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파주] 정지훈 기자=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한축구협회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최종예선 끝까지 가겠다고 선언했지만 특별한 대책이나 해결책은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달려있고, 이번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는 최종예선이 끝나봐야 안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를 열었다. 다양한 안건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가장 주목받은 것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 여부였다.

경질 or 재신임. 두 가지 선택지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재신임이었다. 기술위원회는 경질과 재신임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지만 플랜B가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감독 경질은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고,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을 재신임했다.

예상보다는 꽤 시간이 흐른 오후 3시 30분쯤 이용수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련해 “기술위원 분들과 감독님의 거취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슈틸리케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하겠다고 결정했다. 과거에도 선수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월드컵에 진출한 저력을 믿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며 재신임 이유를 밝혔다.

# 슈틸리케 선택한 협회, 그러나 대책이 없었다

최악의 여론이었다. 아시안컵 준우승과 아시아 2차 예선 무실점 전승을 기록했을 때는 ‘갓틸리케’로 불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한 수 아래인 상대들에는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비슷한 수준의 상대들이 있는 최종 예선에서는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특히 이란 원정에서 완패를 당한 이후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중국 원정에서도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후 시리아를 안방에서 잡으며 급한 불은 껐지만 ‘무전술’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지 못했다.

최악의 여론. 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 여부를 두고 고민했다. 그러나 대안이 없었고, 결국 협회의 선택은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나, 해결책이 없는 막연한 긍정론이었다. 이날 이용수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를 언급하면서도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다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두루뭉술한 답변이었다. 이용수 위원장은 “감독님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갈 것이다. 1경기 결과에 따라 감독님의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1경기 못한다고 해서 감독님을 경질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오면 안 되겠지만 기술위원회에서는 준비를 할 것이다”며 막연하게 준비를 하겠다고만 했다.

이어 이용수 위원장은 “그동안 대표팀이 2일 훈련하고 경기를 했다. 어떨 때는 세트피스 훈련도 못하고 경기를 하기도 했다. 조금 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6월에 카타르 원정이 있는데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조금 더 분석해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대책을 내놓은 것이 조기소집이었다.

그러나 이 대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했고, 그동안 한국 축구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던 이용수 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믿기 힘들었다. 결국 기술위의 선택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가 이유였고, 앞으로의 해결책을 명확하게 찾지는 못했다.

# 슈틸리케 감독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협회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슈틸리케 감독을 믿는 것이었다.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 많은 비난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 만약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이번 선택은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결정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남은 기간 동안 반전에 성공한다면 최상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모든 공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넘어왔다. 그는 변해야 한다. 그동안 독불장군식의 행동과 불통에 가까운 의사소통은 더 이상은 안 된다. 급격하게 여론을 변화시킬 수 없겠지만 남은 3경기를 통해 조금씩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고, 자신의 부족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확실한 수석코치가 필요한 상황이고, 언론과 주위 사람들의 쓴 소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협회도 슈틸리케 감독이 전술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이용수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뒤 전술적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준비 과정에서 우리가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남은 3경기가 더 중요하게 됐는데 기술위원회도 비상사태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며 부족한 것을 인정했다.

수석코치 보강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코치 보강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추후에 협의를 해야 한다. 기술위원회에서 건의가 있었다.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할 것이다. 감독님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코치진을 보강할 것이다. 최대한 슈틸리케 감독을 지원하겠다”며 지원사격을 약속했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도 변해야 하고, 협회는 이를 위해 약속한대로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무너진 원칙과 축구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하고, 선수 선발에 대한 의구심도 지워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을 때 우리가 간절하게 소망하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할 수 있고,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이제 슈틸리케호는 변해야 산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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