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전주] 최한결 기자= 위기가 오히려 상주 상무를 강하게 만들었다. 상주가 '군인정신'을 발휘하며 천적 전북 현대를 꺾었다. 강등 탈출 경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상주는 20일 저녁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주민규, 김호남의 골로 전북에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상주는 리그 2연승을 기록하며 승점 31점이 됐고 10위에 올랐다.

# 주축 전역+8G 무승, 광주전 승리로 얻은 '발판'

최근 상주는 큰 위기를 맞았다. 9월 13일 자로 무려 18명의 선수가 전역했기 때문이다. 수문장 오승훈부터 최전방 조영철, 박희성에 이르기까지 스쿼드 전체에 누수가 심했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상주 입장에선 힘든 일이다.

여기에 팀 분위기도 좋지 못 했다. 상주는 28라운드까지 8경기에서 무승을 기록했다. 리그 순위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11위에 머물렀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강등권 경쟁자 12위 광주를 마주했다. 결과는 상주의 승리. 상주는 후반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몰아넣는 저력을 보여주며, 광주에 3-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길게 이어진 무승에서 탈출했고, 반등의 기반을 마련했다.

# 위기 속에 똘똘 뭉친 동기애+단결력

광주전의 승리는 상주에 자신감을 심었다. 주축 선수들이 전역했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남았다. 김태완 감독은 "최근 선수들이 전역하고 나서, 선수단에 동기끼리 남게 됐다. 오히려 동기니까 더 뭉치는 부분도 있다"며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단결력도 극대화했다. 상주는 전북전에 모든 선수를 데려왔다.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김병오, 김태환과 부상 선수들도 원정길에 함께했다.

김 감독은 "어차피 18명 전역으로 선수단에 22명밖에 남지 않았다. 다 데려와야지 남겨둘 필요가 없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이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힘을 받는다. 모든 선수들이 함께 한다는 마음을 심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 속에 상주 선수단은 동기애와 단결력으로 똘똘 뭉쳤다.

# 상주의 현실적인 선택, 전북 맞춤 '5백'

그럼에도 전북은 분명 어려운 상대였다. 11위와 1위의 대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북의 승리를 예측했다. 더군다나 상주는 창단 이후 전북에 승리를 거둔 경험이 없었다. 13번의 맞대결에서 10패 3무를 기록 중이었다.

김태완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김 감독은 경기 직전 "산 넘어 산이다. 전북과의 경기는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하겠다.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전북 맞춤 전술을 꺼냈다. 이날 상주는 5백을 사용했다. 전북의 '닥공'을 저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김태완 감독은 "실점을 줄이기 위해 포백이 아닌 파이브백을 꺼냈다. 우회해서 전북을 노리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전반전을 막으면 후반전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며 승부수를 던졌다

상주는 전북전에서 홍철, 임채민, 김남춘, 김진환, 신세계로 수비진을 꾸렸다. 노림수는 통했다. 상주는 시작부터 라인을 한껏 웅크리고 역습만을 노렸다. 전북은 상주의 두터운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평소 전북답지 않은 모습으로 쉽사리 기회를 만들지 못 했다.

오히려 상주는 간간이 측면 풀백들의 오버래핑과 역습으로 찬스를 잡았다. 전북은 전반 30분이 되도록 상주의 골문을 열지 못하며 고전했다. 다만 전반 33분 정혁에게 프리킥 골을 내준 것이 옥에 티었다.

그래도 상주의 전반전은 준수했다.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전반 40분 전북의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상주는 비록 1점 차의 리드를 내줬으나, 수적 우세를 점하며 나름 성공적인 전반을 마쳤다.

# 주민규+김호남, 계획대로 이뤄진 승리

경기에 앞서 김태완 감독은 두 명의 선수를 콕 집어 말했다. 첫 번째는 주민규. 두 번째는 김호남이었다. 김 감독은 "주민규는 최근 가장 낫다. 갖고 있는 장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고 "김호남은 눈 부상 이후 컨디션이 떨어졌지만, 후반전에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 빼면 안 될 것 같다"며 기대를 보냈다.

0-1로 뒤진 상황. 상주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승부수를 던졌다. 진대성을 빼고 주민규를 투입했다. 수적 우세와 함께 골을 노리겠다는 심산이었다.

역시 주민규 투입은 옳았다.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상주는 공격 라인을 한껏 끌어올렸고, 골문 앞에서 좋은 기회를 수차례 잡았다. 결국 후반 15분 주민규가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후 상주는 전북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좋은 공격을 뽐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두가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김호남이 극장골을 만들었다. 추가시간 4분에 나온 장면이었다. 김태완 감독이 예상한 두 명이 모두 득점하며 상주는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 '수사불패' 승리 원동력은 '군인정신'

정신력의 승리다. 경기 직후 김태완 감독은 "식상하지만 군인 정신이 승리에 한몫했다. 모두 끝까지 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잘했다"며 승리의 원동력을 '군인 정신'으로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상주의 가장 큰 장점은 '군인 정신'이다. 주축들의 전역이라는 위기 속에서 오히려 단결하며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 전반전엔 육탄 방어로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전북 공격진에 물러서지 않았다. 몸을 던지며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돋보였다. 광주전에선 추가시간에 두 골을 몰아넣었고, 전북전에선 추가 시간이 모두 흐를 때까지 집중했다. 그 결과 주어진 추가시간 4분 중, 정확히 4분에 결승골을 터트릴 수 있었다.

'수사불패'의 다짐은 13경기 동안 이어진 징크스마저 깨버렸다. 상주는 창단 이후 13경기 동안 이어진 전북전 무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강등권 경쟁을 벌이는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 쓴 역사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상주의 사전에 포기는 없다. 단 1초가 남아있더라도 승리를 위해 온 힘을 쏟는다. 그 결과 광주와 전북을 제압했다.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상주가 클래식 잔류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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