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제주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은 자일(24)만 보면 싱글벙글이다. 미운 오리 새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화려한 백조가 따로 없단다.

2011년 제주에 입단한 자일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날카로운 슈팅을 겸비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첫 해외 진출이라는 심리적 부담과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에 적응에 애를 먹었고 통역마저 자신의 의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자 결국 구단과 상의 없이 시즌 중반 브라질로 돌아갔다.

자일의 무단이탈에 당황한 제주는 선수 신분 박탈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까지 검토했다. 자일 역시 반 년 가까이 새로운 둥지를 구하지 못하며 양쪽 모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놓였다. 그러나 갈등은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서서히 봉합되기 시작했다.

계속된 대화 끝에 자일이 지난해 말 다시 제주로 돌아와 고개를 숙였고 제주는 1년 계약 연장과 함께 그를 다시 품에 안았다. 자일의 원활한 소통과 팀 적응을 돕기 위해 새로운 통역도 구했다. 박경훈 감독 역시 전폭적인 신뢰로 자일의 축 처진 어깨에 힘을 실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팀에 합류한 자일은 말보다 행동으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임했고 한국말도 배우며 동료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섰다. 아내 페르난다의 내조도 큰 힘이 됐다. 자일은 지난해 결혼한 뒤 아내와 함께 제주로 돌아왔다. 심리적 안정은 물론 아내의 훌륭한 요리솜씨 덕분에 향수병도 훌훌 털어냈다.

근심이 사라지자 골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올 시즌 19경기에 출전해 10골 6도움을 기록했다. 득점 순위 1인 이동국(전북)과 데얀(서울)과의 격차가 두 골에 불과해 이들을 위협할 득점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2골 2도움(11경기 출전)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K리그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주인공이 된 자일은 "지난해 같은 경우 구단과 오해가 있어서 생긴 일이다. 올해는 감독님을 비롯해 선수단 전원이 모두 도와주고 있다. 마치 하나가 된 느낌이다. 지금은 오로지 승리만 생각하면서 제주에 있다"라고 변화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이를 지켜보던 박경훈 감독은 자일 자랑에 여념이 없다. 19일에 열린 전남전 공식 미디어데이에서도 박경훈 감독은"(자일은) 이제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박경훈의 아들로 불러달라"라고 자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같이 동석한 자일이 "감독님이 15골을 넣으라고 주문했는데 나는 20골을 넣도록 하겠다"라고 말하자 박경훈 감독은 "효자가 따로 없네"라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는 자일이 진정한 팀원으로 거듭났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신뢰와 믿음 그리고 이에 보답하고자 자일의 강한 의지. 말썽꾸러기에서 효자로 환골탈태한 자일의 발 끝에 이제 탄식이 아닌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이경헌 기자

사진=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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