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러시아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한국 축구의 현실을 깨닫게 한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은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한 계획이 부른 참사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엘의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했다.

한국은 지난 7일 러시아전(2-4 패)에 이어 또 다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대표팀에 대한 불신과 비판을 잠재우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 역시 부임 후 4경기(2무 2패) 동안 첫 승을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우려했던 부분은 모두 터졌다.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드러난 불안감은 10월 A매치에도 계속됐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만날 수도 있는 러시아와 모로코를 상대로 총 7골이나 실점하며 처참히 무너졌다.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번의 원정 평가전에서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내용 면에서도 희망적인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한국 축구에 대한 불신만 얹어온 꼴이 됐다.

협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일한 계획 속 원정 평가전이 한국 축구를, 스스로를 더욱 위기로 내몰았다.

시작부터 잘못됐다. K리그를 배려한다는 명분하에 반쪽짜리 대표팀을 끌고 유럽 원정 평가전을 치렀다. 그 결과 신태용 감독은 측면 수비 자원의 부재 속에 경기를 준비했다. 2경기 7골을 실점한 스리백 실험도 근본적 원인은 윙백의 부재에 있었다.

유럽 원정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시간적, 금전적 부분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협회는 100%를 활용할 수 없는 대표팀에 그 기회를 할애했다. 당장 다음달 A매치는 국내 평가전으로 계획했으니 올해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

당장 11월 A매치도 문제다. 강팀과 대진을 추진한다고는 했으나 한국까지 오려는 팀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웬만한 강호들은 유럽 현지에서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일정까지 겹쳐 후보군은 많지도 않다. A매치 일정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상대를 구하지 못한 이유다.

이는 옆 나라 일본과 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본은 진작 10월과 11월 A매치 일정을 잡았다. 11월에는 유럽 원정을 떠나는데, 상대가 브라질과 벨기에다. 상대가 누구냐를 떠나 모든 일정을 철저히 계획했다는 점이 한국과 차이다.

한국의 10월 역시 참사로 끝났다. 잃은 게 너무나도 많았던 유럽 원정 평가전이었다. 더 큰 문제는 다가올 11월에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의 안일한 계획이 그 불안감을 더 높여주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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