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우즈벡(타슈켄트)] 정지훈 기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안다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인데 운명의 우즈벡전을 앞둔 신태용호의 상황이 이렇다. 경기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한판 승부를 앞두고, 우즈벡을 분석하는 동시에 우리의 강점을 살려 승리를 따내야 한다.

운명의 일전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6일 자정(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10차전을 치른다. 이날 경기는 승점 14점으로 A조 2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과 승점 12점으로 4위에 머물고 있는 우즈벡의 맞대결로, 결과에 따라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결정된다.

무조건 결과가 중요한 한판이다. 물론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는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만약 둘 중 하나만 잡는다면 무조건 결과다.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도 이번 우즈벡전은 무조건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원정이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많다.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결과적으로 잘못 될 수도 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준비하겠다. 지지 않는 축구를 하겠다. 우즈벡 분석은 이미 끝났고, 무조건 이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매치 포인트] 최철순 결장-기성용 부상, 신태용의 선택은?

쉽게 선발 명단과 포메이션을 예상할 수 없다. 신태용호는 이번 우즈벡 원정에서 철저하게 비공개 훈련을 했고, 전술과 선발 출전 선수들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 이런 이유로 신태용호와 함께 우즈벡으로 넘어온 한국 취재진도 신태용 감독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변화. 현재 신태용호는 정상적인 전력은 아니다. 일단 오른쪽 풀백 최철순이 지난 이란전에서 경고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으로 이번 우즈벡전에 출전할 수 없고, 중원의 핵심 기성용도 부상으로 인해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오른쪽 측면에는 고요한이 있고, 중원에도 좋은 선수가 많다”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전술이나 포메이션 변화도 고민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상대를 분석했고, 이기는 것만 생각하겠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전술 변화도 고민하고 있었다.

2가지의 선택이 있다. 일단 하나는 변형 3백이다. 과거 신태용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과 U-20 대표팀을 맡았을 때부터 변형 3백을 자주 사용했는데 특히 지난 U-20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변형 3백 전술로 격침시킨 적이 있다. 여기에 화끈한 공격력과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A대표 임시 감독과 수석 코치 시절에도 이런 전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만약 신태용 감독이 변형 3백을 사용한다면 김진수(또는 김민우), 고요한이 좌우 측면을 맡을 것으로 보이고,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후방과 중원을 오가며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구자철, 이재성, 권창훈, 김보경 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공격을 지원 사격하고, 손흥민과 황희찬이 공격진에 포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란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근호의 깜짝 선발을 예상할 수 있다.

사실 신태용 감독이 변형 3백을 사용하면 언제든 4백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신태용 감독은 김영권과 김민재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할 텐데 만약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올라가면 자연스레 김영권과 김민재가 중앙을 지킨다. 반대로 장현수가 수비를 위해 후방으로 내려오면 김영권이 왼쪽으로, 김민재가 오른쪽으로 빠져 빌드업을 돕는 동시에 상대 공격수의 침투를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신태용 감독은 이번 우즈벡전에서 3백과 4백을 혼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전술 변화를 가져갈 것으로 보이고, 다양한 공격 조합을 통해 선제골을 노린다.

[우즈벡 분석①] 우즈벡의 전술적 특징: 선수비 후역습

우즈벡의 전술적인 특징은 확실하다. 선수비 후역습. 여기에 우즈벡은 아시아 최종예선 9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결같은 패턴을 보여줬고, 이번 최종예선에 참가하는 팀 가운데 선수기용 폭이 가장 좁은 팀 중 하나다. 이런 이유에서 쉽게 예측할 수 있는 팀이고, 전술적인 특징에서도 큰 변화가 없는 팀이다.

상당히 수비적인 팀이다.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즈벡은 잔뜩 웅크렸다가 단 한 번의 역습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다. 일단 수비 전술을 보면 우즈벡은 수비 밸런스를 중요시하고, 조직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팀이다. 우즈벡은 이번 최종예선 9경기에서 7골만 내줬는데 10개 팀 중 4위에 해당된다. 그만큼 수비 조직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고, 3선과 4선의 공간이 상당히 좁은 팀이다.

이번 한국전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급한 것은 우즈벡이지만 만약 선제골을 내주면 사실상 경기가 끝나기 때문. 이런 이유로 우즈벡은 전반에는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후반전에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우즈벡의 공격 전술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다. 속공, 패스 플레이, 측면 공격. 우즈벡은 패스 플레이와 속공 플레이에 상당히 능한 팀인데 수비 지역에서 공을 뺏어내면 곧바로 역습을 시도하고, 세밀한 패스플레이로 문전까지 빠르게 올라간다. 여기에 좌우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동시에 측면 침투로 찬스를 만든다.

다만 가장 큰 약점은 골 결정력이다. 우즈벡은 이번 최종예선 9경기에서 단 6골만 기록했는데 최종예선에 참가한 10개 팀 중 최하위기록이다. 그만큼 득점력에서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무엇보다 경기당 슈팅수가 상당히 낮다. 여기에 제파로프, 아흐메도프 등 특정 선수들에게 의지하는 것도 큰 문제다.

