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한국 축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순간 신태용 감독은 자신의 축구 인생을 모두 걸고 소방수로 나섰고, 어찌됐든 결과를 만들었다. 돌아온 것은 비난. 그러나 신태용호의 출항은 이제 막 시작했고, 신태용 감독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6일 자정(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10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승점 1점을 획득한 한국은 승점 15점으로 A조 2위를 유지했고, 같은 시간 시리아(승점 13)가 이란과 무승부를 거두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 본선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맹비난, 여기에 히딩크 부임설까지?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두 경기 연속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뒀고, 자칫 잘못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월드컵 진출을 했다’가 아니라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실망감이 신태용 감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지만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다. 여기에 두 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며 팬들의 실망감이 커졌고, 우즈벡전 이후 이란과 시리아전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선수들과 기뻐한 모습에서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의 재부임설까지 나오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관계자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이 연봉과 상관없이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고, 한국 국민들이 원하면 대표팀으로 재부임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소방수로 등장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 감독의 입장에서 기분이 나쁜 상황이다. 현재 신태용 감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지만 분명 신태용 감독은 결과를 만들었고, 월드컵 본선에서 지휘봉을 잡을 자격이 충분하다.

시계 바늘을 두 달 전으로 돌려봐야 한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된 후 한국 축구는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었다. 새로운 감독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최종 예선 두 경기에서 무조건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때 소방수로 신태용 감독이 나섰다. 당시 축구 팬들은 “신태용 감독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면 안 된다. 실패하더라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정확히 두 달 후 모든 평가가 달라졌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었음에도 말이다. 애초에 목표는 월드컵이었다. 우즈벡전은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했고, 결국 결과를 만들었다.

# 히딩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모든 것은 ‘설’일뿐

모든 것은 ‘설’일 뿐이다. 히딩크 감독은 아무런 말도 직접 하지 않았다. 사실 여부도 불투명한 히딩크 재단 관계자의 몇 마디에 국내 여론이 요동친 것이고, 정착 축하를 받아야할 신태용 감독은 해명을 하기에 급급하다.

냉정하게 상황을 봐야 한다. 이번 논란은 소모적인 논쟁이다. 히딩크 감독의 재부임설은 현재까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리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정말로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싶었다면 아직까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했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현명한 사람이다. 진짜로 의중이 있었다면 이렇게 언론을 통해 의견을 전했을 리가 없다. 여기에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 정말로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할 마음이 있었다면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된 상황에서 의견을 냈어야 했다.

모든 것은 ‘설’이다. 히딩크 감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쩌면 이런 논란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에 히딩크 감독이 직접 대표팀을 맡고 싶다고 밝힌다면? 모든 논쟁은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현재는 아무런 실체도 없는 설로 인해 대표팀이 흔들리고 있다.

# 부임 후 66일...신태용 감독에게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는 자격이 있다

너무 부정적인 분위기다.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지는 66일 밖에 흐르지 않았다. 과거 우리는 최강희 감독, 홍명보 감독 등을 통해 대표팀 감독에게 시간이 부족했을 때 발생하는 일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때도 시간이 더 필요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태용 감독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는 조금은 뒤로 미뤄야 한다.

신태용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6일 오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축구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절대 그렇지 않다. 바꿀 수 있다면 축구협회 예산 절반 투자해서 명장 데려오면 된다. 월드컵 진출이 목표였다. 서서히 바꿔나가면 된다. 팬들은 빨리 발전했으면 바란다. 하루아침에 비난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비난과 격려를 동시에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신태용 감독은 “사실은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을 보면 칭찬보다 비난을 많이 하시는데 인정한다. 그러나 경기 내용도 좋아야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월드컵 진출이었다. 그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제가 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저는 신이 아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제가 올림픽에 가서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고, 월드컵에 가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비하다 축구를 끝내지 않을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공격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신태용 감독에게는 월드컵에 나갈 자격이 있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모두 걸고 독이 든 성배를 마셨고,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상황에서 어쨌든 결과를 만들었다. 이것이 팩트다. 실체도 없는 ‘설’ 때문에 대표팀이 흔들려서는 안 되고, 신태용 감독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표팀이 이렇게 망가진 이유는 신태용 감독 때문이 아니다. 이미 최종예선 8경기를 치른 슈틸리케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해야 하고, 엄밀하게 말하면 신태용 감독은 두 달 만에 두 경기를 치렀고, 아직 자신의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에 나갈 자격이 있다.

사진=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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