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약스와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두고 양보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펼친다. 유로파리그에 ‘올인’을 선언한 맨유로선 우승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맨유는 오는 2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롬에 위치한 프렌즈 아레나에서 아약스를 상대로 2016-17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한해 농사의 성패를 판가름할 중요한 경기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초대받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절실하다.

# ‘승부수’ 띄운 무리뉴 감독, 그 결과는?

“우승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아약스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맨유 선수단의 마음가짐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한마디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맨유는 이번 시즌 6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략상 이유로 시즌 막바지에 힘을 빼고 경기에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로파리그 우승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려있는 만큼 유로파리그 정상 등극 여부에 따라 이번 시즌 무리뉴 감독을 향한 평가도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무리뉴 감독은 “유로파리그 우승에 올인하겠다”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을 위해 리그 ‘TOP 4' 진입보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좀 더 현실적인 방안으로 선택했다.

혹독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그동안 토너먼트 대회 결승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무리뉴 감독의 승부수가 주효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이 최대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 테러로 슬픔에 빠진 맨체스터

맨유가 이를 악물고 있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하루 전 맨체스터에서 끔찍한 테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23일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맨체스터 아레나에서는 미국의 팝가수인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진행 중이었다.그러나 공연을 마친 뒤 관객이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출입구 근천에서 큰 폭발이 발생했고, 어린이 등 22명이 숨지고 약 60명이 부상을 입었다.

맨체스터는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오는 2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아약스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맨유도 침통한 분위기다. 무리뉴 감독은 화요일로 예정돼 있던 경기 전 기자회견을 취소한 채 성명서를 통해 경기를 앞둔 소감을 짤막하게 밝혔다.

무리뉴 감독은 “어젯밤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모두가 슬퍼하고 있다. 큰 경기를 앞두고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스럽다. 수요일 저녁 짧은 시간이지만, 맨체스터 사람들이 하나로 뭉칠 것”이라며 아약스전 승리로 희생자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어느 때보다 강한 상태다.

# ‘젊은 패기’ 아약스, 마인드컨트롤이 관건

맨유가 상대할 아약스는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팀이다. 평균 연령이 22세(UEFA 홈페이지 기준)이며, 젊고 빠른 공격수들의 화력을 앞세워 유럽 제패를 노리고 있다. 아약스 화력의 중심에 있는 버틀란드 트라오레와 카스퍼 돌베리, 아민 유네스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관건은 마인드컨트롤이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한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승곡선을 그리지만, 반대로 궁지에 몰리면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피터 보츠 감독도 “선수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긴장을 떨쳐내는 것이 관건이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만발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긴장을 가장 큰 적으로 꼽았다.

아약스는 지금까지 맨유와 유럽대항전에서 총 4번 맞대결을 펼쳤고, 2승 2패로 팽팽한 전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 당시 아약스와의 6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아약스가 우승을 차지했던 1991-92시즌 이후 처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나선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 맨유의 변수, 로메로 선발 출전+바이 결장

맨유도 변수가 있다.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해온 에릭 바이가 셀타 비고와의 유로파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퇴장을 당해 결승전에 나설 수 없게 된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중요한 선수를 잃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바이가 이탈한 맨유는 아약스전에서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필 존스, 다니 블린트, 마테오 다르미안으로 포백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비진이 바이의 공백을 메우고, 아약스의 짜임새 있는 공격을 얼마나 잘 저지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주전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 대신 문전을 지키게 될 ‘No.2’ 수문장 세르히오 로메로의 활약 여부도 관건이다. 무리뉴 감독은 중요한 맞대결이지만, 결승에서도 데 헤아가 아닌 로메로에게 주전 골키퍼 장갑을 맡기겠다고 예고했다. 데 헤아를 선택할 법도 하지만, 유로파리그 경기는 그동안 로메로가 도맡았던 만큼 원칙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로메로는 사우샘프턴과의 리그 경기에서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며 MOM으로 선정되는 등 결승전을 앞두고 몸을 풀었다. 우려의 시선도 어느 정도 걷어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실전이다. 로메로가 결정적 실수를 할 경우 무리뉴 감독도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데 헤아 대신 로메로 카드를 꺼내들기로 한 무리뉴 감독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가져다줄까? 우승 트로피를 두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판승부가 25일 새벽 프렌즈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 양 팀 예상 선발 라인업(UEFA 홈페이지)
아약스(4-3-3): 오나나 - 벨트만, 데 리흐트, 산체스, 리데발트 - 클라센, 쇤, 지예흐 - 트라오레, 돌베르, 유네스
맨유(4-3-3): 로메로(GK) - 발렌시아, 존스, 블린트, 다르미안 - 펠라이니, 에레라, 포그바 - 린가드, 래쉬포드, 미키타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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