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우리는 두 골 이상만 넣으면 승리하는데...”

최순호 감독이 경기를 전 내뱉은 이 한마디는 결국 거짓말처럼 현실로 펼쳐졌다. 포항이 다득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두고 던진, 아쉬움 섞인 하소연이었지만 최순호 감독의 목소리에는 ‘조급함’보단 오히려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포항은 21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5라운드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포항은 승점 25점으로, 같은 시각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은 울산 현대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포항은 인천과의 경기를 앞두고 상위권에 랭크돼 있었다. 그러나 활짝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최근 2연패를 기록하며 3경기 째 이어오던 승전보가 뚝 끊겼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던 포항으로선 분명 만족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최순호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연패 이야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이후 유독 무승부가 없는 이번 시즌 흐름과 좀처럼 터지지 않는 공격진의 화력, 끊이지 않는 실점 등 날카로운 질문들이 오갔지만, 최순호 감독은 눈 하나 꿈쩍 하지 않았다. 오히려 특유의 화법으로 여유롭게 받아쳤다.

포항은 이번 시즌 8승 1무 6패로 강원 FC를 상대로 단 한 번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패가 뚜렷하게 나뉜 셈이다. 이를 두고 최순호 감독은 “우리 팀은 경기에 나설 때 ‘오늘은 수비적으로 해야지, 공격적으로 나서야지, 카운트어택을 노려봐야지’ 등의 전략을 활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승패가 확연하게 갈린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결과를 쫓고 싶지는 않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아직은 결과를 얻기 위해 경기마다 전략적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던 최순호 감독은 “전략은 팀으로서 완성도를 높인 뒤에 필요한 것”이라며, 일단은 포항의 내면을 탄탄히 다지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3연승 이후 4연패, 3연승 이후 2연패 등 이번 시즌 롤러코스터와 같은 행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포항이 쉽게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최순호 감독은 휴식기 동안 선수들과 함께 ‘세밀함’을 다듬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포항은 이날 날카로운 크로스와 짜임새 있는 패스 등 공격 과정에서 세밀함이 눈에 띄게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양동현의 선제골도 이상기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심동운의 추가골과 양동현의 쐐기골도 문전에서의 세밀한 플레이가 빛을 발한 결과였다. 최순호 감독도 경기 종료 후 “세밀함에서는 원하는 바를 이뤘다”며 흡족해했다.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을 정하고, 성적에 대한 조급함은 내려놓은 채 바람이 가는대로 몸을 맡기고 있는 최순호 감독의 항해. 이번 시즌 포항이 잔바람 속에서도 순항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사진= 윤경식 기자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