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또 하나의 축제와 감동이 시작된다. 디에고 마라도나, 티에리 앙리, 리오넬 메시 등 수많은 슈퍼스타를 탄생시켜온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한국에서 개최된다. '인터풋볼'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개막을 맞아, 매주 수요일마다 대회와 관련된 주제를 하나씩 선정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U-20 월드컵을 뛰었던 축구 스타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들려 드릴 예정이다. [편집자주]

199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를 이야기하기 전 우리는 1년 전으로 시선을 돌려 1998년 태국에서 개최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청소년 선수권대회를 봐야 한다. 4위까지 세계 청소년 대회 자격이 주어진 대회에서 당시 한국은 B조 선두로 준결승에 올랐고, 카자흐스탄을 꺾으며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격파하며 아시아 정상에 등극했다. 박창선호는 거침없었다.

그러나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를 앞두고 박창선 감독이 물러나고 조영증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팀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핵심 선수로 활약하던 정용훈이 제외됐고, 많은 유망주가 새로 합류했다. 결국 아시아 정상의 자격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한국은 1승 2패 D조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예선에서 탈락했다. 일본이 준우승을 차지하며 멕시코 4강 신화를 다시 한 번 기대했던 한국은 충격에 빠졌다.

이 모든 것을 함께 한 선수가 있다. 바로 ‘라이언 킹’ 이동국이다. 열아홉 이동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는 예선을 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을 구성원으로 직접 경험한 이동국을 만나 당시 대회와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스무살’ 이동국이 겪은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U-20 월드컵과 이름부터 다른 대회다. 당시에는 그런 이름으로 불렸다. 경기를 뛰었던 이동국도 당시 대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너무 오래 돼 기억도 잘 안 난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골을 넣었다고 말하니 “그런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18년이나 지난 과거다. 그러나 이야기를 이어가자 서른아홉의 이동국은 스무살로 돌아가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먼저 이동국은 대회를 앞둔 당시 대표팀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1998년 아시아 예선은 정말 좋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갑자기 바뀌면서 선수들도 많이 바뀌었다. 박창선 감독에서 조영증 감독이 되면서 새로운 팀이 돼버렸다. 많이 안 맞는 분위기였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국은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본선에서는 예선에서 탈락했다.

과정도 힘겨웠다. 이동국은 당시 하나의 일화를 전했다. 그는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다. 행복하지 않았다. 아시아 대회에서 박창선 감독과 함께 할 때는 정말 재밌었다. 감독님이 바뀌고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때 내 몸무게가 81kg정도 나왔는데 76kg까지 빼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운동도 못하고 운동장만 뛰면서 살을 뺐다. 당시 감독의 역할로써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라고 털어놨다.

대회가 열린 나이지리아 적응도 어려웠다. 이동국은 “당시 말라리아 같은 병들로 겁을 줘서 밖에 나가지 못했다. 또 샤워할 때 흙탕물이 나왔다. 그래서 경기 전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나왔다. 이후 흙들이 가라앉으면 그 물을 떠서 다같이 샤워를 했다. 아니면 수건으로 샤워기를 감싸고 쫄쫄 나오는 물로 샤워를 했다”면서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영증호는 1차전인 포르투갈전부터 1-3으로 완패를 당했다. 이동국은 “포르투갈전에서 대패한 후 선수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은 우루과이전에서 선제골을 허용한 후 침대축구에 당하며 2연패 수렁에 빠졌다. 사실상 16강행은 끝난 상황이었다. 이에 선수들은 마지막 말리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다짐했다. 그 경기에서 한국은 이동국의 골에 힘입어 4-2로 승리를 거뒀다. 그렇게 한국의 도전은 아쉬움이 섞인 마침표를 찍었다.

# 신태용호와 한국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

18년이 지난 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개최국의 자격으로 U-20 월드컵에 참가한다. 이동국도 어린 후배들의 거친 도전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먼저 이동국은 신태용 감독을 언급했다. 그는 “독재자 같은 감독은 아니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면서 즐겁게 축구하는 스타일이다. 옛날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주눅 들어서 한 번 공차고 벤치를 보고 그랬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을 잘할 수 있게 편하게 대해 자기 기량을 발휘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태용호의 축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요즘 어린 선수들의 눈도 많이 높아졌다. 어릴 때부터 해외축구를 많이 봐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그 나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축구를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맞는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발을 맞춘다면 바르셀로나가 전성기에 보여준 그런 플레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에 대해 언급했다. 이동국은 “U-20 선수들은 서로 기량 차이가 날 것이다. 그 차이를 인정해주면서 에이스 한두 명 선수들이 팀을 끌고 갈 수 있다.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팀을 잘 이끌고 가야 한다. 바르사 듀오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외국인 선수들과 뛴 경험도 많고, 수준급 선수들과 최고의 팀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은 그런 자부심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를 물어보자 말을 아꼈다. 이동국은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에는 프로가 3명밖에 없었고 다 대학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에 있는 선수들도 많다. 그래서 선수들이 축구를 이해하는 능력이 우리 때와 완전히 달라졌다. 눈에 안 튀는 선수들이 많은 게 강한 팀이다. 튀려고 하는 선수 없이 모든 선수들의 팀워크가 돋보였다”며 개인보다 팀이 더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 이동국이 바라본 죽음의 조, “할만하다”

