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Spoiler alert! 영화가 개봉하면 너도 나도 스포일러를 피해 다니기 일쑤다. 이제는 영화를 넘어 드라마나 예능까지 어느 누구도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결말이 정해지지 않은 스포츠에는 착한 스포일러가 필요한 법. 연극인 윤찬호가 전하는 축구 예고편. 진짜 스포일러가 될지 아니면 헛다리만 짚게 될지 지켜봐 주기 바란다. "OO가 범인이다!"
 

5월 27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경기가 펼쳐진다. 6라운드에서 1대 1 무승부를 거뒀던 두 팀이 다시 만나 승부를 가린다.

서울은 4승 4무 4패로 승점 16점을 얻어 리그 7위에 머물고 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모두 탈락한 터라 이제 더는 리그에서의 승리를 미룰 여력이 없다. 5월 들어 서울은 리그에서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한 채로 부진에 빠져있다. 지난 라운드에서는 승격 팀 강원에 일격을 당했다. 분위기 반전과 상위권 도약을 위한 승리가 절실한 서울이다.

울산은 6승 3무 3패, 승점 21점으로 4위에 올라있다. 초반 기복이 심했던 경기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울산은 5월 들어 안정적으로 승점을 쌓고 있다. 5월에만 3승 1무로 순항 중이고 8라운드 인천전 이후 5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위 제주와의 승점 차가 2점밖에 나지 않아 타 구장 경기 결과에 따라 이번 라운드에서 선두 등극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 맞춤옷 필요한 서울, 포백으로 회귀할까

서울은 동계훈련 기간 동안 지난 시즌 역전 우승의 원동력이었던 4-3-3 포메이션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주전 센터백들의 부상으로 인해 수비가 급격하게 흔들렸고 결국 스리백을 다시 꺼내 들며 수비를 안정시켰다. 중앙 미드필더 한명을 줄이고 중앙 수비를 늘리면서 리그에서만큼은 안정된 수비를 자랑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수비는 안정됐지만 공격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은 12라운드를 마친 현재 16득점에 그치고 있다. 데얀이 8골로 고군분투하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만큼 데얀에게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 루트가 봉쇄당하면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서울이다.

서울은 지난 라운드 강원전에서 선제 실점 이후 포백을 다시 가동했다. 이후 서울은 경기 내용 면에서는 오랜만에 상대를 압도했다. 오스마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섰고 수비 부담이 줄어든 이석현과 주세종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해 강원을 몰아붙였다. 지난 시즌 스플릿 라운드에서 보여줬던 서울의 강력했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결국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서울의 공격 의지는 인상적이었다.

서울은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스리백과 포백을 계속해서 혼용하고 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의 스리백은 임시방편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제는 맞춤옷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오스마르는 센터백 자리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위협적이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껏 오스마르를 센터백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주전 센터백들의 부상과 발 빠른 센터백의 부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곽태휘가 부상에서 돌아왔고 황현수라는 걸출한 신인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제는 마음 놓고 오스마르를 전진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 풀백 자원인 김치우와 신광훈, 이규로까지 돌아온다면 막강한 포백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서울이다. 휴식기를 앞둔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한 번 포백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 울산의 상승세 이끄는 ‘호르샤’ 콤비

울산은 김신욱, 양동현부터 지난 시즌의 이정협과 멘디까지 오랫동안 키가 큰 최전방 공격수를 선호하던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울산은 기존 최전방 공격수들과는 결이 다른 이종호를 데려왔다. 그리고 K리그에서 손꼽히는 테크니션으로 명성을 날렸던 오르샤를 품에 안았고 여기에 감독까지 교체하면서 팀 색채를 완전히 바꾸려는 모험을 감행했다.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 울산을 먹여 살렸던 코바와의 자리 배치가 쉽지 않았다. 오르샤와 코바는 왼쪽 측면을 선호하면서 테크닉과 힘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어 역할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김도훈 감독은 두 선수의 공존을 꾀했다. 양쪽 측면을 모두 맡기거나 한 명을 최전방으로 올리는 등 여러 포지션을 실험해 보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이종호와의 호흡이 좋은 오르샤를 왼쪽 측면에 포진시키는 것으로 전술을 굳히면서 울산의 상승세 역시 시작됐다.

전남에서 이미 찰떡 궁합을 선보였던 두 선수이기에 다시 한번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종호가 최전방에서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고 드리블과 패스, 슈팅까지 어느 것을 선택할지 모를 오르샤가 공을 몰면 상대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두 선수는 전방에서 공을 지켜내는 능력까지 겸비했기 때문에 중원에서도 숨통이 트였다. 앞으로 이어질 휴식기 동안 코바와의 공존에도 성공한다면 울산의 상승세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홈 팬들 앞에서 승리가 간절하고 울산은 선두권 싸움을 계속하기 위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ACL에서 조기 탈락한 아픔을 공유하는 두 팀이지만 그만큼 승리가 간절하다. 약 3주라는 긴 휴식기를 앞두고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하는 팀은 어디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예상 선발 라인업

사진=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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