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한국 축구 최악의 위기. 대한축구협회의 수장 정몽규 회장이 개혁을 선언했지만 디테일이 부족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왜 대표팀과 협회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지, 현실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의 위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이란, 우즈베키스탄)를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부진한 경기력과 다양한 논란으로 인해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 10월 A매치 기간에 열린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최악의 졸전을 펼치며 비난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위기의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수장 정몽규 회장이 직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축구의 개혁을 선언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한국 축구의 위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몽규 회장은 “최근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함께 대한축구협회의 비난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해 송구스럽다. 대표팀의 전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대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다. 협회는 신태용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협회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발전할 것이다”며 신태용 감독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약속하는 동시에 변화를 예고했다.

# 정몽규 회장의 개혁안, 핵심은 ‘대표팀 강화-인적 쇄신’

정몽규 회장이 약속한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찾기 위해 대표팀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협회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대표팀 강화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정몽규 회장은 “신태용 감독님이 성인 대표팀은 처음이다. K리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월드컵 대표팀은 차원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유럽과 남미 등을 경험한 능력 있는 외국인 코치를 영입할 것이다. 대표팀 지원 체계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 대표팀 지원 체계도 혁신할 것이다. 장기적인 플랜을 짜겠다”며 신태용 감독을 도울 새로운 코치를 영입해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진한 경기력을 책임지는 동시에 경기력을 강화할 새로운 기구의 창설도 언급했다. 한 마디로 국가대표팀 전단 지원 팀이 창설된다. 이에 대해 정몽규 회장은 “11월 A매치는 콜롬비아, 세르비아로 확정됐다. 내년 월드컵까지 강팀과 경기를 해서 월드컵을 준비하겠다. 지금까지는 경기력에 대한 책임을 기술위원회가 졌는데 앞으로는 감독 선임, 선수 선발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협회의 개혁도 약속했다. 핵심은 인적 쇄신이다. 최근 비리가 터져 나온 대한축구협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꼭 필요했다. 이에 대해 정몽규 회장은 “전반적인 책임은 저한테 있다. 제가 회장이 되고 나서 투명한 협회를 만들기 위해 클린 카드 등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모든 비리를 알지는 못했다. 죄송스럽다. 앞으로는 협회가 투명해질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 인적 혁신에 대해서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할 것이고,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젊은 협회가 되겠다. 임원 개편도 하겠다”며 개혁을 약속했다.

# 디테일 부족도 문제, 더 큰 문제는 ‘현실 파악 제로’

대한축구협회가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해서는 좀 더 현실적인 개혁안이 필요했다. 물론 좋은 방향을 가진 개혁안도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을 해나갈지에 대한 디테일은 부족했다. 특히 정몽규 회장은 취재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정몽규 회장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종합해서 다시 말씀드리겠다.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했고, 다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빠른 시간 안에 발표하겠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고, 해결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마지막까지 정몽규 회장은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축구협회에 여러 변화가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명확한 답변 대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더 큰 문제는 현실 인식이다. 지금 대표팀이 왜 비난을 받고 있고, 왜 협회가 신뢰를 잃었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여론에 대한 파악은 제로에 가까웠다. 정몽규 회장은 대표팀과 협회가 비난받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대표팀의 부진으로 파악했다.

정몽규 회장은 “근본적으로 성적이 나빴기 때문이다. 다른 배경은 잘 모르겠다. (협회에 대한 신뢰 여부는)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고, 주관적이다. 제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협회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는데 비난 여론에 대한 현실 파악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현재 대표팀과 협회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경기력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은 본질적인 문제로 경기력에서 찾다보니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협회 비리에 대한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현재 협회를 향한 비난 여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회전문 인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떠나면서 이용수 위원장도 책임을 지며 물러났지만 이번에 히딩크 감독을 만나고 온 인물은 이용수 부회장이었다. 단지 직책만 바뀌었고, 여전히 협회에 주요 인사로 남아 있었다.

현실 파악은 제로에 가깝다. 임원 쇄신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히딩크 논란에 대해서도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몽규 회장은 히딩크 논란에 대해 “최근에는 정리 됐지만 히딩크 논란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초기에 협회가 대응을 잘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협회는 신태용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히딩크 논란은 대표팀의 경기력 때문에 나왔다”며 히딩크 논란을 다 끝난 것처럼 이야기했다.

정몽규 회장의 말처럼 히딩크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협회의 안일한 대응과 김호곤 부회장의 잘 못된 대응으로 일이 더 커졌고, 정몽규 회장은 적어도 이에 대한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 모든 논란의 본질을 대표팀의 경기력에서 찾는 것도 협회가 여전히 현실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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