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신태용 감독은 경기의 패인으로 ‘골 결정력’을 꼽았다. 그러나 러시아전에서 나온 진정한 문제는 수비 불안이었고, 수비 개선 없이는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VEB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자책골만 2골을 헌납하며 2-4 완패를 당했다. 그나마 신태용호의 득점포가 3경기 만에 터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4골을 헌납한 것은 아쉬웠다. 여기에 이날 패배로 신태용 감독은 경기력과 결과 모두 잡지 못하며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결과와 내용 모두를 잡아야하는 한판이었다. 월드컵 최종 예선 두 경기에서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복귀론까지 터져 나왔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이번 러시아전을 앞두고 결과와 경기력 모두를 잡아야 한다면서 공격적인 축구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전반에 몇 차례 보여준 공격 전개와 후반 막판에 나온 두 골을 위안 삼을 수 있겠지만 4골이나 내준 수비력은 최악에 가까웠고, 최악의 여론을 돌리기 위해서는 수비 개선이 시급하다.

[전술 분석] ‘부족한 풀백’ 신태용의 선택은 변형 3백

이번 유럽 원정 평가전은 전원 해외파로 구성됐다. 이런 이유로 부족한 포지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 풀백과 최전방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변형 3백이었다.

이날 신태용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공격진에서 손흥민, 황의조, 권창훈이 호흡을 맞췄고, 중원은 구자철과 정우영이 구축했다. 좌우 윙백에는 김영권과 이청용이 위치했고, 3백은 권경원, 장현수, 김주영이 구성했다. 골문은 변함없이 김승규가 지켰다.

핵심 선수는 김영권, 장현수, 이청용이었다. 김영권과 이청용은 익숙하지 않은 윙백 포지션에서 공수 모두에 기여해야 하고, 장현수는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면서 변형 3백의 중심 역할을 해야 했다.

예상보다는 이청용의 수비력은 나쁘지 않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오히려 공격 전개에서 특유의 날카로움을 전반에는 보여주지 못했고, 김영권도 공격에 적극 가담했다. 여기에 장현수도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를 오가는 포어 리베로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공격 전개도 지난 최종 예선 두 경기보다는 좋아졌다. 손흥민, 황의조, 권창훈이 수시로 자리를 옮기며 무한 스위칭을 시도했고, 세 선수 모두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기회를 창출했다. 특히 좌우 측면에 배치된 손흥민과 권창훈이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몇 차례 찬스를 만들었다. 특히 전반 17분과 32분 손흥민과 권창훈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매치 분석①] 세트피스에 무너진 한국, 아쉬웠던 수비 전술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전 결정적인 패인으로 골 결정력과 자책골을 꼽았다. 맞는 이야기다. 골 결정력도 분명 더 좋아져야 하고, 자책골도 불운이 있었다. 그러나 왜 자책골을 허용했는지, 왜 골 결정력이 살아나지 않았는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비였다. 물론 신태용 감독을 위한 변명을 하자면 전원 해외파로 구성하다보니 풀백 자원이 한정돼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전에서 윙백으로 나온 김영권과 이청용은 예상보다는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는 점이고, 오히려 3백의 조직력에서 실점 장면이 나왔다.

첫 번째 골은 세트피스에서 위치 선정과 맨 마킹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전반 막판 러시아의 사메도프가 코너킥을 올려주는 상황에서 신태용호의 세트피스 수비는 맨 마킹과 지역 방어를 동시에 사용했다. 당시 장면을 자세히 보면 문전에서 한국은 7명의 선수가 수비를 했고, 러시아는 5명이 공격을 했는데 한국은 스몰로프의 움직임을 아무도 잡지 못했다.

조직력이 아쉬웠다. 스몰로프는 왼쪽에서 자유롭게 있다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자유롭게 헤딩을 했는데 이때 김영권이 빠르게 맨 마킹을 시도했지만 이미 공은 지나간 상황이었다. 세트피스 방어에서 전술적인 문제가 있었다. 러시아 최고의 해결사를 아무도 개인 방어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였고, 스몰로프가 돌아 뛰는 것을 김영권만 뒤늦게 눈치를 챈 것도 실수였다.

선제골 이후 한국의 수비가 무너졌다. 한국은 후반에 김주영이 자책골을 연달아 내주면서 자멸했다. 특히 두 번째 실점 장면도 세트피스였다. 후반 10분 사메도프의 코너킥을 코코린이 머리로 넘겨줬고, 이것이 김주영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후반 11분 김주영이 러시아의 패스를 막는 과정에서 자책골을 기록했고, 완벽하게 무너졌다.

[매치 분석②] 후반에 살아난 공격력, 그나마 긍정적

결과는 완패였다. 그러나 분명 공격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었다. 특히 전반 17분 손흥민, 구자철, 권창훈이 만든 슈팅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신태용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여기에 전반 32분에도 권창훈의 패스를 받아 손흥민이 강력한 슈팅을 시도한 것도 긍정적이었다.

후반에 두 골을 만회한 것도 좋았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11분 세 번째 골을 내주자 기성용, 오재석, 지동원을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변신을 가져갔다. 전문 풀백 오재석을 투입하면서 4백의 형태로 변화를 줬고, 기성용과 구자철이 중원을 구축했다. 윙백으로 변신했던 이청용이 좀 더 전진했고, 권창훈이 2선에서 자유롭게 활약했다. 확실히 공격력이 살아났다. 기성용이 중원에서 빌드업을 담당했고, 구자철과 권창훈이 적극적으로 침투했다.

결국 두 골을 만회했다. 비록 후반 38분 미란추쿠에게 추가골을 내준 것은 아쉬웠지만 권경원과 지동원의 만회골이 나온 것은 긍정적이었다. 특히 이청용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후반 41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청용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것을 권경원이 헤딩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동안 대표팀의 측면 크로스가 부정확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은 장면이었다.

지동원의 추가골도 이청용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 중원에서 공을 잡은 이청용이 전방에서 침투하던 지동원을 향해 정교한 스루패스를 연결했고, 지동원이 감각적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완패로 끝났지만 신태용의 공격 축구를 볼 수 있는 두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 신태용 감독도 경기력에 있어서 만족감을 드러낸 것도 후반에 나온 두 장면때문이었다.

[매치 포인트] 신태용 감독의 수비 문제는 계속됐다

사실 신태용 감독의 수비 문제는 지난 리우 올림픽부터 지적됐었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지향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수비가 흔들리며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U-20 월드컵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신태용 감독은 변화무쌍한 공격 전술로 조별예선을 완벽에 가깝게 통과했지만 토너먼트에서는 약했다.

월드컵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비가 강해야 성공할 수 있다. 과거 성공을 거둔 거스 히딩크 감독도 수비 조직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수비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당시 대표팀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역습으로 승승장구했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다.

수비 문제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골 결정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비력이었다. 특히 후반 38분 러시아의 추가골 장면을 다시 봐야 한다. 아킨페프의 롱킥을 미란추쿠가 감각적으로 내주는 과정에서 신태용호의 수비수들은 위치 선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어진 슈팅도 막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슈팅이 맞고 나온 것을 미란추쿠가 마무리했는데 이때 어떤 수비수들도 방해하지 못하며 완벽한 골을 내줬다.

개선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신태용 감독의 수비 전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이고,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수비 조직력과 전술을 가다듬어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윤경식 기자, SBS 중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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