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위기의 K리그다. 지난 시즌 전북 현대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의 위상을 드높였지만 이번 시즌에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이 상하이 상강 원정서 2-4로 패배하며 16강에서 탈락했고, 왕좌 탈환을 꿈꿨던 울산 현대도 안방에서 가시마에 충격적인 0-4 완패를 당해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물론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이라는 희망이 남아있지만 남은 1경기 결과에 따라 K리그 4팀이 조별리그에서 모두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ACL 탈락 충격 여파를 벗어나야 하는 서울과 울산이고, 전체적으로 반전이 필요한 K리그다. 일단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든 서울과 울산은 공교롭게도 모두 원정 경기를 떠난다. 서울은 대구 원정, 울산은 인천 원정에서 반전을 준비하고 있고, 두 팀 모두 승점 3점을 따내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흥미로운 매치업이 가득하다. ACL 경기를 치른 제주와 수원이 제주종합운동장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제주는 장쑤 쑤닝 원정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살렸고, 수원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성룡이 버티고 있는 가와사키에 패배하며 암울해졌다. 리그에서도 비슷하다. 제주는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며 리그 2위, 수원은 1승 5무 1패로 리그 7위에 머물고 있다. 수원의 입장에서는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고, 제주는 상승세를 이어가 선두 전북을 추격해야 한다.
이밖에도 선두 전북은 광주 원정을 떠나 승점 3점을 노리고 있고, 명가의 부활을 선언한 포항 스틸러스는 상주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또한, 전남 드래곤즈와 강원FC의 경기도 눈길을 사로 잡는다.
# 주중 ACL, 희비 엇갈린 제주와 수원
제주 와 수원, 주중 ACL 경기를 소화한 두 팀이 만난다. 지난 25일 제주는 장쑤 원정 경기, 수원은 가와사키와 홈경기를 치렀다. 이후 5일 만에 리그 경기를 갖는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희비는 엇갈렸다. 제주는 장쑤 원정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꺼질 것 같았던 16강행의 불씨를 살렸다. 감바와 최종전에서 승리한다면 자력으로 16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원정에서 4-1로 대파한 경험이 있는 팀이기에 방심만 없다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반면 수원은 홈에서 가와사키에 패하며 조기 16강 진출의 기회를 놓쳤다. 오히려 위기가 됐다. 마지막 광저우 원정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16강행을 바라볼 수 있다. 홈에서도 이기지 못한 상대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가와사키전 패배 이후 “광저우 원정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는 많지 않다.
# 상승세의 제주, 문제는 적응 안 된 ‘ACL 병행’
장쑤 원정에서 승리한 제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주중에 열린 김해시청과 FA컵 32강에서 승리했고, 이어진 리그 경기에서 대구를 4-2로 꺾었다. 장쑤전까지 3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그러나 제주의 이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랜 만에 ACL에 참가하는 제주가 숨 가쁜 일정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 실제로 FA컵 전까지 제주는 4월 초반 4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홈에서 썩 승률이 높은 편도 아니다. 제주는 전 대회 통틀어 7번의 홈경기를 치렀는데, 승리는 단 3번 뿐(3승 1무 3패)이었다. 더군다나 이번 홈경기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홈경기지만 그 이점을 100%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반등 기회 놓친 수원, 제주 원정의 ‘좋은 기억’
수원은 반등의 기회를 놓쳤다. FA컵에서 인천을 잡았고, 강원 원정에서 승리하며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듯 했다. 하지만 비기기만 해도 됐던 가와사키전에서 패하며 분위기는 다시 침체됐다. 현재로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ACL마저 수원의 편이 아니었다.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안 좋은 흐름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승리 하나 뿐이다. 제주 원정에서도 패한다면, 지난 인천전, 강원전 기쁨의 눈물이 의미 없어진다.
그나마 위안은 수원이 제주 천적이란 점이다. 수원은 최근 제주와 12경기에서 9승 2무 1패를 거뒀다. 압도적인 기록이다. 원정에서도 강했다. 지난 2013년 7월 제주와 FA컵 경기에서 패한 후, 7번의 제주 원정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7경기 5승 2무다. 지금 수원에 필요한 건 제주 원정의 좋은 기억이다.
# ACL 16강행 좌절된 울산, 승리 없는 인천
울산은 가까스로 초대받은 ACL 무대에서 쓸쓸하게 발길을 돌리게 됐다. 지난 26일 가시마 엔틀러스를 상대로 치른 ACL 조별리그 5차전 홈경기에서 0-4로 완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울산은 1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남은 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울산은 앞서 열린 리그 경기에서도 전남 드래곤즈에 0-5 완패를 당했다. 두 경기 연속 큰 스코어차로 무득점 패배를 당하고 만 것이다. 수비라인이 붕괴되며 위기를 자초한 적이 많았고, 공격진의 화력도 좀처럼 뿜어져 나오지 않고 있다. 어느 때보다 분위기 전환이 절실하다. 오르샤 등 공격진의 골 결정력이 살아나야 울산이 살아날 수 있다.
인천도 간절하긴 마찬가지다. 첫 승 신고의 기회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선수들의 힘까지 바닥난 상태다. 승리가 가장 효과적인 ‘약’인데, 그 약을 얻기가 쉽지 않다.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인 요소지만, 인천도 결국 골이 터져야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다. 웨슬리와 문선민의 마무리 능력과 함께 달리의 분발이 필요한 때다.
# 김도훈 감독vs이기형 감독,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이 경기에는 특별한 스토리까지 더해졌다. 지난 시즌 도중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도훈 감독이 처음 ‘친정팀’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당시 인천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감독 교체를 결심했고, 김도훈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이기형 감독이 이후 승승장구하며 극적인 잔류 드라마를 썼다. 원정길을 떠나는 김도훈 감독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감독과 수석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 이제는 서로를 ‘적’으로 마주해야 한다. 이기형 감독은 시즌 개막 전 ‘인터풋볼’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꺾고 싶은 팀은 수원 삼성과 울산”이라면서 “그러나 울산전을 경기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며 김도훈 감독과의 맞대결이 남다른 의미가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나란히 하락세를 타고 있는 인천과 울산. 김도훈 감독이 친정팀과의 맞대결에서 보란 듯이 승리하고, ACL 탈락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까? 김도훈 감독과 이기형 감독의 지략대결이 숭의벌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 아더매치 전망(홈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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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전적 : 10경기 0승 4무 6패 광주 열세
종합= 인터풋볼 취재팀
그래픽= 유지선, 박주성 기자
사진= 윤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