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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의 트루패스] 신태용호는 어떻게 ‘비난’을 ‘찬사’로 바꿨나

[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우리 선수들이 이번 소집 때부터 눈빛이 달랐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보였다. 결과를 떠나 경기 내용 면에서 선수들이 잘 해줬고, 월드컵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신감을 찾았다. 월드컵까지 신태용호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겠다.”

신태용 감독의 말대로 이제부터다. 최근 최악의 위기에 빠졌던 신태용호가 엄청난 압박을 이겨내며 비난을 찬사로 바꿨고, 아시아의 호랑이가 돌아왔음을 알렸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팬심’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지난 3월 28일 시리아전을 끝으로 6경기(3무 3패) 동안 승리가 없던 한국은 7경기 만에 승리를 맛봤고, 신태용 감독 역시 부임 후 첫 승을 거뒀다.

[매치 분석①] ‘4-4-2’ 승부수를 던진 신태용 감독

경기 전부터 신태용 감독은 자신감에 넘쳤다. 상대는 FIFA 랭킹 13위에 빛나는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였지만 신태용 감독은 물러서지 않았고, 비난 여론을 정면 돌파했다. 특히 신태용 감독은 순항 양 같은 축구가 아니라, 아시아의 호랑이다운 투지 넘치는 경기력을 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분위기가 좋지 않아 심리적으로 위축돼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훈련을 보면서 이제 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고, 여유가 생겼다. 선수들을 믿고 있고, 선수들의 눈동자가 달라졌다. 수비보다는 우리도 부딪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달라진 한국을 예고했다.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 전에는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한 3-5-2 포메이션 또는 이정협을 원톱으로 배치하는 4-1-4-1이 예상됐지만 신태용 감독은 전혀 다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바로 4-4-2 포메이션. 그동안 신태용 감독은 다이아몬드 4-4-2를 자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다이아몬드형이 아닌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그동안 신태용 감독은 변형 3백을 사용했을 때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다시 4백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손흥민의 활용법을 찾기 위해 투톱을 가동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결국 이 모든 것을 종합해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인상적이었다. 특히 공격 전개와 전방 압박이 확 달라졌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의 파트너로 이근호를 선택했는데 이것이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활동량, 압박, 침투가 장점인 이근호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간을 만들었고, 때로는 과감한 침투로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이근호, 손흥민이 전방부터 압박했고, 좌우 측면에 위치한 이재성과 권창훈도 압박에 가담하며 콜롬비아의 실수를 유도했다.

결국 한국이 주도권을 잡았고, 선제골을 기록했다. 신태용 감독의 노림수가 적중했고, 이근호-권창훈-손흥민의 트리오가 선제골을 합작했다. 전반 11분 오른쪽 측면을 침투하던 이근호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것이 권창훈의 몸을 맞고 문전으로 향했다. 이후 손흥민이 공을 잡았고, 상대 가랑이 사이를 보고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신태용 감독이 의도한대로 선제골이 나왔다. 이근호의 측면 돌파, 권창훈의 연계, 손흥민의 마무리.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고, 콜롬비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매치 분석②] ‘신’의 한수였던 고요한의 중원 배치, 기성용의 클래스는 여전

신의 한수, 아니 신태용 감독의 한수였다. 그 주인공은 고요한이다. 주로 측면에서 활약하는 고요한이 기성용의 파트너로 선택됐고, 엄청난 활약으로 비난을 찬사로 바꿨다. 사실 고요한은 지난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아쉬운 경기력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에 신태용 감독이 고요한을 다시 뽑았을 때 조금은 의외의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고요한은 신태용 감독의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신태용 감독의 노림수는 분명했다. 콜롬비아에는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 하메스가 있기 때문에 고요한을 중원에 배치해 하메스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 모두에 기여하게 만들었다.

인상적이었다. 중원에 배치된 고요한은 강력한 압박, 왕성한 활동량, 끈질긴 대인방어를 바탕으로 하메스를 지웠고, 하메스는 몇 차례 날카로운 프리킥을 보여줬지만 경기에 많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에 측면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압박을 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기성용의 클래스도 여전했다. 탈 압박을 보면 마치 스페인 미드필더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기성용은 헌신적이었다. 어김 없이 한국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진 기성용은 왕성한 활동량과 정교한 패싱력으로 찬스를 만들었고, 포백을 보호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했다. 여기에 선수들이 흥분할 때는 침착하게 진정시키며 다독였고, 경기를 조율하며 한국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캡틴’ 기성용은 약속을 지켰다. 경기 전 기성용은 “주장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결과를 떠나서 우리가 준비한 것을 보여주겠다. 지난 경기 아쉬웠지만 이번 두 경기가 매우 중요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자신감을 찾을 것이다. 팬들도 많이 돌아올 것이다. 우리에게 달린 문제다”며 좋은 경기력과 함께 팬들의 마음을 돌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의 말은 허언이 나이었고, 팬들의 마음을 돌렸다.

