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9, 크리스탈 팰리스)이 올 시즌 첫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프랑크 데 부어 감독의 경질로 인해 다시 원점에 서게 됐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지난 11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데 부어 감독과 아침에 만나 경질에 합의했다”며 “우리는 데 부어 감독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새로운 감독은 조만간 선임될 것이며, 데 부어 감독의 행운을 빈다”고 발표했다.

개막 후 4연패를 기록한 크리스탈 팰리스가 결국 칼을 뽑아든 것이다.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탈 팰리스는 2주 전부터 감독 교체를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주말 번리전 패배 직후 경질이 발표되면서 번리전 패배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 모양새가 됐다.

이청용의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청용은 지난 10일 번리와의 2017-18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뼈아픈 실책을 기록했다. 전반 3분 상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백패스를 했고, 이것이 상대 선수 크리스 우드에게 연결되면서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영국 현지의 혹평이 이어졌다. ‘BBC'의 해설 위원 레니 존로즈는 “내가 본 백패스 중 최악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라고 꼬집었고, 영국 ‘스카이스포츠’에서 해설을 담당하고 있는 제이미 래드냅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참혹한 백패스였다”고 지적했다.

가장 가슴 쓰린 건 단연 이청용이다. 번리전은 이청용에게 특별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2009년 잉글랜드 무대를 밟은 이청용이 EPL에서 치르는 100번째 경기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선발 기회를 얻은 경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청용은 이른 시간에 예상치 못한 실수로 눈을 질끈 감아야 했고, 만회를 위해 이를 악물었지만 후반 18분 레비 루메카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지난 2015년 2월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한 이청용은 2년 반 동안 리그에서 총 33경기(교체 23회)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선발 출전은 10경기에 불과하다. 그로인해 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방출 리스트의 단골손님이 됐다. 국내로 복귀할 시점이라는 주장도 적잖았다. 그러나 이청용은 이번 여름에도 잔류를 결심했다.

앨런 파듀와 샘 앨러다이스, 데 부어 감독까지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벌써 세 번째 감독을 떠나보낸 이청용,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 현재 유력한 차기 사령탑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로이 호지슨 감독이다. 그러나 선수기용에 있어 보수적인 호지슨 감독과의 만남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이 호지슨 감독 체제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호지슨 감독의 부임이 잉글랜드 무대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청용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지, 또 다른 위기가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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