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민 기자= 고양FC(대표 이용권, 현 U-15팀 감독)는 2017년부터 대한축구협회(KFA) 주최 주말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U-15팀은 경기지역 전국중등축구리그(경기 M-RESPECT 13)에서 4전 전승 32골 1실점을 기록 중이다. 고등축구리그(경기 H-RESPECT 20)에 나서고 있는 U-18팀(이돈길 감독) 역시 4경기에서 3승 1패로 순항 중이다.

고양FC의 태생은 일반 유소년 축구클럽이었다. 이 선수들이 벽제중학교(현 고양제일중학교)에 진학, 4년 전 K리그 챌린지에 발을 내디딘 고양 Hi FC(고양 자이크로 산하 유소년팀)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으며 활동했다. 문제는 2016년을 끝으로 고양 자이크로가 K리그를 떠나면서다. 당시 이용권 감독을 포함한 부모들이 힘을 모아 클럽팀으로 전환해 활동 중이다.

이 고양FC는 ‘축구 이상의 가치’라는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팀이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양 자이크로 산하 유스팀을 이끌던 지도자(U-15팀 2명, U-18팀 3명)들이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만 급여를 받았고, 나머지 4월부터 12월까지 ‘무급’으로 선수들을 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고양FC로 재출범한 후에는 매달 정상적인 급여를 수령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최근 축구계를 포함해 모든 종목에서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팀이 고양FC라는걸 알리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지난해 4월 19일 최저학력제도 기준을 강화했다. 교과별 평균 성적과 비교해 초등학교 50%, 중학교 40%, 고등학교 30%를 넘어야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다(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는 2018학년도부터 체육특기생 대학입학 전형에서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대학 진학 후에는 직전 2학기 학점 평균이 C 이상이 되어야 협의회 주최 및 주관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과거에는 축구를 포함해 대부분 특기생이 운동에만 집중해왔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곳곳에서 ‘시기상조다’, ‘준비가 덜 됐다’는 등 여러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걸 왜 이제 하느냐’, ‘진작 했어야…’ 등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시대가 달라졌다. 스포츠 선진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공부하고 똑똑한 선수가 더 좋은 운동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축구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선수들에게 마련,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게 중요해졌다. 물론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고양FC는 오래전부터 이를 적용, 실천해가고 있다.

고양FC 관계자에 따르면 “U-15, 18팀에 속한 선수들은 시험 기간을 2주 앞두고 시험모드로 돌입한다. 일단, 앉아 있는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앉아 있는 습관을 길러줬다. 이어 자연스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소문을 듣고 축구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전학 오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현실의 벽과 마주한 뒤 버티지 못하고 떠난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팀 철학을 지키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몸담은 선수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현재 U-15팀 3학년 학생의 2학년 재학 당시 성적표

2년가량 이런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고양FC 선수들은 학교 평균 성적 이상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들은 축구만큼이나 공부에 소질 있는 선수들에게 축구를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할 정도라 한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축구, 언어, 인성을 함양할 수 있게끔 지원사격하고 있다. 일본, 아르헨티나 등에서 축구를 했고, 그 당시 배웠던 것을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적용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직접 일본어, 스페인어를 알려주는 등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대입 준비, 자격증을 딸 수 있게끔. 특히 자주 교류하는 일본의 경우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언어 능력이 향상. 축구장을 벗어난 곳에서 서로의 마음을 더 터놓을 수 있는 장도 마련됐다.

무엇보다 지도방식이 강압적이지 않다는 것. 예로 ‘몇 시까지 공부해라!’고 이야기한 후 지도자가 다른 일을 하거나, 시켜놓고 방치하는 식의. 다음날 훈련이 있더라고 선수들이 공부방에서 함께 책을 보거나 공부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간의 노력은 그라운드에서 고스란히 결실을 맺고 있다. 고양FC U-15팀은 지난해 겨울 경기도 경기 연천에서 주최한 중학교 2학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연천군에서 고양 자이크로의 후원이 끊어진 고양FC를 후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연천을 연고로 하는 팀이 되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재정적으로 힘들고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경기장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이 제안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고양제일중학교 강성화 교장이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고양시 안에서 운동장 사용을 해결해줬고, 고양시청 관계자, 시의원들까지 나서서 ‘고양FC를 절대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게 됐다. 구성원들은 소속감이 생겼다.

고양FC의 존재 가치,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팀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무엇보다 축구선수 이전에 학생답게 성실히 수업에 임하고 있으며, 팀 비전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모든 요소가 들어맞으며 리그 성적도 순풍에 돛을 단 듯 잘 풀리고 있다. 올 춘계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고, U-15팀은 리그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고양FC의 지향점은 축구선수 이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이다. 무조건 대학에 진학시키고, 프로에 보내기에 급급하다면 한국축구가 그간 걸어온 것과 다를 게 없다. 얼마의 시간, 시일이 걸리든 바꾸고 바뀌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평생 축구를 하더라도 축구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여러 길을 수 있게끔 기본적 인성, 소양을 갖추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 그라운드에서 즐거움은 배가 되고 성적 역시 자연스레 나온다. 이는 훗날 훌륭한 지도자로 나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차분히 준비하고 갈고 닦으면 언젠가 빛을 낸다. 그래서 고양FC의 행보는 축구인들이 참고할 만하다. 공부하는 축구선수들의 미래를 응원한다.

사진=고양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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