[매치 포인트] 투지-압박-침투 살아난 한국, 아시아의 호랑이가 돌아왔다

“우리 선수들의 눈동자가 살아있다.” 신태용 감독의 말 대로였다. 한국 축구의 투지는 여전히 살아있었고, 선수들의 눈빛이 확 달라져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상대 에이스인 하메스를 막기 위해 고요한을 중원에 배치했고, 전방에 활동량이 좋은 이근호를 투입해 손흥민과 함께 투톱을 구성했다. 여기에 권창훈, 기성용, 이재성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콜롬비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투지가 살아난 한국이 계속해서 거칠게 콜롬비아를 압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유도 생겼다. 오히려 콜롬비아가 다급해졌고, 콜롬비아 선수들은 비 매너 행동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침투도 인상적이었다. 전반에는 손흥민, 이근호, 권창훈이 과감하게 침투하며 찬스를 만들었다면 후반에는 이정협, 손흥민을 중심으로 날카롭게 침투해 찬스를 잡았다. 결국 한국의 침투가 추가골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해결사는 손흥민이었다. 후반 16분 최철순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반 박자 빠른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골키퍼 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골로 한국은 2-0 리드를 잡았고, 이후에도 강력한 압박과 날카로운 공격 전개로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투지-압박-침투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결국 한국의 승리. 만약 결과가 패배여도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였다. 그만큼 한국은 투지가 넘쳤고, 선수들의 눈동자는 살아있었다. 그리고 신태용호는 스스로 비난을 잠재웠고, 아시아의 호랑이가 돌아왔음을 알렸다.

[매치 이슈] 비 매너 콜롬비아, 거친 태클+인종차별...결국 사과

당황스러울 만했다. 한국의 경기력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 자존심이 상한 콜롬비아 선수들이 쫓기는 모습을 보였다.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한국 선수들을 강제로 끌어올렸고, 헐리우드 액션을 하는 등 다급한 마음을 겉으로 드러냈다. 에이스가 그런 모습을 보이자 나머지 선수들도 다급함을 느꼈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후반 17분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에드윈 카르도나가 양손으로 두 눈을 찢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눈이 작은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으로 인식된다. 여기에 콜롬비아 선수들은 계속해서 거친 반칙으로 대응했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기 후 콜롬비아 페케르만 감독은 “나는 보지 못했다. 거칠고 힘든 경기였고, 그런 장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선, 더 이상의 말을 할 수 없다"면서 끝까지 답변을 피했다. 최악의 행동에 최악의 반응이었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콜롬비아 언론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콜롬비아 방송사 '카라콜 TV' 루이스 필리페 자라밀로 기자는 카르도나의 행동이 찍힌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콜롬비아 언론들도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인종차별의 당사자인 카르도나가 공개 사과했다. 카르도나는 콜롬비아 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도 비하할 목적은 없었다. 그러나 내 행동이 누군가를 기분이 상하거나 오해를 일으켰다면 미안하다. 입국 첫날부터 환대해준 한국 국민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난 문제를 일으키러 온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 중 오해에서 빚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이미 논란은 퍼졌다. 결과적으로 콜롬비아는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 다급함에 쫓긴 콜롬비아는 경기에 승리할 생각은 하징 않고 엉뚱하게 인종차별 제스처로 분노를 표출했다. 입국 당시 한글로 “안녕하세요. 한국”이라는 해맑은 인사를 건넸던 콜롬비아는 추잡한 모습으로 한국을 떠나게 됐다.

[매치 리액션] 신태용 감독, “월드컵 준비는 이제부터”

대한민국 신태용 감독: 어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이번 소집 때부터 눈빛이 달랐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보였다. 이번 콜롬비아전을 준비할 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와 많은 공유를 했다. 우리 선수들이 너무나 잘 따라와 준 것 같다. 스코어를 떠나 경기 내용 면에서 선수들이 잘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월드컵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만들어나갈 수 있다. 자신감을 되찾았다. 다가오는 세르비아전과 동아시안컵을 비롯해 내년 3월, 월드컵까지 신태용호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겠다.

콜롬비아 호세 페케르만 감독: 콜롬비아와 한국 모두 월드컵에 나서는 팀이고, 그래서 힘든 경기였다. 한국은 속도가 빨랐다. 힘들었다. 전반전엔 속도를 따라가기에 벅찼으나, 후반전에 어느 정도 따라 갈 수 있었다. 그 결과 한 골을 만회했다. 정말 힘들고 중요한 경기였다. 공격적인 축구를 했지만 한국 수비진이 조직적으로 잘 막았다. 수비수들도 빠른 스피드를 가졌다. 어려웠다. 다만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서는 보지 못했다. 거칠고 힘든 경기였고, 그런 장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선, 더 이상의 말을 할 수 없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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