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공항] 유지선 기자= 슈틸리케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갈 길 바쁜 상황에서 ‘팀 분위기’ 수습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낼 수 없다.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만나고 돌아온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최대 화두는 ‘분위기 수습’이었다. “선수들과 만나 대표팀 내 분위기와 사정에 대해 장시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운을 뗀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라는 말로 매듭을 지었다.

공항 한 편에서 15분 남짓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현재 대표팀이 놓인 상황을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선수들과 면담을 갖고,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직접 점검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주된 목적은 대표팀 내부 문제에 귀 기울이기 위한 것이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동안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던 이청용과 박주호를 붙잡고도 “대표팀 내부 문제에 항상 관심이 있었던 선수들”이라며 의견을 나누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선수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던 슈틸리케 감독은 느끼고 온 것이 많은 듯, 선수들을 향한 멘트의 수위를 높였다.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거나, 팀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발설하는 선수가 있으면 과감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라며 으름장도 놓았다. 대표팀 내 분위기 문제도 결국 내부에서 밖으로 끄집어 낸 것이며, 시리아전 전날 전술 미팅 때 요한 크루이프의 영상을 보여줬다는 등 세부적인 경기 준비 내용도 선수의 입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속으로 곪아 터질 뻔했던 사실들이 밖으로 터져 나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는 건 의미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밖에까지 끌고 나와야 했다는 사실이 영 씁쓸하다. 현재 대표팀 내 분위기가 얼마나 어수선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도 답답한 듯 “새로 합류할 수석코치는 팀 내 소통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라며 자신의 바람을 밝혔다. “전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지도자를 데려오겠다”던 기술위원회의 우선순위와는 차이가 있다. 밖에서 바라봤을 땐 ‘무색무취’한 전술이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지만, 정작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선수단과의 소통 문제가 가장 답답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가교 역할을 할 수석코치, 목소리를 높일 고참급 선수 없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스스로 대표팀 내 분위기를 다잡을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전술 등 경기 내적인 고민보다 흐트러진 분위기 다잡기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슈틸리케호. 선수 혹은 감독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지금의 한국 축구는 참 슬프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마음속 한편이 여전히 쓰린 이유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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