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상대의 스타일에 상관없이 우리만의 경기를 해야 한다”

최강희 감독이 누차 강조했던 ‘전북만의 플레이’가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선두’다운 여유로움을 보여준 전북과 막다른 골목에서 쫓기고 있는 인천, 여유로움의 차이가 두 팀의 표정마저 갈라놓았다.

전북은 2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4라운드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전북은 ‘2위’ 수원 삼성을 승점 7점차로 따돌리며 선두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 로테이션 여유 없는 인천, 선수층 두터운 전북

전북은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은 채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마쳤다. “한교원이 복귀했으니 한 명을 영입한 셈 치자”던 최강희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다면 영입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만큼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보경이 떠났지만 이재성이 부상에서 복귀해 돌아왔고, 김진수와 로페즈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인천전서 박원재와 한교원이 가세해 새로운 선택지를 쥐어줬다. 대표팀 조기 소집으로 인한 타격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들이 가서 좋은 경기를 하고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며 대표팀의 사정까지 살피는 여유를 보였다.

반면 인천은 곳곳에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치가 않았다. 선택지가 좁아 마음 놓고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유조차 없다. 인천은 이번 여름 풀백 자원 곽해성을 트레이드로 데려왔고, 달리를 대신해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엔조를 영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느낌을 지워낼 수가 없다.

이기형 감독도 “감독 입장에서는 많은 보강이 이뤄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안타까운 대목”이라며 이번 여름 보강이 만족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아쉬워했다. 인천으로선 하루빨리 탈피하고 싶지만, 매번 마주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경기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전북은 예고했던 대로 전북만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마음껏 펼쳐보였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인천이 쉽게 올라서지 못하게 만들었고, ‘14대 5’로 압도적인 슈팅수도 기록했다. 1대1 싸움에서도 선수 개개인의 실력 차가 확연했다. 인천으로선 현실의 벽을 실감한 시간이었다.

# 심리적 여유 없는 인천, 매 경기 위기 자초

심리적으로 쫓기도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인천은 지난달 광주와의 18라운드 홈경기 승리를 마지막으로, 6경기(3무 3패)째 승전보를 울리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수들이 느끼고 있는 심리적 압박감이 그라운드 위에서 불필요한 반칙으로 이어지면서 매 경기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은 대구와의 19라운드에서 김동석이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처했고, 수원 원정에서는 웨슬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원과 서울, 울산, 그리고 이날 전북과의 홈경기까지 4경기 연속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위험한 반칙과 레드카드가 매 경기 나오면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고 있다.

상대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현상도 어느새 고착화됐다. 그만큼 수비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수비가 흔들리면서 궁지에 몰리고, 이후 선수들이 너나할 것 없이 ‘멘붕’ 상태에 빠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기형 감독도 “매번 선취 득점을 허용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쫓기는 상황 속에 특유의 끈끈한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인천과 여유로움을 바탕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꿋꿋하게 펼쳐 보인 전북, 멀리 떨어져 있는 순위표상 위치만큼이나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9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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