[우즈벡 분석②] 핵심 선수: 아흐메도프, 제파로프

언제 적 제파로프인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982년생의 K리그를 경험한 플레이메이커가 현 우즈벡 대표팀의 핵심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과 상대했던 선수가 여전히 뛰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여전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그렇다. 현 우즈벡 대표팀의 핵심은 ‘지한파’ 제파로프다. 여전히 감각적이 볼 터치, 왕성한 활동량, 정교한 패싱력을 갖추고 있고, 2선과 3선에서 한 번에 찔러주는 킬러패스는 여전히 날카롭다. 제파로프는 경기당 2.1회의 찬스를 만들고 있는데 이는 팀내 1위이자, 팀 전체의 21%를 차지한다. 여기에 경기당 2.9회의 크로스를 시도하고 있어 측면 플레이도 능하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전성기를 지난 체력이 문제다. 여전히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고 있지만 후반에는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져 정교한 패싱력이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7경기에서 단 4번의 슈팅만 기록했는데 패스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전성기와 달리 폭발적인 슈팅력이 사라졌다.

제파로프가 우즈벡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현 대표팀의 에이스는 아흐메도프다. 제파로프와 함께 우즈벡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아흐메도프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볼수 있는 자원이다. 때로는 후방에서 볼을 배급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침투해 직접 마무리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제파로프가 전성기를 지나면서 활동량이 떨어졌는데 아흐메도프가 중원 전 지역을 오가며 커버해주고 있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시키고 있다. 한때 AC밀란, 아스널 등 빅 클럽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선수이기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최전방, 측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장신 공격수 쇼무로도프도 조심해야 한다. 쇼무로도프는 1993년생의 젊은 공격수로 190cm 큰 키지만 유연한 드리블이이 장점이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해 슈팅을 시도하는 것에 능한 공격수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 문전에서 결정력이 떨어지지만 아흐메도프와 제파로프의 패스를 받아 언제든 마무리할 수 있는 공격수다.

[핵심 분석] 우즈벡 공략법: 빠른 측면 공격, 공간 침투, 패턴 플레이

일단 우즈벡의 수비를 공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9경기 7실점. 기록만 놓고 보면 우즈벡의 수비가 단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의 경기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특히 바로 직전인 중국전에서는 17개의 슈팅을 허용했고, 유효슈팅도 6개나 내줬는데 그만큼 수비 조직력에 있어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이것을 파고들어야 한다. 핵심은 빠른 측면 공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표팀에 손흥민, 이근호, 황희찬 등 빠른 공격수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우즈벡의 중앙 수비는 모두 190cm가 넘는 장신 수비수로 공중볼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측면과 공간 침투에는 약점을 보인다. 여기에 좌우 측면에서 낮고 빠르게 연결되는 패스에 공간을 자주 내주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이런 이유로 손흥민, 황희찬, 이근호 등이 빠른 침투로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우즈벡의 풀백들이 오버래핑을 할 때 자주 공간을 노출하는데 이때 역습으로 찬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선제골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이 추구하는 패턴 플레이가 이제는 나와야 한다. 신태용호는 지난 이란전에서 경기를 주도하며 수적우위까지 잡았지만 문전 또는 공격 진영에서 디테일이 부족했고, 세밀한 공격 작업을 하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도 이를 인정했고,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10명을 상대로 선제골을 만들지 못해 어려운 경기가 됐고, 우즈벡전에서는 달라져야 한다”며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신태용호가 이번 우즈벡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패턴 플레이’다. 실제로 신태용호는 이란전을 준비하며 조기 소집을 했을 때도 패턴 플레이와 세트피스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고, 이번 우즈벡전을 준비하면서도 패턴 플레이를 통해 득점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도 지난 이란전에서는 준비한 패턴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았다면서 “지난 이란전에서는 패턴 플레이, 세트피스 등 준비한 것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감독님께서 패턴 플레이를 많이 주문하셨는데 잔디 상태 등 문제가 있어서 힘들어졌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하고,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패턴 플레이가 이번 우즈벡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출사표] 신태용vs바바얀, “월드컵 진출 티켓은 우리가”

한국 신태용 감독: 플레이오프는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 경우의 수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우즈벡을 이기러 왔다.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지만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이란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선수들이 조금은 의기소침해 하고 있지만 이란전은 잊어버려야 한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안정돼있기 때문에 내일 경기에 올인할 수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즈벡 삼벨 바바얀 감독: 우즈벡 축구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기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뛸 것이고,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전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심판 판정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축구의 신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고, 낙담하지 말고 마지막 경기를 잘 준비해야 한다.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내 역할이다. 선수들이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 최종예선에서 한 골 밖에 넣지 못했는데 저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일 경기에 누가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선수가 나가 골을 넣는 것보다 우리가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장에 나간다면 책임감을 가지고 나가겠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팀을 위한 경기를 하겠다.

사진=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자료제공=신문선 축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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