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임재원 기자= 한 때 EPL을 위협했던 분데스리가의 돌풍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최근 몇 년 간 스페인 라리가와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를 주도했다. 2009-10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준우승을 시작으로 최근 8시즌 동안 무려 4개 팀이 UCL 무대 결승에 올랐다. 지난 2012-13 시즌에는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모두 결승전 티켓을 따내기도 했다.

지난 시즌까지도 분데스리가의 위력은 나쁘지 않았다. 뮌헨, 도르트문트, 바이어 레버쿠젠까지 총 3팀이 조별리그 문턱을 넘었다. 이 중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8강에 진출하며 분데스리가의 선전을 이끌었다. 레스터 시티만이 8강에 진출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보다도 더 좋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사정이 급격히 달라졌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젊은 지휘력으로 탄탄한 모습을 보여줬던 호펜하임이 UCL 플레이오프에서 리버풀을 만나고 말았다. 호펜하임은 나름대로 저력을 보여줬지만 리버풀의 강력한 화력을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UCL 본선 무대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분데스리가 최대 이슈였던 RB 라이프치히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이프치히는 탄탄한 자본력과 젊은 유망주들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위 자리를 차지했다. 티모 베르너(21), 에밀 포르스베리(26), 나비 케이타(22) 등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베식타스, 포르투, AS모나코 등 절대 강자가 없는 G조에 속해 손쉽게 16강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뚜껑을 열어 보니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UCL 무대 경험이 없는 탓이었을까.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이 UCL 무대에만 오면 얼어붙었다. 베식타스와의 2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했고, 포르투 원정에서 1-3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탄탄했던 ‘수비 조직력’은 리그에서만 통용되던 단어로 전락했다.

분데스리가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도르트문트의 사정은 더 최악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피터 보츠 감독을 새로 선임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받아 든 성적은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피에르 오바메양이 이끄는 공격진의 화력은 여전하지만 수비력이 바닥을 기고 있다. 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라이프치히와 달리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에서도 6위에 머물러 있다.

유일하게 체면치레를 한 뮌헨도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다. 시즌 초반, 카를로 안첼로티 체제에서 선수들이 불만을 나타냈고 이것이 경기력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파리 생제르맹에 0-3으로 완패한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다행히 유프 하인케스 감독이 다시 돌아오며, 빠르게 팀을 정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승후보 1순위’ 뮌헨의 모습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분데스리가 주춤한 사이 다른 ‘라이벌’들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EPL의 급성장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UCL 무대에 출전한 5개 팀이 모두 16강행 열차를 탔다. 첼시를 제외한 4개 팀이 조 1위를 기록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최강’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도 아틀레티코 마드리가 고배를 마셨음에도 3개 팀이 16강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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