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4전 5기. 4번을 넘어진 신태용호가 5번째 극적으로 일어섰고, 경기와 결과 모두 잡으며 충격적인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제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어쩌면 더 큰 산 세르비아가 남아있고, 신태용호는 또 다른 맞춤 전술로 세르비아전을 준비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지난 3월 28일 시리아전을 끝으로 6경기(3무 3패) 동안 승리가 없던 한국은 7경기 만에 승리를 맛봤고, 신태용 감독 역시 부임 후 첫 승을 거뒀다.

감격적인 첫 승과 함께 극적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신태용호는 FIFA 랭킹 13위에 빛나는 콜롬비아를 상대로 ‘아시아의 호랑이’가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제 다음 상대는 동유럽의 강호 세르비아다.

지난 콜롬비아전에서 맞춤 전술로 재미를 봤던 신태용 감독이지만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는 분명 다르다. 콜롬비아가 개인 기술과 빠른 스피드로 공격을 전개한다면 세르비아는 강력한 피지컬과 간결하면서도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는 콜롬비아와는 전혀 다른 맞춤 전술을 준비해야 하고, 이번 세르비아전도 신태용 감독과 토니 그란데 코치의 전술적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무대다.

# 4-4-2 카드 꺼낸 신태용호, 맞춤 전술 ‘대성공’

콜롬비아전을 앞둔 신태용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눈동자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수비보다는 우리도 부딪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선수들을 믿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신태용 감독과 그란데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콜롬비아를 철저하게 분석했고, 맞춤 전술을 들고 나왔다. 예상과는 다른 4-4-2 포메이션이었다. 그동안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U-20 월드컵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한 적이 있어도 플랫 형태의 4-4-2를 사용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콜롬비아의 에이스 하메스를 막기 위해서는 두 명의 미드필더가 필요했고, 이에 기성용과 고요한을 중원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고요한은 하메스를 전담 마크하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고, 기성용의 클래스도 여전했다. 여기에 투톱으로 손흥민과 이근호를 배치해 강력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동시에 날카로운 침투로 찬스를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콜롬비아의 에이스 하메스는 사실상 경기에 영향을 주지 못했고,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은 홀로 두 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여기에 K리그에서 활약하는 고요한, 최철순, 김진수, 이근호 등이 맹활약하며 신태용호가 완전체가 됐음을 알렸다.

# 신태용+그란데의 맞춤 전술, 세르비아전도 ‘개봉박두’

분명 콜롬비아전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란데 코치의 분석이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그란데 코치는 스페인 수석코치 시절 쓰던 콜롬비아 분석 비디오를 꺼내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신태용 감독도 그란데 코치와 여러 아이디어를 나누며 다양한 조합을 준비했다. 경기 후 이재성과 고요한도 "영상이 큰 도움이 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신태용 감독과 그란데 코치의 합작품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전체적인 그림을 그렸고, 그란데 코치가 세밀한 부분을 조언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그란데 코치가 콜롬비아전에 앞서, 하메스를 꽁꽁 묶어야한다고 주문했다"면서 "신태용 감독이 이에 고요한에게 특별 주문을 넣었다"고 후문을 전했다. 그란데 코치의 조언과, 신 감독의 알맞은 선수 선택이 효과를 낸 것이다.

이제는 세르비아전이다. 분명 콜롬비아와는 다른 색깔을 지닌 팀이다. 콜롬비아가 선수 개인의 능력이 좋고, 전체적으로 빠른 팀이라면 세르비아는 조직력이 좋다. 여기에 힘과 높이 그리고 세밀함까지 갖추고 있어 아시아 팀들에게는 더 힘들 수 있는 상대다.

스타플레이어도 가득하다. 비록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는 네마냐 마티치가 빠졌지만 EPL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두산 타디치(28, 사우샘프턴),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23, 뉴캐슬)가 건재하고, 경험이 풍부한 알렉산다르 콜라로프(31, AS 로마)와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33, 제니트)도 경계 대상이다.

어찌보면 콜롬비아보다 더 강력한 상대다. 콜롬비아가 2군에 가까웠다면 세르비아는 1군에 더 가깝기 때문. 여기에 세르비아가 중국전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을 경계해야 하고, 득점까지 만든 최전방 공격수 미트로비치의 힘과 높이를 잘 막아야 한다.

결국은 이번에도 수비가 중요하다. 미트로비치, 타디치, 아뎀 라이치,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가 만드는 공격 작업을 막지 못한다면 콜롬비아전과 같은 경기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분명 다른 수비 전술로 나와야 한다. 한 번 더 4-4-2 포메이션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힘, 높이, 조직력을 갖춘 세르비아를 상대로 다른 맞춤 전술이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고, 이번에도 그란데 코치 등 코치진과 상의해 최고의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신태용 감독은 ‘조력자’ 스페인 코치 듀오에 대해 “밥 먹고 자는 시간 말고는 모든 코치진이 함께 지내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훈련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스페인 대표팀의 노하우를 듣고 있다. 많은 되고 있다”며 두 코치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어 신태용 감독은 “콜롬비아전은 키포인트로 협력 수비로 잡았다. 한 명이 잡으면 한 명이 따라 붙고, 때로는 두 명이 선수가 붙었다. 그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플레이도 잘 됐다. 지난 10월에는 임시방편으로 변형 스리백을 사용했는데 그때는 선수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무실점 경기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월드컵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만들어나갈 수 있다. 자신감을 되찾았다. 다가오는 세르비아전을 시작으로 신태용호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태용호에 맞는 맞춤 전술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세르비아전은 시작됐다. 신태용호는 콜롬비아전 승리를 기뻐할 시간도 없이 울산으로 넘어갔고, 12일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세르비아전을 준비한다. 이 사이 그란데 코치는 콜롬비아전에서도 효과를 본 상대 맞춤식 영상 분석을 통해 선수들과 미팅을 할 계획이고, 신태용 감독도 이 분석을 토대로 새로운 전술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시 변형 3백을 사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4-4-2를 조금 더 가다듬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새로운 전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태용호가 콜롬비아전에서 보여준 투지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고, 설령 패배하더라도 박수 받는 경기력이 중요하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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