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파주] 박주성 기자= 유임이다. 대한축구협회(KFA)가 경질 위기에 빠졌던 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을 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를 열어 한국 축구와 각급 대표팀의 상황을 두루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는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을 치르는 여자 대표팀,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 감독의 지원방안 등 다양한 안건을 논의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안건은 A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였다.

경질과 유임, 협회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였다. 우선 많은 팬들의 선택은 경질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 시리아전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중국 원정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시리아전에서는 간신히 승리를 거뒀으나 내용에서 만족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에 많은 팬들을 비롯해 언론마저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를 앞둔 훈련에서도 슈틸리케 감독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의 거취보다 러시아 월드컵 진출이 중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결국 여론의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기술위원회는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논의했다.

# 협회의 결정은 경질 아닌 슈틸리케 '유임'

선택은 유임이었다. 먼저 이용수 부회장은 “기술위원 분들과 감독님의 거취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슈틸리케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과거에도 선수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월드컵에 진출한 저력을 믿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며 유임을 전격 발표했다.

이 소식에 많은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용수 부회장은 “반대의견도 있었다”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1경기만 놓고 평가하지 않았다. 적절하지 않다. 아시안컵부터 2차 예선, 최종예선까지 전체적인 평가를 했고, 다시 한 번 신뢰를 주겠다고 결정했다. 오해가 있어서 다시 말씀드린다. 감독님의 전술은 좋았는데 선수들이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었다. 현재 문제를 그대로 안고 가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추상적인 답변으로 가득 찬 발표였다. 이용수 부회장은 “그동안 대표팀이 2일 훈련하고 경기를 했다. 어떨 때는 세트피스 훈련도 못하고 경기를 하기도 했다. 조금 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언급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 유임 결정한 협회, '대안'이 없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문제다. 대표팀은 당장 다가오는 6월 카타르 원정을 떠난다. 현재 한국은 4승 1무 2패 승점 13점으로 A조 2위에 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위 우즈베키스탄이 승점 1점 차이로 따라오고 있다. 남은 일정도 카타르(원정), 이란(홈), 우즈벡(원정)으로 험난하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는 변화 대신 유임을 결정했다.

확실한 후보군이 없다. 축구협회의 예산이 충분치 않은 가운데 팬들이 원하는 명장을 데려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U-20(20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신태용 감독은 “지금 U-20 월드컵만 생각하고 있다. 다른 것(대표팀)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려운 시기지만 잘 극복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국내 지도자를 선택하기도 어려웠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홍명보 감독의 사례가 교훈이 됐다. 당시 대표팀은 최강희 감독이 최종예선 통과를 위해 소방수로 투입됐고, 브라질행 티켓을 획득했다. 이때 협회는 런던의 기적을 이끈 홍명보 감독을 선택했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1무 2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했고, 우리는 홍명보라는 축구 전설을 잃었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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