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신문로] 정지훈 기자= 히딩크 논란과 부진한 경기력. 여론은 최악이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고, 모든 논란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이미 월드컵 본선으로 향했고, 모든 시계는 월드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0월 A매치 기간을 맞아 유럽 원정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상대는 러시아(7일 러시아 모스코바)와 모로코(10일 스위스)다. 당초에는 모로코가 아닌 튀니지와 맞대결이 예정돼있었지만 튀니지 감독이 일정상 이유로 평가전을 반대했고, 결국 갑작스레 평가전이 취소됐다.

모처럼 성사된 유럽 원정 평가전. 그러나 분위기는 좋지 않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이 공개적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돕고 싶다고 밝히면서 여론은 신태용 감독이 아닌 히딩크 감독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거짓말 논란까지 나오면서 덩달아 신태용 감독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나고 있다.

# 모든 논란에 정면 돌파를 선택한 신태용 감독

히딩크 논란과 부진한 경기력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 모든 상황은 신태용 감독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선수단을 꾸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만약 두 번의 평가전에서 경기력이 좋지 못하다면 비난이 거세질 것은 불 보듯 뻔했고, 선수 선발에 관해서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신태용 감독은 유럽 원정 평가전에 출전하는 23명의 명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첫 인사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 신태용 감독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통은 “안녕하십니까. 신태용 감독입니다” 등 간단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날은 달랐고, 신태용 감독은 작심한 듯 여러 논란에 차례로 답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역시 히딩크 감독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신태용 감독은 피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히딩크 감독님 때문에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님은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사심 없이 도와주신다면 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고, 저 역시도 사심 없이 수용하겠다. 감독님을 통해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며 히딩크 감독의 도움을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단 조건이 있었다. 문제의 단어는 ‘사심’이었다. 어쩌면 부정적인 여론을 더 안 좋게 만들 수 도 있는 단어 선택이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자신이 월드컵 대표팀을 맡은 상황에서 순수한 도움은 받겠지만 다른 노림수가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숨어 있었다.

이어 신태용 감독은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 히딩크 감독님 때문에 여론이 좋지 않은데 소신을 잃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이다. 히딩크 감독님의 향수는 분명 있다고 생각하고, 감독님이 도와주신다고 했으니 받아들일 것이다. 러시아에서 만날 것인데 조언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겠다. 패배했을 때 후폭풍이 있겠지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조언을 듣고 좋은 경기력과 함께 결과까지 만들고 싶다”며 부정적인 여론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 선수 선발 논란, 신태용은 소신을 강조했다

선수 선발에 대한 논란도 나왔다. 비난이 거세지는 이유는 원칙이 없는 선발이라는 점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원 해외파로 꾸려지기 때문에 취약한 포지션이 나왔다고 했고, 특히 공격수 부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은 단 두 명의 공격수를 선발했는데 그 주인공은 지동원과 황의조다.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은 지동원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지동원은 이번 시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석현준, 이승우 등 공격 자원들이 선발되지 못한 것에 대한 논란이 나왔다. 특히 석현준과 이승우는 새로운 소속팀에서 조금씩 출전 기회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 커졌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원칙보다 소신을 강조했다. 일단 이승우에 대해서는 “이승우, 백승호, 이진현은 팀을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승우 같은 경우에는 출전 명단이 2주 전에는 나와야 했는데 그때는 출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그 선수들과 함께 해봤기에 장점을 알고 있다.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고,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올려서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동원 선발 논란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말했다. 신 감독은 “지동원, 구자철, 박주호 때문에 차두리 코치를 독일로 파견했다. 직접 이야기도 해봤다. 지동원은 몸 상태가 좋다고 했고, 대표팀에 대한 열망이 컸다. 어떤 경기력을 보이는지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황희찬은 부상이고, 석현준은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지동원은 한 번 써보고 싶었다. 러시아 월드컵에도 뽑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는 말로 자신이 원했던 선수라는 것을 강조했다.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신태용 감독은 여전히 손흥민을 100% 신뢰하고 있었다. 비록 대표팀에서는 부진하지만 소속팀에서 맹활약하고 있기에 활용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손흥민 같은 경우에는 토트넘에서 하듯이 한 골만 넣어주면 영웅이 될 것이다. 대표팀에서는 골을 넣지 못했는데 손흥민은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소속팀과 대표팀의 구성원은 다르다. 대표팀에서 조금 더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손흥민이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 경험 부족 논란, 신태용의 시선은 이미 월드컵으로 향했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마지막 논란은 바로 경험 부족이다. 감독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의 경험도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신태용호에는 김남일, 차두리 등의 코치들이 합류했는데 코치진의 경험이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태용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막연한 걱정보다는 월드컵 본선을 위해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또 부족한 것은 채워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자신의 시계는 월드컵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일단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본선을 위해 경험이 풍부한 그리고 네임밸류가 있는 코치를 데려오겠다고 공언했다. 코칭스태프의 경험 부족 논란에 대한 답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코칭스태프 같은 경우는 히딩크 감독님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김호곤 기술위원장님과 계속 이야기를 했다. 코칭스태프를 보강하기 위해 기술 파트 코치로 활동할 수 있는 분을 찾고 있다. 기술 고문보다는 팀에 합류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코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태용 감독은 “덕망 있는 피지컬 코치도 찾고 있다. 보여주기식 선임은 하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 본선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있고, 김호곤 기술위원장도 흔쾌히 승낙했다. 경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경험이 풍부하고, 네임밸류가 있는 코치를 찾고 있다”며 경험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히딩크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 경험 많은 코치 영입 그리고 선수 선발에 대한 소신까지. 신태용 감독의 시계는 월드컵 본선에 맞춰져 있었고, 그의 시선은 이미 러시아로 향했다.

# 신태용호 2기 명단(23인)

GK: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구성윤(콘사드레 삿포로)

DF: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주영(허베이 화샤 싱푸), 윤석영(가시와 레이솔), 오재석(감바 오사카), 송주훈(알비렉스 니가타), 임창우(알 와흐다)

MF: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토트넘),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정우영(충칭 리판), 권창훈(디종), 권경원(톈진 취안젠),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황일수(옌볜 푸터), 기성용(스완지 시티), 남태희(알 두하일), 장현수(FC 도쿄)

FW: 황의조(감바 오사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사진=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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