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Spoiler alert! 영화가 개봉하면 너도 나도 스포일러를 피해 다니기 일쑤다. 이제는 영화를 넘어 드라마나 예능까지 어느 누구도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스포츠에는 착한 스포일러가 필요한 법. 연극인 윤찬호가 전하는 축구 예고편. 진짜 스포일러가 될지 아니면 헛다리만 짚게 될지 지켜봐 주기 바란다. "OO가 범인이다!" [편집자주]

9월 20일 수요일 오후 7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FC서울의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경기가 펼쳐진다.

잔류를 이어가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광주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따내기 위한 서울의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두 팀 모두 순위 상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광주는 인천과 상주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며 현재 승점 20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광주는 23라운드 전남전 승리 이후 7경기에서 1무 6패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남기일 감독 사퇴 이후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4경기에서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라운드 종료 직전 김호남에게 통한의 결승 골을 헌납하며 11위 상주와 승점 차가 8점으로 벌어진 것이 특히 뼈아프다. 잔류의 희망이 점점 사라져 가는 광주다.

서울은 울산과 제주에 연거푸 비긴 데 이어 지난 라운드에서 인천에 덜미를 잡히며 상위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승점 43점으로 3위 울산과의 승점 차는 여전히 8점이다. 현재 FA컵 4강에 올라있는 울산이 FA컵을 우승한다면 4위까지 ACL에 출전할 수 있지만, 그 4위 수원과의 승점 차도 7점으로 꽤 벌어져 있다. 올 시즌 최소 목표로 삼았던 ACL 티켓조차 이제는 최대 목표가 되어버린 서울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2위부터 4위, 7위부터 11위까지의 승점 차가 크지 않다.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되면 서로 물고 물리면서 적어도 한 팀씩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순위 상승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스플릿 라운드 이전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야 한다. 두 팀 모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절실한 승부가 예상된다.

# 올 시즌만은 악연인 두 팀

광주와 서울은 올 시즌 두 번 맞붙어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통산 전적은 서울이 광주에 8승 2무 2패로 압도적이지만 올 시즌에는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만날 때마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3라운드에서 광주는 서울 원정을 떠나 전반 5분 만에 서울의 뒷공간을 침투한 조주영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후반전이 돼서도 광주의 압박과 역습에 서울은 고전했다. 하지만 이후 광주는 두 개의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서울에 패배했다. 문제는 박동진의 핸들링 반칙을 선언했던 첫 번째 PK가 박동진의 손이 아닌 등에 맞은 것으로 밝혀지며 오심으로 판명 난 것이다. 당시 기영옥 단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제재금을 받기도 했고 김성호 주심은 무기한 배정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광주 팬들은 분노했고 서울 팬들 역시 승리에도 불구하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두 팀은 19라운드에 다시 만났다. VAR의 조기 도입으로 3라운드와 같은 오심 걱정은 덜어낸 채 깨끗한 승부를 다짐한 두 팀이었다. 당시 서울은 직전 라운드에서 대어 전북을 잡고 광주 원정을 떠났다. 문제의 장면은 전반 29분에 일어났다. 이명주가 조찬호에게 공을 이어받는 과정에서 여봉훈의 태클에 쓰러진 것이다. 공을 먼저 건드려 파울은 선언되지 않았지만 후속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 이명주는 약 5분 뒤 이석현과 교체되어 나갔고 인대 파열로 이후 2달간의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서울의 유니폼을 입은 지 단 2경기 만에 당한 부상이었고 서울은 광주에 2-3 패배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 결국은 최전방, 맥긴이 살아나야 하는 광주

29경기에서 단 4승밖에 거두지 못한 광주지만 광주의 경기력은 여전히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남기일 감독 시절에도 박스 진입까지는 잘해냈던 광주였다. 김학범 감독 체제에서도 끈끈한 압박은 여전하고, 패배하더라도 상대보다 슈팅 수가 크게 밀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광주는 김민혁을 중심으로 중앙을 공략하던 패턴 대신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4-4-2 전술로 바꾸면서 더욱 빠른 역습을 시도하는 팀으로 변화했다. 문제는 여전히 최전방이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맥긴과 완델손을 영입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맥긴은 6경기에 출장하는 동안 아직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이적 직후 감독이 교체되고 A매치 주간에는 북아일랜드 대표팀에 합류하는 바람에 새 팀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얻지 못한 맥긴이다.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광주도 맥긴도 시간이 많지 않다. 포스트 플레이보다는 많이 움직이며 기회를 잡는 스타일이기에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광주는 맥긴이 하루빨리 데뷔 골을 넣어야 잔류를 위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 사라진 연계 플레이, 다시 시작해야 할 서울

서울은 최근 3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다시 한 번 부진에 빠졌다. 7월 이후 살아났던 연계 플레이가 자취를 감추며 최전방으로 공을 운반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다시 생겨났다. 여름 사나이 데얀의 활약, 이상호와 고요한의 포지션 이동으로 유기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던 서울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채 두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서울은 여름에 영입한 코바를 선발로 내세우면서 윤일록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켰지만, 결과적으로 양 측면의 파괴력이 줄어들었다. 드리블을 선호하는 두 선수가 동시에 선발로 나서면서 공격 전환 속도가 느려지며 상대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하대성과 이명주의 복귀로 인해 조직력 역시 다소 느슨해진 서울이다. 설상가상으로 인천전에서 코바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당분간 새로운 공격 조합을 가동해야 한다. 서울은 다시 처음부터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스플릿 라운드까지 이제 4경기가 남았다. 상, 하위 스플릿의 윤곽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 서로 목표는 다르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승점 1점도 아쉬운 상황이다. 두 팀의 치열한 대결을 기대한다.

# 예상 선발 라인업

글=윤찬호(창작집단 LAS) 칼럼니스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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