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이탈리아, ‘베테랑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39)의 마지막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탈리아는 14일 4시 4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쥬세페 메아챠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1, 2차전 합계에서 0-1로 밀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두 골 차 이상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두고,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연출해보이겠단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노장’ 부폰의 얼굴에는 좀 더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부폰은 오랜 기간 이탈리아 대표팀의 골문을 지켜왔다. 1997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20년 가까이 변함없이 이탈리아 골문 앞에 선 것이다. 앞서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던 부폰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것이 유력해보였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탓인지, 부폰은 경기 전 “이탈리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다. 우리는 월드컵 진출이라는 꿈을 손에 넣을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90분 내내 간절함이 묻어났다.

부폰은 이탈리아가 공격권을 쥐고 스웨덴의 골문을 두드릴 때면 앞으로 나와 박수를 보내고 큰소리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일분일초를 다투던 후반전 막바지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스웨덴 문전에 자리하며 공격에 가담하기도 했다. 침착하게 문전에 섰던 그동안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추가시간 5분이 모두 흐르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말았다. 경기 내내 초조해보이던 부폰은 휘슬 소리와 동시에 씁쓸한 현실을 받아들인 듯 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꿈꿨던 부폰, 부폰은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 위에서 눈물을 쏟는 동료 선수들을 하나 하나 다독인 뒤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현실에 그 누구보다 가슴 시렸을 부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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