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위기에서 간신히 탈출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낸 경기였다. 김봉길호가 이번 대회에서 목표인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중국 장쑤성 쿤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1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줬지만 조영욱, 이근호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대회 첫 승을 신고하며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와 다르게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있지 않지만 2018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중요한 대회임은 분명했다. 김봉길 감독도 이 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준비 기간이 짧은 만큼 최소 4강, 그 이후 우승까지 도전하겠다”며 우승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직 수정, 보완할 것이 많아 보였다.

# 풀백 부족과 역습에 취약한 한국

이날 김봉길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며 베트남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은 최전방 이근호를 중심으로 2선에 조영욱, 윤승원, 조재완을 투입하며 공격을 전개했고, 황기욱과 한승규가 중원을 구축했다. 포백은 국태정, 황현수, 이상민, 박재우가 지켰고, 골키퍼 장갑은 강현무가 꼈다.

김봉길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 2명을 배치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가져갈 생각이었고, 베트남의 역습에 대비해 볼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수비진. 경기 초반부터 베트남의 날카로운 역습에 수비진이 흔들렸고, 결국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17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볼을 꾸앙 하이가 날카로운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장면에서 한국은 측면 수비가 뚫리는 동시에 중앙에서 커버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풀백도 부족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격적인 왼쪽 풀백 서영재가 부상으로 낙마했고, 이날 경기에서는 국태정이 이 자리를 지켰지만 전반 42분 만에 부상으로 쓰러졌다. 결국 김봉길 감독은 부상을 당한 국태정을 대신해 윙어인 김문환을 급하게 투입해야 했고, 첫 경기부터 중요한 포지션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최전방 공격수의 부진, ‘막내’ 조영욱이 돋보인 아쉬운 현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봉길 감독이 가장 고민하던 포지션은 바로 최전방 공격수 자리다. 현 대표팀에는 윤승원, 조영욱(이상 서울) 김문환(부산) 조재완(서울 이랜드) 등 스피드와 개인 기술을 갖춘 선수들이 많지만 확실한 원톱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김건희(수원) 박인혁(FK보이보디나) 이근호(포항)라는 공격수가 있지만 기량이 엇비슷한다는 평가와 함께 확실히 치고 올라가는 선수가 없었다.

일단 김봉길 감독의 선택은 이근호였다. 득점포는 가동했다. 후반 28분 프리킥 찬스를 만든 윤승원이 왼발로 날카롭게 올려줬고, 이근호가 방향만 바꾸는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 한 장면을 빼고 이근호의 활약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중요한 결승골 장면에서 자신의 장점인 높이를 살린 것은 칭찬해 줄 수 있지만 침투와 연계 플레이 등에서는 냉정하게 합격점을 줄 수 없었다.

반대로 ‘막내’ 조영욱의 활약상은 인상적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된 조영욱은 과감한 돌파와 적극적인 슈팅으로 대표팀의 공격 찬스를 만들었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해결사로 등장했다. 0-1로 뒤지던 전반 29분 한승규가의 전진패스를 받은 조영욱이 문전으로 침투했고,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결과적으로 막내 조영욱이 위기의 김봉길호를 구해냈다.

# 창의성이 부족했던 공격 전개...확실한 플레이 메이커가 없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원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공격형 미드필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윤승원과 장윤호라는 K리그에서 인정받는 미드필더가 있고, 한승규와 황기욱도 공격 전재 능력을 가진 미드필더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중원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며 공격 전체의 그림을 그려갈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김봉길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서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윤승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윤승원의 주 포지션은 미드필더라기보다는 공격수에 가까운 선수고, 소속팀에서는 측면 플레이가 더 인상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윤승원의 활약도 아쉬웠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고, 드리블 돌파와 패스가 계속해서 끊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봉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장윤호를 투입하며 윤승원을 측면으로 배치했고, 이때부터 윤승원의 공격이 조금은 살아났다. 비록 결정적인 페널티킥 찬스에서 파넨카킥을 시도해 실패하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후반에 윤승원이 측면으로 배치되면서 공격력이 살아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었고, 이근호의 결승골에 도움을 기록한 것도 윤승원이었다.

일단 승리라는 결과를 만든 김봉길호다. 그러나 이번 대회, 나아가서는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해서는 창의성을 가진 미드필더가 필요한 것은 분명했고, 남은 일정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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