 많이 성장하지 못한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 ‘오고 싶은 팀에 왔으니 그러면 보여줘라’고 이야기했다.

(이)기제는 선수들 모두가 ‘기술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 능력이 있는 선수인데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다. 자신이 뛸 수 있다는 것에 신이 나서 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다. 의외로 기훈이와 호흡도 잘 맞는다.

- 매튜가 부상을 당했다고 알고 있다.

무릎 연골에 문제가 있다. 팀에 복귀한 후 몸에 이상을 느껴 나갔다 들어오는 것을 반복했다. 정밀진단을 해보니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무래도 수술을 했으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기본 8주는 걸릴 것 같다.

- 현재 수원에 우려되는 사항은?

초반 매튜의 공백과 전에 말했던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또한 새로운 선수들이 얼마나 팀에 융합될 수 있는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무엇보다 훈련기간이 짧다는 게 가장 아쉽다. 그래서 눈까지 치워가며 훈련을 무리하게 진행했다. 하루를 미뤄도 차질이 생긴다.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할 거는 하자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2018년에는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하는 핑계를 대지 말자고 선수들과 약속했다.

- 이번 시즌 리그는 어떻게 예상하는가.

생각했던 것처럼 되는 시즌은 없다고 본다. 그런 부분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울산, 제주 같은 팀들이 전력 보강을 많이 했고, 전북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 상위 몇 팀의 싸움이 더 치열해 질 것이다. 상위와 하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거라 생각한다.

- 상대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줄 때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는가.

다른 해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부담은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담을 가져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그래서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신중하게 나서려 하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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