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라이언 킹’ 이동국(38, 전북 현대)이 약 3년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선수들의 해이해진 정신력을 다잡아줄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신태용 감독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회관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이란, 10차전 우즈벡전에 나설 26인 명단(예비명단 포함)을 발표했다. 명단에 오른 선수들은 다가오는 21일부터 조기소집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발을 맞춘다.

발표된 26인의 명단에 눈에 띄는 이름 석 자가 있었다. 지난 2014년 10월 코스타리가전을 마지막으로 2년 10개월 간 대표팀을 떠나있던 이동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4골 2도움을 기록했다. 공격 포인트만 놓고 봤을 땐 의아한 발탁일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의 발탁을 두고 “언론에서는 이동국을 두고 ‘정신적 리더’라고 많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작 이동국 본인은 그렇게 하려고 대표팀에 오는 것은 반대라고 밝혔다. 직접 뛰면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면서 “이동국은 내가 선호하는 유형의 타깃형 스트라이커”라며 정신적 지주 역할보다는 실제 그라운드 위에서 활용 가능한 공격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동국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골’만이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노장 선수들의 발탁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선수들은 더 배고플 때 축구를 해서 정신적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후배들에게 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말보다 행동에 배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동국을 발탁한 의도를 살짝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팀은 최근 분위기가 굉장히 어수선해졌다. 구자철과 기성용 등 일부 선수들이 대표팀 내 안일해진 정신력을 지적했고, 실제 그라운드 위에서도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한 지도자는 “현 대표팀에서는 과거 한국 대표팀 특유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전술적 보강도 필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다.

이동국은 평소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선수로 익히 알려져 있다. 38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후배들에게 호통을 치며 군기를 잡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동국의 근성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월드컵 출전이 누구보다 절실했던 선수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공격적 옵션과 정신적 지주 역할,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카드’인 셈이다. 최강희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이동국에 대해 “스트라이커로서 경기에 드문드문 나가다보면 흐름이 끊겨서 굉장히 힘든데, (이)동국이는 나가면 제 역할을 해준다는 게 고무적이다. 노장 선수들이 팀 내에서 자기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후배들도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등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북에서 묵묵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이동국,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향한 행보에 빨간불이 켜진 대표팀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3년 만에 이뤄진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가 흥미롭다. 

사진=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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