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도쿄(일본)] 유지선 기자= 2017 동아시안컵 대회의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신태용호는 이번 대회에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쫓았다. 100% 만족할 순 없지만, 사냥 성과는 꽤 흡족하다.

한국은 16일 오후 7시 15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마지막 3차전 경기에서 4-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승 1무로, 일본(2승 1패)을 제치고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은 물론이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려 마음먹었다. 수비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수비 조직력’ 극대화를 목표로 삼았고, 공격 쪽에서는 손흥민 등 해외파 선수들을 제외한 채 새로운 ‘플랜B’를 찾아 나섰다.

결과적으로 목표로 하던 것의 절반 이상은 해냈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2-2로 무승부를 거두며 우승 도전이 험난할 것 같았지만, 북한을 상대로 철저하게 실리 축구를 펼치면서 원하던 승리를 챙겼고, 일본과의 최종전에서는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정상에 올랐다.

“그동안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한 팀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2회 연속 우승을 이뤄낼 수 있으면 좋겠다”던 신태용 감독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공격 쪽에 새로운 ‘플랜B’를 발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였다. 이번 대회에서 공격진에는 빠른 발의 이근호를 비롯해 활동량이 많은 이정협, 제공권에 유리한 김신욱, 여기에 저돌적인 ‘신예’ 진성욱까지 부름을 받아 경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회를 주로 부여받은 건 김신욱과 진성욱이었다. 이근호는 피로 누적으로 무릎에 물이 차면서 한일전에만 선발로 나섰고, 이정협은 소속팀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뒤늦게 합류한 탓인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김신욱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최전방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상대 수비수에게 부담을 안겨줬고, 머리와 발을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공격을 펼쳤다. 직접 득점으로 마무리하는 해결사 역할은 물론이며,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도 일품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사실 196cm의 장신 스트라이커인 김신욱은 그동안 제공권을 활용한 전략에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달랐다. 김신욱은 “과거 대표팀에서는 후반에 지고 있을 때 투입됐고, 공중볼만 강조한 적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신태용 감독님은 저의 장점을 높이가 아닌 발밑 기술이라고 하셨다. 죽어가던 저를 살려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내비쳤다.

김신욱은 이번 대회를 통해 빠른 발을 활용해 많이 뛰는 손흥민, 이근호 등과는 또 다른 유형의 효과적인 공격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공격 쪽의 실험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한국은 세 경기에서 ‘4백-3백-4백’을 번갈아 사용했다. 그러나 그동안 주로 훈련해온 건 4백이다. 북한전에서의 3백은 꽤 견고했지만, 4백을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는 합격점을 받기엔 부족했다.

측면 자원을 공격에 적극 가담시키다 보니 뒷공간에 허점이 생기고, 측면에서 기회를 내줄 땐 중앙에서 이후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 협력 수비가 아직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여러 마리의 토끼를 쫓던 신태용호, 몰론 수비 조직력 극대화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대회 첫 2연패와 김신욱의 활약, 수문장 조현우의 등장 등 여러모로 꽤 많은 소득이 있는 대회였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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