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지바(일본)] 유지선 기자= 실력에 정신력까지 더해진 북한의 벽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높았다. ‘4월 평양’ 원정에서의 기쁨이 오히려 나비효과가 돼 윤덕여호를 더 아프게 찔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은 11일 오후 4시 10분 일본 지바에 위치한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 경기에서 0-1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개막 후 2패를 기록하며 사실상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한국은 일본과의 1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줘도 끈질기게 따라가는 저력을 보여줬다. 전반 38분 이와부치의 결승골로 일본이 승리했지만, ‘잘 싸웠다’며 박수를 받았다. 윤덕여 감독도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북한전은 ‘미세한 차이’가 아닌 ‘큰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북한 선수들은 전반 초반부터 거세게 공격을 펼쳤고, 한국이 자기 진영으로 올라서지 못하게 압박했다. 그로인해 한국은 90분 내내 단 한 번의 슈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 골은 성에 차지 않는다”던 김광민 감독의 말에도 화는 커녕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실제로 북한 선수들과의 수준 차는 컸다. 탄탄한 기본기에 지치지 않는 체력, 적재적소에 제공되는 패스까지 일품이었다. 여기에 정신력까지 더해졌다. 북한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은 이날 무엇보다도 가장 위협적인 무기였다.

이날 북한은 이를 악물고 경기에 나섰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지난 8개월 동안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8개월 전 한국은 평양에서 북한과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치렀다. 당시 한국은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승리를 확신하던 북한의 허를 찔렀다. 북한으로선 꽤나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기자회견 도중 김광민 감독의 입에서 ‘4월 평양’이란 말만 수차례 등장했다. 김광민 감독은 “4월은 우리에게 굉장히 가슴 아픈 기간이었다. 평양에서 한국과 무승부를 거둔 것은 뼈저린 경험이었다”면서 이후 그때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각오로 8개월 동안 열심히 훈련했다“고 밝혔다.

8개월 전 윤덕여호가 평양에서 북한과의 격차를 좁혔다고 기뻐했을 때, 북한은 눈물을 삼키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윤덕여호도 이날 패배의 아픔을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사진= 윤경식 기자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