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도쿄(일본)] 정지훈 기자= 강력한 압박과 투지 그리고 날카로운 측면 공격을 통해 일본을 공략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7시 15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일본을 상대로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 경기를 펼친다.

운명의 만남이다. 마치 누군가 대회의 흥행을 위해 판을 제대로 깐 느낌이다. 마지막 날, 마지막 경기에서 운명의 한일전이 열리고, 토너먼트 대회의 결승전처럼 우승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계산은 단순하다. 이기는 팀이 모든 것을 가져간다. 현재 일본이 2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한국이 1승 1무로 2위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승리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고, 일본은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을 확정한다. 상대의 안방에서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히려 단순하게 접근하면 승리만을 생각하며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사실 이번 동아시안컵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한 대회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을 앞두고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하는 무대고, 중국과 북한 역시 다양한 선수들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실험의 장이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4팀 중 유일하게 우승이 목표라는 것을 공언했고, 신태용 감독을 향한 좋지 않은 여론과 맞물려 반드시 승리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신태용 감독도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한판이라고 했다. 일본전을 앞둔 신태용 감독은 “과정과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가장 중요한 경기가 있다. 일본전이 그렇다. 일본의 안방이지만 잘 할 수 있는 것을 주문하겠다. 두 팀 모두 월드컵에 나간다. 멋진 경기를 하면서 승리를 가져오겠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신태용호에는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이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우승이라는 목표까지 설정돼 있다. 만약 승리해 우승을 한다면 그동안의 비난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모 아니면 도다. 신태용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월드컵을 앞두고 한일전이 열리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앞선 두 경기에서 어떤 성적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좋은 경기를 하더라도 한일전에서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면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멋진 경기를 위해 잘 준비하겠다”며 한일전에 큰 의미를 부여했고, 이제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결과를 내려면 상대를 잘 알아야 한다. 일단 일본 축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실리 축구가 더해졌지만 여전히 특유의 패스 축구를 구사한다. 기본적으로는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4-1-4-1 포메이션을 사용해 공격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여기에 높은 볼 점유율과 짦은 패스 축구로 찬스를 만든다.

핵심은 패턴 플레이다. 개인 기술보다는 빠른 원터치 패스, 2대1 패스로 찬스를 만들고, 패턴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공략한다. 여기에 좌우 측면에서 연결되는 크로스를 통해 슈팅 찬스를 잡고, 공격적인 침투도 돋보인다.

가장 주목해야할 선수는 J리그 득점왕이자 최우수선수인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고바야시 유다. 고바야시는 지난 시즌 리그 33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하며 막강한 득점력을 과시했고, 연계플레이에도 장점을 보이는 공격수다. 키가 작아 공중볼에는 약하지만 역습과 침투 능력에 있어서는 강한 경계가 필요하다.

일본은 짧고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로 공격을 전개한다. 패스로 중앙과 측면을 흔들다가, 공간이 생기는 즉시 슈팅을 때리거나 문전으로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허용하기 전에 패스의 줄기부터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패스의 시발점은 중원에 자리하는 곤노 야스유키와 이데구치 요스케다. 두 선수는 북한과의 1차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해 4-2-3-1 전형에서 중원을 지켰다. ‘베테랑’ 곤노와 ‘21세 신예’ 이데구치의 중원 조합은 꽤 훌륭했다. 정확도 높은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곤노는 길목에 버티고 서서 수비적으로도 탁월한 모습을 보여줬다.

곤노는 2년 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마주했던 이재성에게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이재성은 15일 인터뷰에서 “2년 전에 감바 오사카의 곤노와 맞붙었는데, 우리의 공격을 굉장히 잘 막았던 기억이 있다. 곤노를 어떻게 뚫어야 할 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경계대상 1순위로 꼽았다.

일본이 강한 상대는 분명하지만 아주 틈이 없는 팀은 아니다. 특히 수비의 불안함은 지난 2경기를 통해 꾸준하게 노출했다. 특히 측면 수비가 불안하다. 지난 2경기를 통해 빠른 발과 개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윙어에 약점을 보였고,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에도 고전했던 것이 일본 수비다.

중앙 수비수들도 크로스 방어에 약점을 보인다. 일단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오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제공권이 강한 공격수들과 경합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 현지에서는 제공권이 좋은 김신욱과 측면 플레이가 좋은 이근호의 출전 여부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점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일단 수비 불안을 유도하기 위해서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 일본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은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잦은 실수를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 전방에서부터 강력하게 압박에 곧바로 역습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압박에 이은 날카로운 측면 공격도 중요하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좌우 측면에 공격 성향이 강한 이재성, 이근호, 윤일록, 김민우 등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고, 측면 수비수 김진수, 고요한 등을 통해 과감한 오버래핑을 시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투쟁심이다. 과거부터 한국의 강력한 압박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고전했던 일본이기에 이번 한일전에서도 투쟁심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여기에 중원에서부터 다소 거친 플레이로 상대가 패스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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