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도하(카타르)] 박주성 기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라스알카이마부터 카타르 도하까지 8일 동안 현장에서 대표팀을 지켜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너무나 많은 치명적 에러를 범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서 2-3으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A조 2위는 지켰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에 먹구름이 꼈다.

충격적인 패배다. 카타르정도는 쉽게 잡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카타르 입장에서 우리를 쉽게 잡았다. 카타르가 이렇게 강한 팀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대표팀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점유율을 내주며 상대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결국 선제실점이 나왔다.

전반 25분 알 하이도스의 프리킥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손흥민이 상대 선수와 충돌과정에서 오른쪽 팔뚝 골절을 당해 이근호와 교체됐다. 후반에도 경기는 마찬가지였다. 후반 6분 아피프가 박스 안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았다. 위기의 상황.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을 빼고 황일수를 투입했다.

이후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16분 기성용이 페널티 박스 밖에서 기습적인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어 후반 25분 황희찬이 황일수의 헤딩 패스를 받아 정확한 슈팅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후반 29분 알 하이도스가 수비를 모두 무너뜨린 후 가볍게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그렇게 무너졌다.

# [한국에서] 뛰지 않는 선수를? 슈틸리케 감독의 잘못된 선택

모든 스포츠는 경기감각이 중요하다. 경기에 오래 뛰지 못하는 선수는 그 감각이 줄어들게 된다. 뛸 수 있는 팀으로 가야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말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선수선발 기준에 대해 경기에 뛰는 선수를 뽑겠다고 항상 말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항상 자신의 말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 이라크, 카타르 2연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24명의 소집명단을 발표했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선수였지만 장현수와 이청용, 박주호 등 일부선수들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벤치자원이었다. 카타르와의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이들을 선택한 것은 사실상 실패를 예고한 일이었다. 물론 이 선수들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경기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실제로 이라크전에서 이들은 선발로 경기에 나왔지만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3가지 목표를 갖고 경기를 치렀다. 첫 번째는 현지적응이고 두 번째는 경기를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 세 번째는 경기결과를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여파는 이번 카타르전까지 이어졌다. 곽태휘와 장현수가 지킨 센터백 라인이 문제였다. 곽태휘는 서울에서도 출전을 잘 하지 못하는 선수다. 이번 시즌 리그 7경기에 나왔는데 마지막 경기는 5월 27일 울산전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의 발판을 제공했다. 장현수 역시 중국에서 출전하지 못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 [UAE에서] 3일 후에도...이라크전 분석 공유는 도대체 언제?

슈틸리케호는 UAE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렀다. 이번 카타르전을 예고하도 한듯 그 경기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은 센터백에 포함시키는 파격적인 스리백 카드를 들고 나왔다. 기성용의 위치에 따라 수비숫자가 달라지는 변칙전술로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우리보다 약한 이라크였다. 카타르전을 대비한 경기였다고 해도 카타르 역시 우리보다 약팀이다. 스리백이 나올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스리백이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포백으로 전환을 했어야 하는 경기다. 하지만 실험을 위해 이를 유지했다”고 답했다.

실험이라는 명분으로 이라크전의 결과는 넘어갈 수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다소 이상한 모습이 보였다. 바로 이라크전 분석결과를 선수들과 늦게 공유한 것이다. 이라크전은 8일에 끝났는데 도하에 입성한 11일까지도 선수들과 분석결과를 공유하지 않았다. 비행편이 급히 바뀌는 일로 오히려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아직 이라크전에 대한 분석을 선수들과 함께 보지 않았다. 그 분석을 통해 카타르전을 대비할 것이다”라며 답답한 상황을 전했다. 그 때문인지 선수들은 이라크전 후 기성용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하며 카타르전을 대비했다. 이라크전 후 빨리 분석결과를 공유하지 않은 점은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 [카타르에서] 이라크전 확인한 카타르, 아무것도 모르는 韓

경기를 앞두고 한국과 카타르는 나란히 평가전을 치르며 서로를 대비했다. 한국은 이라크와, 카타르는 북한과 스파링을 치렀다. 완벽한 파트너였다. 두 팀 모두 무승부를 거둬 상대 약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참고서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경기를 확인하고 상대의 전술을 대비하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카타르가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 시간 카타르는 한국과 이라크의 경기를 하나하나 꼼꼼히 분석했다. 카타르 호르헤 포사티 감독은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팀 주장의 위치 변화가 가장 눈에 띄었다. 중원에서 수비로 갔다. 그걸 내일도 쓸지 모르겠지만 그냥 점검 차원에서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상대의 수를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여유만만이었다. 그는 “요즘 현대축구에서는 그런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상대 전술과 포메이션에 대해서는 분석해 놨다. 지금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미팅을 통해 이야기를 했고 훈련도 했다. 카타르는 최종예선을 7경기나 치렀다. 개인과 팀의 성향 등은 포메이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포사티 감독은 자신들의 연습경기를 꽁꽁 숨기면서도 한국의 경기를 속속히 모두 확인했다. 그는 “어떤 팀이 전력을 노출시키길 바라겠는가. 당연히 상대팀에 안 보여 주는 게 맞다”면서 비공개의 이유를 밝혔다. 이는 카타르 협회의 도움도 있었다. 여유만만 한국은 그렇게 패배할 준비를 스스로 하고 있었다.

사진=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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