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Spoiler alert! 영화가 개봉하면 너도 나도 스포일러를 피해 다니기 일쑤다. 이제는 영화를 넘어 드라마나 예능까지 어느 누구도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스포츠에는 착한 스포일러가 필요한 법. 연극인 윤찬호가 전하는 축구 예고편. 진짜 스포일러가 될지 아니면 헛다리만 짚게 될지 지켜봐 주기 바란다. "OO가 범인이다!" [편집자주]

8월 19일 토요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 경기가 펼쳐진다.

최근 서울의 기세가 무섭다. 약팀에게는 한 번씩 발목을 잡혔지만 상위권 팀을 상대로는 꾸준히 승리를 거두며 승점 41점으로 5위에 올랐다. 7월 이후 9경기에서 6승 1무 2패로 승점 19점을 벌어들였는데, 6월까지 18경기 동안 승점 22점을 번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라운드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1대 0 승리를 거두며 수원의 순위를 한 계단 끌어내렸다. 이번 라운드에서 맞붙는 울산과의 승점은 6점 차로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한 경기 차로 승점을 좁힐 수 있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 서울은 이번 라운드에서도 승리를 꿈꾼다.

이에 맞서는 울산은 승점 47점으로 2위에 올라있다. 지난 라운드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1대 1 무승부를 거두며 무패 행진을 7경기로 늘렸다. 올 시즌 연패도 단 한 번밖에 기록하지 않으면서 쉽게 지지 않은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7경기 무패행진에 무승부가 3번이나 포함된 것이 아쉽다. 1위 전북과의 승점 차는 4점으로 악착같이 선두를 추격 중이다.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다면 우승 레이스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어 이번 라운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두 팀은 올 시즌 두 번의 맞대결에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스플릿 라운드를 앞두고 기선 제압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는 두 팀이다. 특히 울산은 서울을 상대로 2015년 이후 8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새로운 천적 관계가 될지도 모를 두 팀의 맞대결에 관심이 모인다.

# 윙어들의 반란, 서울의 상승세 이끈다

서울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연이은 이탈로 힘든 여름을 보내야 했다. 야심 차게 영입한 이명주는 서울 이적 후 두 경기 만에 부상으로 실려 나갔고 하대성은 시즌 초반부터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여름 이적 시장 막판에 영입한 송진형은 즉시 전력감이 아니고, 붙박이 주전이었던 주세종은 23라운드 전북전 퇴장으로 인해 한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이러한 전력 공백을 메운 것은 측면 자원이었다. 고요한은 이명주가 빠진 자리를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훌륭하게 채웠다. 주세종이 빠진 자리 역시 이상호가 들어가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두 선수 모두 볼을 소유하며 템포 조절을 하거나 킬러 패스를 뿌리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많은 활동량으로 공간을 창출하면서 상대를 괴롭혔다. 측면의 윤일록과 함께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빈 공간을 침투하면서 역습을 이끌었다. 지난 라운드 수원전에서 곽광선의 자책골을 유도한 것도 고요한과 이상호의 움직임 덕분이었다.

이가 없어 잇몸으로 버티던 서울이지만 두 선수의 활약으로 서울은 다채로운 공격 옵션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오스마르와 이상호, 고요한의 위치 변화만으로도 다양한 전술을 시도할 수 있게 된 서울이다.

# 26경기 27득점 울산, 우승 위해서는 득점이 필요하다

울산은 올 시즌 굉장히 효율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 됐다. 감독 교체와 예상치 못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으로 시즌 초반에는 기복이 심했지만, 인천에서 생존 싸움을 해왔던 김도훈 감독과 수준 높은 수비수들이 만나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가장 잘 구사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26경기에서 27점만을 실점한 울산은 실점이 30점을 넘기지 않은 4팀 중 하나다(나머지 전북, 제주, 수원). 반면에 득점도 27점으로 강등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주, 인천, 광주와 함께 팀 득점 30점을 넘기지 못한 4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골 득실이 0점으로 울산이 2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적은 득점으로도 끈끈하게 승리를 지켜내고 질 것 같은 경기를 어떻게든 무승부로 돌려놓는 경이로운 팀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뒷심 부족으로 잡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팀이기도 하다.

울산에는 이종호, 오르샤, 김인성 등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마무리 과정에서의 세밀함이 부족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주로 보던 중앙 자원이 많아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새로 영입한 수보티치가 위에서 버텨주면서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 주는 데 강점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의 휴식기 동안 최적의 공격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숙제다.

K리그 클래식은 A대표팀의 조기 소집으로 인해 앞으로 약 3주간의 휴식기를 가진다. 계획에 없던 꿀 같은 휴식이지만 이 휴식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1년 농사가 좌우된다. 물론 그 전에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올여름 마지막을 장식할 경기에서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예상 선발 라인업

글=윤찬호(창작집단 LAS) 칼럼니스트

사진=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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