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3주간의 꿀맛 같은 휴식기동안 배터리를 가득 충전하고 나섰지만, 결정적인 순간 전원이 꺼지고 말았다. 마지막 ‘2분’을 버티지 못해 승점 3점을 놓치고 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야기다.

인천은 18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4라운드 경기에서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후반 49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1-1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인천은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면서 5경기 무승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 슈팅 갈고 닦은 상주의 초반 공세

K리그 클래식이 3주간의 휴식기를 마치고 다시 긴 여정에 나섰다, 전반기 아픈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양 팀 감독의 표정에도 비장함과 함께 왠지 모를 자신감이 묻어났다. 시원한 소재의 양복을 입고 나타난 김태완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오늘 경기를 시원하게 이기고 싶어서”라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내비쳤고, 이기형 감독도 “선수단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뛸 준비가 돼 있는데 기회를 얻지 못해 서운해 하는 선수들이 많더라. 미숙함을 인정했고,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선발 라인업 구성에서도 양 팀의 강한 승리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인천은 외국인 선수 4명을 모두 선발로 내보냈고, 김동민과 이정빈에게 리그 첫 선발 기회를 주며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상주도 조영철, 김병오, 김호남을 필두로 공격진을 꾸렸다. 김태완 감독은 “문전에서 볼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휴식기 때 슈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화끈한 공격을 예고했다.

실제로 상주는 전반 초반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과감한 슈팅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반 10분 김태환이 슈팅을 비롯해 전반 41분 김호남과 유준수의 연속 슈팅마저 인천 선수들의 육탄방어에 가로막혔다. “경기 초반부터 다소 무리하게 경기 운영을 했다”던 김태완 감독은 “찬스가 많이 왔었는데, 찬스를 살리지 못해 어려운 경기가 됐다”며 아쉬워했다.

# ‘높이’ 경계한 상주, ‘2분’ 버티지 못한 인천

전반전 부정확한 크로스로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인천이 후반전 공격에 가속을 내더니, 먼저 포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채프만의 헤더 골이 터지면서 상주에 일격을 가한 것이다. 상주는 가장 경계했던 상대의 ‘제공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김태완 감독은 인천이 외국인 선수 4명을 모두 선발로 내보낸 것을 두고 “높이가 좋아졌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높이를 조심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상대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기세가 오른 인천은 공격에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주도 맞불을 놓으면서 경기 막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방전이 펼쳐졌다. 무려 6경기 만에 숭의 아레나에 모인 인천 홈팬들도 우렁찬 함성을 쏟아내며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주심이 선언한 추가시간 6분도 절반 이상이 지나가며 인천이 승리를 확신하던 찰나, 경기 내내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던 김병오가 결국 일을 냈다. 후반 49분 문전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버틴 뒤 재빨리 몸을 돌려 마무리한 슈팅이 인천의 골망을 흔든 것이다.

인천 선수들은 물론이며, 이기형 감독, 관중석에 있던 팬들의 얼굴에 만연하던 미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점 장면에서 협력 수비가 아쉬웠다”던 이기형 감독, 그만큼 김병오의 볼 키핑 능력과 센스, 침착함은 수비수 혼자서 결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 아쉬운 무승부, 그래도 얻을 것 많았던 인천

인천이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며 승점 1점으로 만족하게 됐지만, 얻을 것이 많은 90분이었다. 인천은 그동안 4-1-4-1 포메이션을 기본 틀로, 사실상 파이브백에 가까운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러다보니 중원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측면 공격이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땐 답답한 흐름을 반복했다. ‘플랜 B’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이기형 감독은 “3주 동안 쉬면서 그 부분을 준비했다. 오늘 경기를 보시면 변화가 느껴질 것”이라면서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인천은 김도혁과 한석종이 중원에 자리해 사실상 4-2-3-1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중앙 미드필더를 아래로 깊숙이 내려 파이브백을 구축하는 것도 자제했다. 미드필더가 굳이 아래로 깊숙이 내려오지 않아도 될 만큼 부노자와 채프만의 센터백 조합이 훌륭했고, 중앙에 자리한 한석종도 센스 있는 플레이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최전방의 달리도 존재감 없던 그동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기형 감독은 “달리가 한국의 수비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훈련하면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제공권 싸움에서 어떻게 해야 볼이 연결될 수 있는지 설명해줬고, 잘 알아들은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달리가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했다.

전술적 변화와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으로 희망을 보여준 인천, 이기형 감독도 “(지난 5경기) 원정을 돌아다니면서 결과가 좋지 않아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휴식기를 통해 재정비하면서 만들어간 점이 긍정적이다. 선수들이 전술적으로는 준비한대로 잘 해줬다”며 아쉬운 무승부 속에서 값진 소득을 얻었다고 인정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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