개최국 한국은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기니와 한 조에 포함됐다. 조 편성이 완성되자 많은 언론들은 신태용호가 죽음의 조에 속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동국의 생각은 “할만하다”였다. 그는 “나도 U-20에서 뛰어보니까 팀 차이가 그리 나지 않았던 거 같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 이름만 보고 굳이 기죽을 필요가 없다. 해보면 충분히 할 수 있고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A매치에 나오는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생각하지 말고 상대의 나라 국기를 떼버리고 경기에 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조 구성팀들도 자세히 짚어봤다. “아르헨티나는 정예 선수들을 데리고 올 것 같고,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를 크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잉글랜드는 충분히 할 만한 상대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회고 환경 자체도 다르다. 특히 잔디가 크게 달라 생소할 것이다. 한국의 잔디는 딱딱한데 영국은 항상 진흙이 있어 질퍽질퍽하다. 우리나라는 쇠로 된 스터드를 신지 않아도 되는 잔디인데 영국은 분명 그걸 신고 훈련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보다는 잉글랜드가 상대하기 쉬울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이동국은 아르헨티나를 크게 경계했다. 그는 “가장 위협적인 팀은 단연 아르헨티나다. 잔디 자체도 비슷할 것이다. 남미와 우리는 딱딱한 것이 비슷하다. 유럽과는 다르다. 유럽 선수들이 한국에 오면 잔디에 어려움을 느낀다. 개최국이라는 점은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환경이 바뀌지 않는 것은 상당히 좋은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라 해외경험이 적을텐데 해외보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홈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상성적에 대해서는 “남미 팀들은 청소년 대회에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남미 팀들은 이 대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대회 후 유럽으로 건너갈 수 있기 때문에 프로팀에 소속돼도 이 대회는 꼭 나오려고 한다. 유럽은 아니다. 벌써 프로팀에 있어 그렇지 않다. 남미는 도약의 발판이다. 우리 대표팀은 결승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 ‘선배’ 이동국이 후배에게 전하는 메시지

인터뷰의 마지막 순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해달라고 하자 이동국은 자세를 고쳐 앉아 진심으로 동생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이동국은 “국내에서 열리는 큰 대회인 만큼 젊은 혈기에 중요한 시간이다. 인생에 가장 큰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세계 스카우트들이 모두 지켜볼 것이고, 이걸 통해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기회다. 학교에서 경험한 춘계 뭐 이런 대회가 아니라 인생에서 다시 못 올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경기를 뛰었으면 좋겠다.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자신 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진심을 전했다.

신태용호는 이동국이 뛰고 있는 전북 현대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일 오후 8시 기니전, 23일 오후 8시 아르헨티나전을 치른다. U-20 월드컵 전주 홍보대사인 이동국은 “기회가 되면 직접 경기장에 찾아갈 예정이다”라며 직관을 약속했다. 세계 청소년 대회를 거쳐 한국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이동국은 후배들에게 힘을 전하고 있다. 그 진심이 세계 대회에 나서는 어린 동생들, 선수들에게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 1999 FIFA U-20 월드컵 참가 명단

GK 1 김용대 1979.10.11 연세대 
GK 12 한동진 1979.08.25 상지대 
DF 4 박동혁 1979.04.18 고려대 
DF 6 송종국 1979.02.20 연세대 
DF 5 신동근 1981.02.15 청구고 
DF 2 안홍찬 1980.01.22 성균관대 
DF 3 이범직 1979.02.11 대구대 
DF 8 전재호 1979.08.08 홍익대 
MF 16 고봉현 1979.07.02 홍익대 
MF 13 김건형 1979.09.11 경희대 
MF 14 김경일 1980.08.30 전남 드래곤즈
MF 9 나희근 1979.05.05 아주대 
MF 7 서기복 1979.01.28 연세대 
MF 11 설기현 1979.01.08 광운대
FW 10 김은중 1979.04.08  대전 시티즌
FW 15 서관수 1980.02.25 단국대 
FW 17 우진석 1979.08.26 연세대 
FW 18 이동국 1979.04.29 포항 스틸러스

인터뷰(완주)=박주성 기자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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