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우즈벡(타슈켄트)] 정지훈 기자= 지난 7월 4일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맡고 64일이 지났다. 국가대표 감독으로는 아주 짧은 시간. 그래도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진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었고, 우즈벡전은 내용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한판이었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뒤로 미뤄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6일 자정(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10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승점 1점을 획득한 한국은 승점 15점으로 A조 2위를 유지했고, 같은 시간 시리아(승점 13)가 이란과 무승부를 거두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 본선 진출을 당했다? 애초 2경기 목표는 결과였다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두 경기 연속 졸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고, 자칫 잘못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월드컵 진출을 했다’가 아니라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실망감이 신태용 감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지만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다. 여기에 두 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며 팬들의 실망감이 커졌고, 우즈벡전 이후 이란과 시리아전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기뻐한 모습에서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시계 바늘은 두 달 전으로 돌려봐야 한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된 후 한국 축구는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었다. 새로운 감독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최종 예선 두 경기에서 무조건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때 소방수로 신태용 감독이 나섰다. 당시 축구 팬들은 “신태용 감독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면 안 된다. 실패하더라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정확히 두 달 후 모든 평가가 달라졌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었음에도 말이다. 애초에 목표는 월드컵이었다. 우즈벡전은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신태용 감독도 우즈벡전을 앞두고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도 좋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준비해야 한다. 무조건 이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고, 지지 않는 축구를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돌려 말했지만 결국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뜻이었고, 이번 우즈벡전은 무조건 결과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은 결과를 냈다.
# 부임 후 64일, 신태용 감독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부정적인 분위기다.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지는 64일 밖에 흐르지 않았다. 과거 우리는 최강희 감독, 홍명보 감독 등을 통해 대표팀 감독에게 시간이 부족했을 때 발생하는 일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그때도 시간이 더 필요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태용 감독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는 조금은 뒤로 미뤄야 한다.
신태용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오늘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 우즈벡에 왔는데 아쉽다. 아쉽지만 무승부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찾아주신 팬들과 한국에 계신 국민들에게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응원을 해주셔서 선수들이 힘을 냈다. 이것을 계기로 준비를 잘하겠다”며 승리는 못했지만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에 대해 안도했다.
이어 신태용 감독은 “비록 무승부지만 월드컵에 갔다. 이 대표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잘 준비를 하겠다. 멋진 대표팀을 만들어 도약하겠다 .저는 공격 축구를 좋아한다. 부임한지 얼마 안돼서 득점이 없는 것 같다. 제가 원하는 패턴을 입히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대한민국 축구가 강하다는 것은 월드컵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며 더 강력해진 신태용의 축구를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윤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